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디어연구소의 도형래 연구원이 미디어스의 ‘용기있는 내부고발자를 왜곡하지 말라’라는 칼럼에서 네이버의 전 직원 유민수씨의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진술에 대해 필자가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민수씨는 네이버 측에서 ‘쥐박이’ 관련 게시글을 삭제하다, 촛불 시위 이후 회원들이 이탈하자 이를 그대로 놔두라는 취지의 지침을 내렸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도형래 연구원이 엄청난 오버를 저지르며, 내부고발자의 진술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본다. 이는 도형래 연구원 뿐 아니라 미디어위에서 이창현 위원 등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기본적으로 내부고발을 이끌어낸 사람에 대한 기본 예의가 아니다. 주간 미디어워치에서는 3개월 간 유민수씨와 소통하며, 법적 책임을 공동으로 지겠다는 합의 하에 인터뷰 게재 및 국회 증언을 이끌어냈다. 진보좌파 진영의 포털 예찬자들의 발상과 달리, 내부 고발은 매체 책임자나 사이트 운영자가 함께 해주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포털에 글 마음대로 쓰고, 포털에는 면죄부 주며, 법적 책임은 알아서 받아라?
오히려 법적인 선을 넘어서는 주장을 하며, 무수한 네티즌들이 처벌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금껏 진보좌파 진영에서는 포털에다 글을 마음대로 쓰고, 이에 대한 포털 책임은 면죄해주며, 개별 네티즌들이 처벌받게 되면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 이번 유민수씨의 내부고발은 바로 이런 수준의 정략적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함께 책임지는 민주주의 사회에 걸맞는 표현의 자유 및 내부고발의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미디어위 공청회 진행 과정에서도, 이창현 위원 등 민주당 측 위원들이 끊임없이 유민수씨에게 모니터링 의무화 등등의 정책적 판단을 강요하는 것을 보고, 솔직히 분노했다. 이들이 과연 표현의 자유나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 의지나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유민수씨는 정책적 판단을 할 위치에 있지 않다다. 자신이 한 행위를 객관적으로 진술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애초에 유민수씨의 증언으로 모니터링 의무화라는 정책적 판단을 할 필요가 없었고, 우리가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도 그런 판단은 묻지 않았다. 다만 게시글이 네이버와 직원들의 상업적, 자의적 판단으로 삭제되는 이런 현실은 바꿔야한다는 명분만 주장했을 뿐이다.
상식적인 판단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유민수씨의 진술을 듣자마자, 포털에 모니터링 의무 면제를 주자는 포털사 직원들 수준의 발언을 할 게 아니라, ‘쥐박이’와 같은 게시글을 무참히 삭제해온 네이버의 행태에 대해 충격을 받고, 이를 어떻게 시정할 것이냐로 논의 초점을 맞출 것이다.
도형래 연구원은 글 뒷부분에 “사용자들에 의해 통제되지 않은 포털사의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현재 개별 포털사의 모니터링 의무에 대해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 대한 모니터링의 기준을 사회적 합의에 의해 정하면 될 것이다”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나는 이런 논의를 해볼 수 있다고 보지만, 과연 무수한 개별 게시글을 일일이 모니터하며, 추천베스트로 뽑아내고 있는 포털사들의 행태로 볼 때, 이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인지 의문이다. 네이버 측에서는 이미 이용자위원회를 구성하였고 진보좌파들이 대거 참여했지만, 포털이 공격받을 때, 칼받이 노릇하는 것 이외에 무슨 사회적 역할을 했다는 말인가.
그래서 나는 유민수씨의 증언에 따르면 네이버 측에서 모든 게시글에 ‘승인’여부를 판단하고 있으니, 이는 마치 인터넷신문사의 시민기자제 운영방식과 거의 유사하므로, 인터넷신문사 수준의 편집 책임을 져야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했던 것이다. 이는 유민수씨의 객관적 증언을 바탕으로 한 의견이었다.
유민수씨가 모니터링 의무화 제도를 반대했는가
미디어위에서는 이런 차원의 논의가 된 것이 아니라, 별 관계도 없는 모니터링 의무화 반대만을 주장해온 것이다. 그러더니 이제 아예 3개월 간 유민수씨의 내부고발을 이끌어내기 위해 법적 책임을 함께 하겠다는 필자에게까지 공격을 시도한다. 한 마디로 진보좌파 진영의 포털 사랑이 너무 넘치다 다들 정신이 돌아버린 게 아닌지 모르겠다.
모니터링 의무화에 대한 나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첫째, 법적 제도화 없이도 이미 포털사는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실제로 모니터링의 기준은 포털사 경영진과 직원들 이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유민수씨는 “전라도 출신이 모니터를 하면 전라도에 불리한 게시글이 삭제되고, 경상도 출신이 모니터하면 경상도에 불리한 게시글이 삭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증언했을 정도였다. 즉 모니터링 의무화가 제도화되면 갑자기 표현의 자유의 수호신인 포털사가 무차별적으로 게시글을 삭제할 거라는 진보좌파들의 포털 사랑은 짝사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포털사는 게시글을 무차별 삭제하고 있고, 지난해 5월 공정위에서는 네이버와 다음이 자사의 서비스에 맞지 않는 게시글을 삭제하는 것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렸다.
둘째, 과연 모니터링 의무화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것은 유권해석이 필요한 문제인데, 결국 법안이 통과되면 시행령으로 구체화하게 된다. 내가 미디어위에 제출하게 될 구체적 시행방안은 일정 규모 이상의 포털 사이트에 한해, 모니터링 요원 24시간 배치, 신고하기 버튼 의무화, 인터넷신문사와 유사한 정도의 편집행위를 하는 경우 모든 게시글에 대한 책임을 질 것 등등이다.
민주당 측 위원들이 주장하듯 모니터링 제도가 의무화되었을 때 모든 게시글을 샅샅이 뒤져야한다는 것은 법안 반대를 위한 과장이다. 물론 입법을 한 사람의 의도가 그럴 수 있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며, 나 역시 모니터링 제도의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할 것이므로, 최소한 미디어위에서 무제한 모니터링 의무화가 결정될 가능성은 없다.
셋째, 대법원 판결은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았을 때도, 제한적 경우에 한해서 포털사가 책임을 지도록 되어있다. 신고없이도 게시글에 책임을 진다면 이는 당연히 모니터링 의무화의 근거가 되고, 대법원 판결이 제한적이라면 모니터링 의무화도 제한적으로 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위에서 제기한 세 가지의 구체적 방법이 바로 제한적 방법이고, 이는 이 사건의 피해자인 김명재씨, 그리고 변론을 맡은 이지호 변호사의 아이디어기도 하다.
우리는 유민수씨가 쏟아낸 주장 중 법적으로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것들을 버리고, 객관적 사실만을 공론화했다. 유민수씨의 생각에 대해 과연 도형래 연구원이 잘 알겠는가 내가 잘 알겠는가. 어떻게 지난 3개월 간 꾸준히 유민수씨와 소통하면서 내부고발을 이끌어낸 사람에 대해 제 3자가 유민수씨의 진의를 왜곡한다는 비판을 할 수 있는가. 다시 강조하지만 제 정신이면 이런 주장 못 한다.
도형래 연구원이 이런 데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는 정치적, 상업적 잣대로 게시글을 삭제하 고 있는 네이버 등 포털에 대해 게시글 삭제 기준을 투명화하도록 강력히 비판하는 게 옳지 않을까? 정책적 판단을 하지 않은 유민수씨의 주장이 바로 이것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유민수씨에게 도형래 연구원의 글을 보여주고, 도형래 연구원과 이창현 위원 등이 정략적 목적으로 유민수씨의 글을 왜곡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고 싶다. 유민수씨가 도형래 위원의 글을 읽고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면 대체 도형래 연구원은 뭐라고 반박할 건가. 내부 고발을 끌어낸 사람의 노력을 함부로 비판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러니까 과연 저들이 내부고발자 보호에 대한 의지가 있기나 하는지 의심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번 유민수씨 건 이외에도 포털로부터 막대한 피해를 받은 김명재씨의 소송 건도 함께 해왔다. 2005년 7월 김명재씨의 포털 피해 건 관련 기자회견과 법적 대응 의사를 밝혔을 때, 미디어오늘 등 진보좌파 진영에서는 내가 경악할 수준으로 우리를 공격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진보좌파 진영에서는 김명재씨 건으로 포털 규제가 강화될까 두려워 온갖 치졸한 방법을 동원하여 김명재씨 건 사건의 의미를 축소하려 했다.
유민수씨 건도 마찬가지라 본다. 어떻게 해서라도 유민수씨의 증언이 포털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모든 정략과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유민수씨가 네이버 측으로부타 임시차단조치를 당한 건조차도 포털 측에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다.
네이버 측이 유민수씨의 게시글을 임시차단조치한 행위에 대해서는 1차적으로 “임시차단 조치를 반대하는 척 하며 표현의 자유의 화신인양 위장하면서, 자사에 불리한 게시글에 대해서는 곧바로 차단해버리는 포털의 이중적 행태”를 비판해야 한다. 정책은 그 다음이다. 정책으로 따져도 임시차단 조치 의무화가 조항이 없는 현재도 바로 포털사들은 이렇게 자사의 이익에 따라서 임시차단조치에 나서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내부고발의 의지가 있었던 유민수씨의 경우 네이버 측이 임시차단조치를 해도, 이에 대한 공론화를 하는데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았다. 왜냐하면 인터넷에서는 널린 게 게시판이며, 차단당한 순간에 곧바로 다른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 되기 때문이다. 임시차단조치를 강화해도, 내부고발의 의지없이 단순히 인신공격을 하는 글을 차단이 되겠지만, 조금이라도 의지가 있다면, 다른 게시판에 작성하던지, 인터넷신문 게시판에 제보해버리면 되기 때문에, 임시차단조치로 내부고발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유민수씨 사례가 입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유민수씨 개인이 공적으로 증언을 했다.
나는 임시차단 조치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방안을 갖고 있지만, 맹목적으로 포털사 직원들의 논리를 되풀이하는 민주당 측 위원들이나 도형래 같은 사람과는 별로 이야기할 생각이 없다. 그래서 내가 묻고 싶은 점은 오히려 큰 차원이다.
법을 완화하면 포털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믿음의 근거는?
나는 여러 사례를 들어서 포털이라는 공간에서는 일체의 표현의 자유가 성립될 수 없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 도형래와 이창현 등은 포털에 대한 규제를 풀면 포털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줄 것이라 굳게 믿고 있는가? 그 믿음의 근거는 무엇인가? 내가 볼 때 포털사의 홍보자료 이외의 근거는 없다.
그렇다면 법제화 없이도 무차별 삭제와 임시차단조치를 자행하는 포털의 행태에 대해서 지금껏 단 한 번이라도 끝장을 보겠다는 자세로 비판한 적 있는가? 본인확인제 입법 없이도 모든 포털 사이트가 주민번호 입력을 강제해왔는데, 이런 포털의 행태에 제동을 걸어본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는가? 본인확인제 의무화를 해제하면 포털사는 앞으로 주민번호 입력을 중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들어본 적 있는가? 싸이월드에서는 무조건 실명으로 글을 쓰게 강제했는데, 마치 익명의 표현의 자유를 위해 태어난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이런 싸이월드에 대해 목숨을 걸고 회원 탈퇴 운동이라도 벌여본 적 있는가?
마지막으로 모든 회원의 권리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보고 있는 포털사를 옹호할 시간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법적으로 여론조성 기능을 부여받은 대한민국의 1200여개에 달하는 인터넷신문 게시판과 블로그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확장해보는 방식의, 포털의 여론독과점 구조를 개혁할 의지가 있는가? 예를 들면 임시차단조치가 강화되도, 미디어스 게시판에 올라온 내부고발의 글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을 테니, 돈벌이로 회원의 게시글을 악용하는 포털에 여론이 모이지 않도록 하고, 미디어스나 빅뉴스로 게시글을 모으면 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왜 표현의 자유를 지킬 의지가 전혀없는 장사꾼들 소굴 속에 들어가서 표현의 자유의 깃발을 들자고 외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창현, 도형래 등등이 이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답을 하지 않기 때문에, 나로서는 진보좌파들이 정략적 목적으로 포털을 예찬하고, 포털을 비호하고, 그들과 운명을 함께 하고 있다고 비판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나는 당신들이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나 내부고발의 진정성을 믿지 않는 것이다. 자신들의 정치세력에 유리한 소수의 게시글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 그로 인해 정치성과 관계없는 무수한 게시글로 인한 피해자의 인권은 충분히 밟아버리고도 남을 사람들이라는 것, 포털피해자모임할 때부터 너무나 뼈저리게 느껴왔다.
그리고 바로 이번 유민수씨의 증언 건조차 정략으로 오염시키는 행태를 보건데, 그 의심은 완전히 확신으로 변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막말로 유민수씨와 2시간 정도 이야기해서 나의 정책적 판단에 동의해달라고 요청해서, 모니터링 의무화 찬성 등 유민수씨가 직접 답변하도록 할 수도 있지만, 나는 당신들과 달리 내부고발자를 철저히 보호하자는 입장이므로 그렇게 하지 않겠다. 즉 미디어위에서 유민수씨에게 쏟아진 정책적 판단 요구에 대해서, 유민수씨는 객관적 상황 설명 이외의 답은 하지 않기로 정한 것이다.
그러나 "변 위원의 이러한 억지스러운 곡해는 선의의 내부 고발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나에 대한 도형래의 비판에 대해서 만큼은 원한다면, 유민수씨에게 직접 답변하도록 요청하겠다. 도형래는 정말 그것을 원하는지, 그리고 유민수씨가 그렇지 않다는 답을 하면 머리 박고 사과할 용의가 있는지부터 입장을 밝혀라.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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