지난 4월 21일 박경신 고려대 교수가 국회 문방위의 민주당 추천으로 방송통신심의위 위원으로 추천되었다. 대통령과 국회의장 추천에 이어 모두 9명의 추천이 마무리되어 대통령의 임명절차만 남아있다. 문제는 박경신 교수가 병역을 기피하기 위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 국적을 획득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방송통신심의위 위원의 자격 결격 사유는 다음과 같다.
1. 국가공무원법 제2조 또는 지방공무원법 제2조에 따른 국가공무원 또는 지방공무원. 다만, 교육공무원법 제2조제1항에 따른 교육공무원이나 법원조직법 제4조 또는 제5조에 따른 대법관 또는 판사의 경우를 제외한다.
2. 정당법 제22조에 따른 당원
3. 방송통신 관련 사업에 종사하는 자
4. 국가공무원법 제33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
②제1항제3호에 따른 방송통신 관련 사업에 종사하는 자의 구체적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미국 민주당 당원은 가능, 한국 민주당 당원은 불가능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공무원의 경우 특수한 경우에 외국인 채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당법 상에서의 제22조②에 규정된 당원의 경우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자는 당원이 될 수 없다”로 되어있다. 정당법은 국내법이고 국내 정당에 관한 것이다.
조항을 문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미국인 박경신 교수가 미국의 민주당 당원이든 현직 CIA 공작원이라 해도 대한민국의 방송통신심의위 위원으로 임명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아예 외국인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30년 이상 애국심 하나로 군생활을 한 한국인이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의 말단 당원만 해도 자격을 상실한다. 미국의 민주당원이나 CIA 공작원은 한국의 방송통신심의위원이 될 수 있으나, 한국의 민주당원은 불가능하다? 무언가 이상하다.
특히 방송통신심의위가 주된 심의 대상으로 삼는 KBS와 방문진 이사의 경우 “대한민국 국적이 아닌 자”는 결격사유가 된다. 반면 이러한 KBS와 방문진 이사를 임명하는 방송통신위 위원의 경우 국적 조항이 없다. 민주당과 박경신 교수의 해석대로라면 방송통신위의 위원은 모두 미국인으로 채울 수 있고, 이들 미국인 위원들은 KBS와 방문진의 이사진은 모두 한국인으로만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제껏 국적 조항이 없던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외국인이 추천되거나 임명된 적은 없다.
더구나 대한민국의 경우 방송에 대해서 외국인 투자 지분을 엄격히 제한해놓고 있다. 이른바 방송주권 의식이 남아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방송물 심의에 절대적 권한을 갖고 있는 방통심의위 위원은 외국인을 임명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방통심의위원을 직접 임명하는 청와대 측에서 엄밀한 법적 검토를 해봐야할 사안이나, 상식적으로 미국인이 국내 방송물을 심의하는 공적 기구 방통심의위 위원이 될 수 없어 보인다. 이미 박경신 교수는 2009년 3월 국회 미디어위 활동을 하면서 미국인 신분이 드러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서 칼럼으로 비판하여 곤욕을 치른 바 있어, 민주당과 박경신 교수도 조항을 검토해보았을 것이다. 어쨌든 국적 조항이 없으니 상관없다는 편법으로 해석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시민권 획득 시 미합중국에 대한 절대적 충성 맹세해야
타국적 이민자가 미국국적을 획득할 때는 다음과 같은 충성 선언문을 낭독해야 한다.
“나는 외국의 군주, 주권자, 국가, 독립국 등에 대해 시민으로서의 일체의 충성 및 충절을 절대적, 전적으로 부인하고 포기해, 국내외의 모든 적으로부터 미합중국의 헌법과 법률을 옹호하고 준수하며, 이에 대한 진정한 믿음과 충성을 가지며, 법이 요구할 때는 미합중국을 위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할 것이며, 법이 요구할 때는 미국 군대에서의 비전투 임무를 기꺼이 수행할 것이며, 법이 요구할 때는 민간인의 지시 하에 국가적인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주저함이 없이 또한 회피할 의도 없이 자유로이 이러한 의무를 다하기로 이에 서약하는 바이니, 신이여 나를 도우소서.”
민주당은 한미FTA 협정이 오직 미국의 이익에만 부합되었다며 비준안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광우병 당시 드러났듯이 한미FTA의 경우 방송의 영향력에 따라 여론이 결정된다. 한국과 미국의 국익이 충돌하고 이것이 방송에서 드러났을 때, 박경신 교수는 법적으로 무조건 미국의 국익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방통심의위원들이 준수해야할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 7조의 ‘방송 책임’은 다음과 같다.
방송심의 규정은 오직 ‘국민’과 ‘국가’
①방송은 국민이 필요로 하고 관심을 갖는 내용을 다룸으로써 공적매체로서의 본분을 다하여야 한다.
②방송은 국민의 윤리의식과 건전한 정서를 해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③방송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자유민주주의의 신장 및 민주적 기본질서를 유지하는데 이바지하여야 한다.
④방송은 국민의 화합과 민주적 여론형성에 이바지하여야 한다.
⑤방송은 민족의 주체성을 함양하고 민족문화의 창조와 계승, 발전에 이바지하여야 한다.
⑥방송은 인류보편적 가치와 인류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여야 하며, 국제친선과 이해의 증진에 이바지하여야 한다.
⑦방송은 조화로운 국가의 발전 및 지역사회의 균형있는 발전에 이바지 하여야 한다.
⑧방송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추구의 실현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충실하게 반영하여야 한다.
⑨방송은 사회적으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문화생활의 질을 높이는데 이바지하여야 한다.
1부터 9까지 국민과 국가가 열거되어있다. 방송심의 규정에서의 국민과 국가는 오직 박경신 교수에게만 미국인과 미국이란 말인가. 그럼 한미FTA 관련 보도에서 박경신 교수는 노골적으로 미국 측의 입장에서 KBS나 MBC 보도를 심의해야 한다.
한미FTA 반대한다는 민주당, 병역기피한 미국인을 방송 공직에 추천 아이러니
혹시 2009년 3월의 미국인 논란으로 그간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했을지는 모르겠다. 박경신 교수는 자신의 국적이나 자신의 미국인 본명을 물어보는 것 자체도 프라이버시 침해라 주장하기 때문에 확인해볼 길이 없다. 국적법은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국적회복 대상자라도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하였거나 이탈하였던 자는 국적회복을 불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국적을 회복했다면 그 과정과 적법성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다음은 2001년 웹진 퍼슨웹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밝힌 미국 국적 취득 이유이다.
“‘(미국 생활을 하다) 조국에 오려고 했더니 미국 국적이 없으면 군대 가야 한다네요. 어쩔 수 없이 땄습니다”
별다른 근거없이 한나라당을 병역기피당으로 몰아붙이며 한미 FTA를 결사적으로 저지하겠다던 민주당이, 병역기피 행위를 자랑스럽게 공개한 미국인을 건국 이래 최초로 방송 관련 공직에 추천하는 시대, 대한민국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따름이다 .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