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미디어위)의 민주당 추천 양문석 언론연대 사무총장이, 지난주 회의 때 “올 가을 MBC, KBS, EBS 등 공영방송 이사만 29석이 나온다. 그런 부분에 미련을 두면서 (일부 미디어위원들이) 자신의 활동과 토론 내용을 맞추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밖에선 있다”며 “미디어위원 모두가 향후 1년간 언론 관련 임명직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지 않는 이상 끊임없이 정파적 행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제안했다.
즉 일부 위원들이 언론 관련 임명직에 관심을 보이면서, 추천 정당의 눈치를 보고 있어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양문석 위원의 문제제기에 대해 100% 동의한다. 미디어법 논의와 관계가 없어 보이긴 하지만, 정치권이 임명하는 언론 관련 자리가 너무 많아, 언론정책이 파당적으로 흘러왔던 것은 비단 이번 미디어위 뿐 아니라, DJ정권과 노무현 정권 때도 마찬가지였다. 바로 이 문제를 미디어위 안팎에서 정면으로 논의를 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 당시 임명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민언련
내가 바로 정치권이 임명하는 언론 임명직 자리의 심각한 문제점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던 것은 노무현 정권 때이다. 지금 문제제기를 한 양문석 사무총장이나, 현 언론노조 집행부는 노무현 정권 당시 진보진영 내에서 비주류였다. 주류는 민언련이었으며, 민언련이 언론 관련 임명직에 막강한 영향을 끼쳐왔다. 민언련 출신 치고 작은 위원회라도 한 자리 하지 않은 인사가 없을 정도였다. 특히 현 민언련 공동대표인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신문발전위원회 부위원장직을,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은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아 노무현 정권 하의 언론계의 실세로 군림하기도 했다. 양위원의 소속단체 언론연대의 김영호 대표 역시 노정권 시절 신발위 위원과 신문유통원 이사직을 맡았다. 또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KBS, MBC, EBS 이사직에도 당시 신태섭 민언련 공동대표, 그리고 다수의 민변 측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한나라당 측 위원들이 양문석 위원의 문제제기에 대해 “대체 노무현 정권 때 그렇게 해먹고 이에 대해 반성도 하지 않고 왜 임명직을 맡겠다는 의사표시도 하지 않은 한나라당 측 위원들에 강제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나는 양문석 위원이 적절한 시점에서 문제제기를 한 점에 대해서 동의하면서 논의를 보다 본질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양위원은 처음부터 KBS, MBC, EBS의 이사직을 하나의 전리품 혹은 감투로 보고 있다. 공영방송의 이사직은 감투가 되어서는 안 되고, 국민이 주인인 공적 회사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경영하는 봉사직이 되어야한다는 점에 대해서 다들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자리들이 감투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양위원이 이 문제를 깊이있게 제기하고자 했다면, 노무현 정권 당시 양위원은 아니지만, 그의 동료들이 앞다투어 감투를 써댔던 그 때부터 비판을 시작했어야 했다. 그렇게 했다면 “앞으로 우리는 감투를 쓰지 말자”고 제안할 것이 아니라, “감투가 되지 않도록 장치들을 만들자”는 제안을 해야 했던 것이다.
KBS 사장직과 시청자위원에 지원했던 실크로드CEO포럼
비단 언론 관련 임명직을 떠나, 무수한 공기업 임명직 이사 등에 대한 나의 입장, 아니 71년생 이하 기업가들의 모임, 실크로드CEO포럼의 입장은 이미 정리가 되어있다. 그 동안 국민의 재산인 공영방송과 공기업의 이사직을 감투로 보고 서로 돌려먹기를 해온 이른 386 이전 세대의 그릇된 가치관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겠다. 그 대신 우리 CEO포럼 회원사 내에서 해당 지위에 가장 적절한 사람을 추천하여, 언론 관련직부터 공기업 관련 직에 대해 우리가 해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지원신청을 할 것이다.
이미 실크로드CEO포럼은 지난해 KBS 사장 임명 당시 장원혁 사업기획위원장이 KBS 사업계획을 공개하면서 지원한 바 있다. 또한 이문원 전문위원도 KBS 시청자위원에 지원하였다. 놀랍게도 KBS 측에서는 우리의 지원에 대해 전혀 진지하게 고민하지도 않고 그대로 탈락시켰다. 아마도 KBS 개혁방안에 대해 실크로드CEO포럼 측보다 더 섬세하고 구체적인 경영안을 제출한 후보자가 있었을지 모르겠다.
이번 MBC의 방문진 이사직과 KBS 이사직, EBS 이사직에 대한 우리의 입장도 똑같다. 우리는 뉴미디어 시대에 신 기술과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청년기업가를 추천할 것이다.
특히 이중 방문진의 경우가 더욱 더 절실한 입장이다. 현재 방문진 이사진은 노무현 정권에 가까운 사람들로 구성되어있다. 이들은 MBC가 이토록 편파적으로 왜곡되고, 경영이 부실화될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신경민 앵커 하나 교체되니 부랴부랴 엄기영 사장 해임 건의안을 제출하는 등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의 정도에 어긋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포털에 헐값에 국민의 콘텐츠 넘기는 MBC의 경영행태
더구나 MBC는 방송3사 중 유일하게 포털에 자사 콘텐츠를 헐값에 팔아넘기는 등 엽기적 경영행태를 보이고 있다. KBS가 포털과 모든 콘텐츠 계약을 끊어버렸고, SBS는 자체적으로 인터넷 콘텐츠 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MBC만이 그냥 포털에 국민의 재산인 콘텐츠를 퍼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MBC의 경영 행태에 대해 이미 지난해 밝혀졌듯이 포털 미디어다음과의 이면계약 등이 중요한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 판단한다.
즉 MBC는 국민의 재산인 콘텐츠를 보호하면서, 경영 효율화에 나서야 함에도 사실 상 정치적 판단으로 인해 포털만 살찌우고, 자사는 정치적 반대급부를 받아챙기는 야합을 해온 것이다. 포털과의 야합의 선두에 서있는 MBC ‘100분토론’은 아예 포털용으로 방송을 잘게 잘라서 공급하고 있을 정도이다. 또한 MBC뉴스데스크는 MBC 자체 섹션도 아닌 포털 미디어다음 TV팟의 하청업체 수준으로 모든 뉴스를 공급해주고 있다.
실크로드CEO포럼에서는 8월 방문진 이사직 공모에 인터넷 콘텐츠 분야 및 정책 전문가를 응모시킬 것이다. 내부 논의를 거쳐 MBC는 매우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KBS나 EBS와 달리 회장인 내가 직적 지원할 수도 있다. KBS가 포털과의 관계를 청산한 상황, SBS가 자체 사업을 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MBC와 포털의 야합만 끊어준다면 인터넷 콘텐츠 유통방식이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다. 이는 MBC의 수익도 크게 개선할 수 있으면서도 수많은 인터넷 청년기업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다. 특히 최근 신문사들이 포털로부터 콘텐츠 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는 시대 흐름을 보면 더욱 그렇다.
실크로드CEO포럼은 MBC의 인터넷 콘텐츠 경영정책을 중심으로 철저하게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여, 이를 임명권자인 방송통신위원회 측에 제출할 것은 물론, 사업계획서 전체를 모든 언론과 시민단체에 공개할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측에서 우리의 경영관이 필요하다 공감한다면 임명될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KBS의 사례에서처럼 임명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양위원이 우려하는 대로 우리가 임명되기 위해 한나라당 측의 눈치를 보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절차적으로 합당한 방식은 아니지만, 이번 방문진 이사 건에 한해서는 문제를 제기한 양문석 위원과의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 언론연대 측이 원한다면, 우리 실크로드CEO포럼 측 인사가 방문진 이사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여부를 철저하게 검증할 수 있는 사전 공청회에도 응하겠다.
우리 실크로드CEO포럼 입장에서는 임명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KBS 사장직에 지원한 것도 반드시 KBS 사장을 하겠다는 뜻이 아니었다. 국민의 재산인 KBS의 사장을 하려는 사람들이 대체 무슨 경영관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업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지원과 동시에 사장 공청회를 요구했다.
노정권이 임명한 방문진 이사들은 MBC 경영 부실에 책임져야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직을 지원하면서 얼마든지 MBC 관계자들 및 언론전문가들과 공개토론을 할 용의가 있다. 물론 이사직 임명이 끝나면 우리는 상황에 따라서 MBC 사장직에도 응모할 계획이 있다. 보다 투명한 임용절차를 거쳐 지원자들이 대체 무엇을 하기 위해서 들어가며, 이를 해내지 못했을 때 무슨 책임을 질 것인지 터놓고 이야기해보자는 것이다. 우리의 입장은 어떠한 회사의 이사직이라는 것은 경영에 대해 무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상법상 모든 회사가 마찬가지이다. 우리 실크로드CEO포럼의 모든 청년기업가들은 이렇게 자신이 맡은 회사에 대해 목숨을 걸고 경영에 임하고 있다.
그렇다면 MBC, KBS, EBS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바로 지금까지 이런 임명직 이사직이 감투가 되어버린 이유는 임기 3년 동안 대충 놀고 먹으면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기 때문이다. 책임을 묻기 시작하면 감투 하나 쓰려고 달려들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만약 실크로드CEO포럼 측 인사가 방문진 이사로 임명되면 가장 먼저 밝혀내야할 일은 지금의 노무현 정권이 임명한 방문진 이사들의 직무유기 여부이다. 국민의 콘텐츠가 포털로 빨려들어가고, MBC 부실화가 진행될 동안 대체 이들은 그 동안 고액의 이사 연봉 받으면서 뭐하고 있었냐는 것이다. 새로 임명될 방문진 감사는 지금의 방문진 이사진부터 감사해서 이들의 직무유기에 고의성이 있다면 법적 조치도 강구해야 한다. 이렇게 한 번만 경영 책임을 물어주면 지금의 방문진 이사들처럼 경영도 모르고 뉴미디어 시대의 신기술과 콘텐츠도 모르는 비전문가 정치꾼들은 앞으로 임명직에 지원할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서 EBS, KBS의 임명직의 임용 과정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 믿는다.
나는 양문석 위원이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해주기를 바란다. 미디어위 내에서 시간이 없다면 얼마든지 미디어스나 주간미디어워치의 지면을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렇게 해서 장기적으로는 정치권이 임명하는 자리를 대폭 줄여야 한다. 좌우 양 진영이 노무현 정권 이후 이전투구를 벌이는 이유도 나는 대부분 소수의 엘리트들의 자리 싸움 때문이라 본다. 이런 풍토만 개선되면 극심한 좌우갈등도 쉽게 치유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양위원의 건투를 빈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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