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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과 인터넷 악플에 대한 긴 생각

합리적 소통은 막히고 중증 악플러만 양산되나

* 자유토론방의 훼드라님의 글입니다.

최진실씨 사망으로 인한 충격의 여파와 슬픔이 아직 우리 사회를 잔뜩 감싸고 있습니다. 한편 최진실씨 자살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역시 인터넷의 악플이 꼽히고 있더군요. 이전에 있었던 몇몇 젊은 연예인들의 자살 역시 인터넷의 악플이 주 원인으로 작용했었던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으니, 인터넷 악플러에 대한 처벌의 목소리가 어느때보다 높아지는것은 당연한 일일것입니다.

사실 저도 악플로 인한 피해자라면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가령 저랑 정치성향이 다른 진**리나 우**두에 글을 올릴때 이런저런 악플에 시달렸던 경험이 수년에 걸쳐 여러번 있었으니까요. 아니, 어디 비단 저 뿐이겠습니까. 인터넷에서 논객이나 블로거 활동을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악플로 인해 마음고생하는 연예인들의 심정을 어느정도씩은 이해할것입니다. 그리고 당장 이 글을 올리게 되는 사이트인 빅뉴스 대표 변희재님이나 민족신문 대표 김기백님 역시 악플에 크게 시달린 경험이 있는 분들이기도 합니다.

저는 인터넷을 시작한지 어느덧 10년 가까이에 이르고 그 이전 문자통신 매체였던 pc통신을 사용하던 시절까지 합하면 이와같은 컴퓨터 사이버 공간 문화를 십수년 넘게 지켜본 사람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속된말로 하자면 이 바닥 짬밥이 만만찮은 사람이기도 한데 그런 입장에서 인터넷의 토론문화와 댓글문화가 왜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을 좀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는 어떤 책임감과 의무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pc통신이 우리사회에 보급되기 시작한것을 대개는 90년대 초반 무렵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이텔이 생기기 이전에 케텔이란 매체가 있었고, 뒤이어 생긴것이 하이텔,나우누리등이 pc통신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당시 2,30대 중산층 이상의 대학생,중산층을 중심으로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그 시절 pc통신의 게시판이나 토론문화는 깔끔하고 조용하기만 하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게시판 문화라는것이 근본적으로 ‘ 글 ’로써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야 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한마디로 ‘ 글 ’을 쓰지 않고 눈팅만 하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수가 없지요. 물론 요즘의 인터넷이야 글 외에 그림도 올릴수 있고, 음악도 올릴수 있고, 동영상도 올릴수 있지만 pc통신 시절 주요 표현수단은 역시 ‘ 글 ’이었습니다.

허나 하이텔 초창기시절만 해도 이로인한 문제점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가령 동호회 같은 경우에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게시판에 글을 자주 올리던 회원들은 이미 그런 공간을 통해 친숙해진 사이니까 금방 친해지는 반면에, 눈팅만 하던 사람들은 그간 존재감이 거의 없던 회원들이니까 낯설어하기도 하고 어색해하기도 하는 모습을 종종 보았었습니다.

한편 이런 동호회들과는 별도로 여론광장이니 토론광장이니 하는 곳들은 첫 단추부터 어쩌면 문제가 있었던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pc통신 시절 주 사용연령층은 당시 20-30대였던 6,70년대생. 아무래도 정치성향상 진보적인 경향이 있고, 무엇보다 70년대생은 이른바 386 세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세대 아닙니까. 한편 하이텔,나우누리의 토론광장,여론광장이 활성화되던 90년대 중반은 김영삼 정권의 지지율이 이미 하락세를 보이던 때라, 그 시절 여론광장 게시판엔 정부 칭찬하는 글은 거의 찾아볼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한마디로 토론광장이 진보일색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자연스러운 여건이었다고나 할까요 ? 게다가 한 90년대 후반쯤으로 넘어가게 되면서는 아예 진보성향의 시민단체,정치단체들은 그러한 pc통신 토론광장,여론광장을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거나 지지를 확보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이른바 오마이뉴스니 서프라이즈니 대자보니 하는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생긴 대안언론들의 뿌리가 바로 거기있다 할 수 있을것입니다. 한편 pc통신 시절엔 대체로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통신인들은 토론광장 같은데 정치적 사안에 관한 글을 올린다던가 하는것은 대체로 자제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러잖아도 이미 진보일색이 되어버린 여론광장에서 공연히 왕따당하기 싫어서 그랬던것이라 볼 수 있겠죠. 물론 그 시절에도 소수지만 종종 보수적 경향의 글이나 정부입장을 옹호하는 글을 올리는 용기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 한나라 알바 ’니 ‘ 조선일보 알바 ’니 하는 이제는 친숙해지기까지 한 비아냥섞인 별명이 생기기 시작한것도 그 무렵부터의 일이죠.

조중동 ! 이른바 보수언론 3인방으로 통칭되는 이 세 신문사는 모두 악플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을겁니다. 지금은 상황이 역전되었지만, 진보일색이었던 2천년대 초반. 특히 안티조선 운동이 기승을 부리던 그 시절 조선일보는 물론 중앙,동아일보 댓글은 그야말로 악플천국이었으니까요.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꿈치 하얀것까지 트집을 잡는다고, 정치와 관련없는 사소한 기사에까지 무조건 조중동을 ‘ 수구,친일,사대매국 ’같은 수식어을 붙여대며 욕하는 악플들이 주류를 이루었었죠. 심지어 신문기사를 쓴 기자의 블로그나 개인홈피까지 찾아가 비난 게시물을 올리는 현상도 비일비재했던게 안티조선 운동이 한창 기세를 올리던 2천년대 초반의 인터넷 풍경이었습니다. 그러고보면 확실히 악플러들은 스토커기질이 다분히 있는게 사실인것 같습니다.

헌데 지금은 상황이 역전되었죠. 보수성향 네티즌들이 결집을 시도하고 세를 확산시키기 시작한게 노무현 대통령 당선을 전후한 무렵부터이긴 합니다만, 그것이 노무현 정권 중반기쯤부터는 드디어 인터넷에서 보수-진보의 전세를 역전시켰습니다. 덕분에 요즘 조중동 댓글 풍경은 8년전과 비교해 격세지감입니다. 조선일보 기자가 아침식사를 하는 사진만 올라와도 괜히 ‘ 친일,사대,수구,매국역적 ’이란 댓글을 달던 네티즌들이 있었던게 8년전 조중동 댓글풍경이라면 요즘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귀를 뀌었다는 기사만 올라와도 ‘ 친북, 좌익, 빨갱이 ’ 어쩌구 하는 댓글이 올라오는게 요즘의 조중동 댓글의 모습입니다.

* 개념정리는 정확히 합시다 *

개념정리를 좀 제대로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다들 최진실씨가 인터넷의 악플들 때문에 자살했다고들 하는데, 정확한 원인은 그것때문은 아니죠. 물론 최진실씨 역시 연예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이런저런 악플 특히 이혼을 전후해선 그 문제에 관한 네티즌들의 이러쿵저러쿵 하는 말에 그 누구보다 마음고생 했었던 분이기도 합니다만. 이번 자살사건의 정확한 원인은 안재환씨 자살사건과 관련 난데없이 최진실씨가 연관되어 있다는 악성루머가 인터넷에 퍼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들 아시다시피 그 최초 악성루머 작성자였던 증권사 여직원은 입건되었습니다.

물론 그 악성루머가 인터넷에서 사방팔방으로 퍼졌고, 따라서 최진실씨 관련 악플이 늘어난데도 그 악성루머가 근본적인 원인제공을 한 것이지만 ‘ 악플러 때문에 최진실씨가 자살했다 ’는 것은 정확한 사실관계에선 약간 벗어나있다는 점입니다. 악플과 ‘ 허위사실 유포 ’는 분명 다른 성격의 문제니까요.

앞에서 잠시 pc통신 시절의 게시판 문화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만, 인터넷의 댓글 문화는 게시판과는 분명 성격이 다릅니다. 물론 둘 다 글로써 표현을 한다는 방식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게시판에 글을 쓸때는 자신도 모르게 기승전결의 형식과 논리가 있는 내용을 이루게 됩니다. 하지만 댓글은 50자면 50자 100자면 100자안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야 하는. 직설적이고 단순한 성격을 띠고 있는게 댓글입니다.

물론 게시판이라고 해서 다들 논리정연한 글을 올리는것은 아니고 잡담이나 낙서수준의 글도 많이 있지요. 실제 그런점을 고려해 어느 인터넷 사이트나 동호회든 ‘ 자유게시판 ’은 다 마련되어 있습니다. 어떤 특정한 형식 갖추지 않고 붓가는 대로 아니 키보드 두드리는대로 자기가 하고싶은 표현 그대로 하면 되는데. 하지만 주변에서 보면 실제 인터넷을 처음 접하는 분들은 특히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에는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는 반면 댓글에는 별로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또 이런 측면도 있습니다. pc통신 시절이든 지금의 인터넷이든 아무튼 사이트나 동호회,카페등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면 게시판이든 댓글이든 글을 올려야 합니다. 실제 오프라인 모임이 열리거나 할때 보면 게시판에 글도 자주 올리고 채팅도 자주 하고 그러던 분들은 쉽게 친해지고 융화가 되는반면 눈팅만 하다가 처음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게 되는 분들은 친교에 많은 부담감을 느끼는것을 보았습니다.


* 태초에도 악플은 있었다 *

80년대에 이런 소문들 돌았던것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가령 당시 톱스타였던 영화배우 모양이나 모양에 대한 차마 입에 담기 민망한 괴이한 소문들, 또는 70년대 모 오락프로 진행자로 유명해졌던 방송인이 죽었다는 소문. 그리고 그런 소문들은 대개 직장남성들의 술자리 대화, 또는 중년주부들의 계모임 그런곳에서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유포되고 과장되고 부풀려지곤 했었습니다.

바로 그러한 그 시절의 루머가 오늘날의 인터넷상의 악플이나 악성루머와 무엇이 다르냐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겁니다. 다만 그 시절엔 사람들의 입에서 입을 통해 전해졌다면,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고 과장되고 왜곡된다는 점. 그 차이가 있을뿐입니다. 한번 그 시절 우리네 부모님들이 퇴근후 회식 술자리에서나 친구들 계모임에서 그런 소문들에 대해 친구나 직장동료들끼리 나누었을 대화를 생각해 봅시다. 요즘 인터넷 댓글에서 떠도는 정치인들, 연예인들에 대한 이러쿵 저러쿵 하는 이야기와 크게 다를게 무엇이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옛날에도 없는 자리에선 상감도 욕한다는 말이 있었고, 더 거슬러 원시시대로 간다면 그 시절이라고 해서 부족내 잘나가는 청년이나 이쁜 처자에게 괜시리 험담하는 그런 사람 없었겠습니까 ? 그리고 주위에도 보면 괜히 남 욕하는걸 즐기는 사람 꼭 볼수 있습니다. 심지어 연예계에도 조차 지적을 즐기는 젊은 여자연예인들끼리 만든 ‘ 지즐모 ’란 친목모임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 다만 인터넷이 없던 시절엔 사람들의 입과 입을 통해지던 카더라 방송이나 험담들이 요즘은 인터넷 공간을 통해 옮겨지는 것 뿐입니다.

* 최진실 법 ? 배가 산으로 갈라 ! *

최진실 자살의 원인이 악플러 때문이란 분석 보도가 계속되자, 정치권에서도 보고만 있을수 없다는듯 소위 ‘ 최진실 법 ’을 제정하겠다고 합니다. 결국 기존의 사이버 모욕죄를 강화하거나 실명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될텐데, 하지만 오히려 배가 산으로 갈까 걱정이 되는군요.

지적하고 싶은 문제는 과연 정당한 비판과 악플을 어떤 기준으로 구분할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생각해보면 사이버 모욕죄 귀에걸면 귀걸이요 코에걸면 코걸이가 될 수 있는 법입니다. 예를들어 비리에 연루되어 구속되는 정치인이 있는데 그 사람을 비난하는 댓글이 줄줄이 올라와야 정상적인 사회현상이지 ‘ 아무개 의원님 힘내세요 ! ’같은 댓글이 쏟아진다면 그걸 정상적이라 할 수는 없는것 아닙니까. 연예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라 가령 음주운전을 하다 구속된 연예인한테 ‘ 아무개 오빠 잘 했어요 ! ’하고 칭찬할 사람은 없을것 아닙니까.

특히 연예인에 대해 비판하는 댓글에 대한 문제를 좀 논해보고자 합니다. 연예인에 대해 악성루머나 근거없는 소문을 퍼트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가령 아무개는 노래를 잘한다느니 못한다느니 누구는 연기를 잘하느니 못하느니 이런 이야기는 우리도 일상에서 늘 하는 이야기들 아닙니까. 하지만 연예인 입장에선 자신의 연기력이나 가창력에 대한 왈가왈부까지도 기분나쁘게 들릴수 있는겁니다. 그리고 그 받아들이는 자세는 개인에 따라 천양지차겠죠.

가령 가창력이나 연기력 논란같은 댓글엔 별로 신경 안쓰지만, 악성루머나 근거없는 소문에 대해선 크게 상처받는 연예인도 있을수 있는 반면, 그런 악성루머쯤은 정신나간 자들의 헛소리쯤으로 흘려들어도 가창력이나 연기력 논란에 대한 왈가왈부엔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도 있을것 아닙니까. 예를들어 립싱크를 하는 가수들에 대해선 조용필씨도 “ 그게 노래야 ? 사기지 ! ”라고 극언하신 일도 있습니다. 하물며 ‘ 가수 아무개는 맨날 립싱크만 하더라 ’ 하는식의 댓글까지도 기분나쁘다고 사이버 모욕죄로 고소한다면 그걸 온당한 처사라 할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마침 생각이 나서 얼마전 생겼다는 이른바 ‘ 선플달기 운동본부 ’란 사이트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임원들 면면과 취지문등을 살펴봤는데, 솔직히 이 사람들이 인터넷 문화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고 이런 운동을 하는건지 심각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혹 선플달기 운동을 이전에 존재했던 모 방송사의 ‘ 칭찬합시다 ’ 같은 프로쯤으로 생각하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가령 앞에서 예를 들었던 립싱크 가수에 대해서 ‘ 아무개 언니 ! 노래 진짜 잘 불러요. 짱이에요 ! ’ 이런 댓글만 계속 다는게 진정 그 가수를 위하는 길일까요 ?

* 왜 악플러만 가지고 그래 ? *

저는 악플러를 옹호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저야말로 가령 진***같은 사이트에선 악플에 꽤나 시달렸던 적도 있고, 따라서 한때는 그 사이트에 접속하기 전에 아예 미리 술을 먹고 접속하는게 습관이 되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맨 정신으로 도저히 그 사이트 접속할 용기가 안 났었거든요. 따라서 저는 악플러를 옹호하는 입장에 있을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과연 최진실씨를 이토록 나락에 빠트린 원인이 악플러들에게만 있는걸까요 ? 안재환씨 자살 이후 한달여간 난무했던 각종 추측성 보도와 선정적 기사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광우병 쇠고기 파동때 정선희 발언때부터 지금까지. 그때는 안재환-정선희 부부를 못살게 굴었고 최진실 관련 루머가 흘러나오자 그때부턴 최진실을 못살게 군 기자들입니다. 물론 최진실-조성민 이혼 과정에서도 심리적으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최진실씨를 각종 스포츠-연예신문 기자들은 특종을 잡기위해 쉴새없이 최진실씨를 괴롭혔습니다. 물론 그런 일들은 비단 최진실씨뿐만 아니라 다른 연예인들의 사적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죠.

어쩔수 없는거라고요 ? 기자도 알고보면 월급받아 먹고사는 불쌍한 신세라구요 ? 특종 잡아야 데스크 통과하고 물렁한 기사 내보내면 데스크에서 불호령 떨어지는데 어쩌냐구요 ? 네, 최소한 그걸 인정하신다면 모든걸 악플러 탓으로만 돌리지 마십시오. 특히 인터넷에 난무하는 온갖 악성 댓글이나 악성루머는 주로 무분별한 각종 스포츠-연예신문의 선정적 기사, 추측성 기사들이 주 발원지가 되는 경우가 많으니 입조심들 하란 말씀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런 기사들은 뭔가요 ? ‘ 톱탤런트 A군과 가수 B양이 모텔에서 함께 나오는걸 엊그제 우리 신문사 C 기자가 목격했습니다 ’. 도대체 이게 기사입니까 ? 아니면 독자들 우롱하는겁니까 ? 그러니까 가십기사 아니냐구요 ? 정말 욕 나오게 만드시는군요. 바로 이런식의 가십이야말로 읽는이로 하여금 별의별 상상과 추측을 난무하게 해서 결국 악성루머와 악성댓글의 주요 발원지가 될수 있다는것 생각 못해보셨나요 ? 그리고 대체 이런 가십기사를 자꾸 올리는 이유가 뭡니까 ? 이게 무슨 독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는 겁니까. 결국 인터넷에선 네티즌들 낚고 종이신문은 발행부수 올려보려는 꼼수 아닙니까 ? 정말이지 이런 괜한 야릇한 상상만 부추기는 가십인지 뭔지 하는 기사들은 더 이상 안 봤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인터넷이나 포털같은덴 올리지 마세요 !

* 만연한 불신풍조는 누구 책임 ? *

비리설이 나오면 정치인들이 잘 하는 말이 있습니다. ‘ 하늘에 맹세코 한푼의 뇌물도 받은적이 없다. ’. 하지만 얼마 안가서 그 하늘에 대고 한 맹세가 결국 하늘에 대고 한 제일 큰 거짓말이었음이 들통나고, 그때 생기는 그 정치인에 대한 분노, 배신감. 어디 비단 정치인들뿐입니까. 돈 많다고 으스대는 기업인들, 늘 고고한척 하는 종교지도자들, 대학교수들, 또는 언론인들. 그 사람들이라고 해서 깨끗하지 않다는것.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습니다.

연예계라고 별반 다를바 없지만, 그래도 열애설이 터져나올때 부인하는 연예인의 모습은 애교로 봐줄수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남녀관계는 연예인이 아니라 일반인의 경우라도 유동성이 많고 민감한 문제이며, 따라서 더욱이 연예인이라면 이미지 관리란 측면도 있으니 어느정도 이해해줄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TV나 신문 혹은 공공장소를 통해 접하게 되는 사회지도층 인사의 모습들. 그러다 가끔씩 터지는 우리사회 각계의 부정이나 비리행태들. 꼭 그런것만이 아니더라도 우리사회의 수많은 구조적 모순들. 인터넷의 악플들은 실상 그렇게 불신풍조가 만연하게 된 우리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가령 저만해도 TV에 비쳐지는 연예인의 모습이 과연 진실한 모습일까. 토크쇼 같은데 나와 눈물을 흘려도, 또는 요즘 대세인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 같은데 나와 털털한 모습을 보여도, 과연 저게 정말 진실한 모습일까. 혹 저것도 전부 사전에 미리 짜여진 각본은 아닐까 의심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그래서 더 문제인 ‘ 최진실 법 ’ *

그래서 ‘ 최진실 법 ’을 만들겠다는 정치권의 의도는 더더욱 문제라는 겁니다. 결국 사이버 모욕죄의 처벌규정을 강화하거나 혹은 인터넷 댓글에 실명인증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되는것 같은데. 오히려 진짜 중증의 악플중독자만 기승을 부리고 정당한 비판을 하는 댓글문화는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실상 악플을 다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일상을 살다가 간혹 인터넷에 올라오는 기사를 보고 한두줄 짧게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것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알콜중독자도 있고 마약중독자도 있는데 ‘ 악플중독자 ’라고 왜 없겠습니까 ? 생각해보십시오. 마약중독자는 약값을 벌려고 강도짓까지 한다면서요 ? 하물며 악플중독자가 실명제를 강화한다고 안할것 같습니까 ? 가령 해커를 보십시오. 방화벽을 쌓고 별의별 대비를 다해도 기어이 해킹을 해 사이트를 망쳐놓는 모습을. 작정하고 나쁜짓 하는 사람에겐 별의별 수를 다 동원해도 방법이 없습니다.

따라서 사이버 모욕죄 처벌규정을 강화한다던가 인터넷 댓글에 실명인증제도를 부여하는것은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만 위축시킬수 있다는 말입니다. 가령 댓글 하나하나마다 일일이 실명인증과정을 거치게 되면 소소한 일상인들은 귀찮아서라도 더 이상 댓글을 달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저 단 한두줄만이라도 인터넷상에서 자기표현을 해보고 싶었던 사람들, 악플러긴 하지만 그저 인터넷 기사 보고 한두줄 자기 느낌을 표현한것에 불과한 온건한(?) 악플러들은 사라지고 진짜 중증의 악플광인들만 활개치고 돌아다니게 될지도 모릅니다.

더욱이 그런식의 문화는 대중예술계의 발전마저 저해하는 요인이 될 지 모릅니다. 거기에 만약 무조건 칭찬만 하자는 선플운동까지 가세하게 된다면, 결국 인터넷 댓글은 양극화가 되겠죠. 악플광인들과 무조건 칭찬하는 선플러들로. ‘ 아무개 걘 연기 못하더라 ’ 하는 한두줄의 짧은 비판마저 사라진 인터넷 문화가 과연 진정으로 대중예술인들을 위하는 길일까요 ?


* 글의 독(毒) *

최진실 자살 사건에 대해 언급한 인터넷 각종 사이트나 웹진의 논객분들의 글을 보았습니다. 역시 대다수는 최진실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악플러들에 대해 비난하며 최진실씨의 명복을 비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악플러만 사람을 죽일까요 ? ‘ 아무개 걘 노래못해 ’ 하는 한두줄의 즉흥적으로 쓴 짧은 댓글보다 오히려 조목조목 논리와 기승전결을 갖추어 쓴 장문의 비판글이 오히려 연예인 당사자에게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생각해보지 않으셨나 모르겠습니다.

저도 명색이 인터넷에서 글을 쓰는 문사(文士)로 몇 년 활동하다보니, 그런 점을 느낄때가 많습니다. 글이란 천사를 악마로 만들수도 있고 악마를 천사로 만들수도 있는 요물이구나 하는 것을요. 선비의 나라요, 문사의 나라란 역사와 전통을 갖고잇는 민족이라서 그런지 우리민족은 정서적으로 ‘ 글쓰는 일 ’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갖고 있는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을 간혹 해보게 됩니다.

간단하게 예를들어 김일성,김정일을 온갖 화려한 미사여구로 찬양한 북한의 선전책자들을 보십시오. 글이 악마를 천사로 만들수도 있고, 천사를 악마로 만들 수 있는 요물이자 독일수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 ‘ 궤변 ’이란 말이 왜 있겠습니까. ‘ 내가 박태환과 수영시합을 할때 만약 내가 박태환보다 10m 앞서 출발하면 박태환은 나를 영원히 따라잡지 못한다 ’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누가 봐도 말이 안되는 소리를 어설픈 잡학다식을 긁어모아 그럴듯한 논리를 갖다 붙이면 말이 되게 만들 수 있는. 바로 그런 요물이 글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역사속에서도 우린 간신의 모함을 받아 사약을 받거나 귀양을 간 충신들의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때 충신을 모함했을 수많은 대소신료나 유림들의 상소또한 천사를 악마로 바꾼 사례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것도 고금의 역사와 학문 그리고 온갖 고전과 철학을 모두 동원해 만든 장강의 흐름과도 같은 모함의 상소문이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 글이란 요물을 악용 천사를 악마로 바꾼 사례며 곡학아세요 혹세무민이 아니고 무엇이었겠습니까.

인터넷에서 종종 논객이나 인기 블로거들을 접하다보면 그분들에게서 가끔 어떤 우월의식같은게 느껴질때가 많습니다. ‘ 난 눈팅이나 하는 다른 허접한 네티즌들이나 또는 악플이나 다는 저속한 부류들과는 달라 ’. 네, 사실 그분들 대단한 분들입니다. 어쨌든 역사가 되었든, 철학이 되었든 혹은 요리나 패션이든 증권이든 경영이든 다 각자 나름대로의 전문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춘분들 아닙니까 ?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인터넷에서 ‘ 글쓰는 일 ’을 하는 사람이라면 글은 천사를 악마로 바꿀수도 있고 악마를 천사로 바꿀수도 있는 요물이 될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겸양하며 스스로를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pc통신 초창기 하이텔이나 나우누리 프라자 공간은 젊은 세대에게 해방공간이었습니다. 어찌되었든 우리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일정부분 제한되었던 시절이 있었고, 따라서 젊은 대학생들이 통신이란 공간을 통해 정치인이든 다른 힘있는 권력자든 마음놓고 날선 비판의 글을 쓸수도 있는 공간. 어쩌면 컴퓨터가 그리고 pc통신이나 인터넷같은 사이버 공간이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하게 만들어 줄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져다 주었고 그로 인한 희열. 적어도 90년대 pc통신 시절은 그러했습니다.

최진실씨의 자살사건으로 악플러들이 또한번 비난의 단두대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정치권에서도 최진실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하니, 만약 그것이 제정되고 시행된다면 어찌되었든 인터넷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부분적으로 위축될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 불량한 네티즌들을 말끔히 청소하는 순기능이 되어줄지, 아니면 그나마 한두줄 인터넷에서 짧은 표현을 하던 평범한 사람들마저 심리적으로 위축시켜 건전한 토론문화나 정당한 비판문화는 위축시키고 오히려 중증의 악플광인들만 더 날뛰게 만들지는 두고보아야 할 문제인것 같습니다.

하지만 긴 글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작금의 인터넷 악플러 현상은 비단 그들만을 탓할 문제가 아닙니다. 어쩌면 이것은 첫단추부터 잘못 채운 초창기 pc통신 시절의 게시판 문화, 사이버 문화에서부터 비롯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인터넷이 보편화 된지 어느덧 10년 가까이 되어가고 pc통신 시절까지 합하면 어느덧 20년 가까이가 되어가는 컴퓨터 사이버문화입니다. 하지만 전 최진실씨 자살사건을 놓고 단순히 악플러만을 탓하기 전에, 처음부터 뭔가 잘못된 부분이 있었고 그것이 pc통신 시절부터 20년 가까이의 세월이 흐른 지금의 인터넷 문화를 낳았다는 생각에서 오히려 이 부분에 대한 총체적인 논의를 좀 해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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