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기타


배너

'파블로프의 개와 콜럼버스의 달걀'


 러시아의 생리학자인 파블로프는 인간의 학습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이론중 ‘행동주의’ 이론을 주장한 학자다.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설 행동이론은 간단히 ‘모든 반응이 자극에 의해 유발된다’고 가정한다. 그는 개(犬)를 이용한 실험에서 개에게 먹이를 줄 때 마다 메트로놈 소리를 들려줬고 나중에는 메트로놈 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리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내 이를 증명했다.
 
 이는 일종의 세뇌와 같다. 반복적인 자극이나 학습에 의해 감정이나 행동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파블로프의 학습효과는 ‘라마즈 분만법’이라는 것에 응용되기도 한다. 출산에 따르는 고통과 두려움을 출산은 아름다운 것이며, 고통스럽지 않다는 자극을 산모들에게 계속적으로 주입시킴으로서 실제 분만시 통증 완화와 더불어 순산을 돕는 역할을 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한 사람이다. 당시 이를 시기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의 탐험과 발견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했고, 이에 콜럼버스는 그들앞에 삶은 달걀을 내보이며 이를 세워보라고 말했다. 어느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콜럼버스는 달걀의 밑부분을 깨트려 책상위에 세웠다. ‘발상의 전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콜럼버스의 예는 쉬워보이는 일들도 다수에게 알려지기 전까지 간단치 않은 일이란 사실을 보여준다.

 현존 경제학은 그 패러다임에 큰 변화 없이 ‘애덤 스미스’ 이후 200여년을 이어오고 있다. 무려 2세기를 이런 조건 반사에(세뇌) 길들여진 현존 경제학의 입장에서, 그리고 그것을 교과서를 통해 배워온 우리로선 현존 경제학에 의한 설명과 이해만이 타당하다고 믿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한 면 밖에 보지못한 재경부의 환율방어 정책

 지난 재경위 국감에서 거론된 ‘외평기금 문제’가 바로 그 좋은 예이다. 참여정부는 경제가 침체를 거듭해 소비와 투자가 줄자 경제회생의 유일한 돌파구가 수출이라고 생각했다. 수출이 꾸준히 늘어야만 그나마 내수부족을 메울수 있다고 판단한 정부는 환율을 일정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외평기금으로 한계가 있자 국채를 발행해 환율을 방어했고, 외환거래법상 금지되어있는 파생상품(NDF)에 까지 개입했다. 또한 국민연금과의 스왑거래까지 동원해 환율방어에 총력을 기울였다. 환율을 끌어올려야(수출 가격이 싸야) 수출이 잘될것이라는 ‘파블로프의 학습효과’에 매여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를 결정하는 조건으로 ‘가격’만 고려하지는 않는다. 실생활에서도 볼 수 있듯이 물건의 ‘품질’은 가격 못지않은 중요한 고려 요소다. 그 외 ‘애프터 서비스’ ‘주위의 평판’ ‘향후 가격동향’ 기타 등등 많은 고려 요인들이 있다. 그러나 정부는 수출을 늘리는 길은 가격을 떨어뜨리는 방법 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다음 표를 한번 보도록 하자. 

년도

경상수지

환율

1990

-2014

707.8

1991

-8417

733.6

1992

-4095

780.8

1993

821

802.7

1994

-4204

803.6

1995

-8665

771.0

1996

-23120

804.8

1997

-8287

951.1

1998

40371

1398.9

1999

24522

1189.5

2000

12251

1130.6

2001

8032

1290.8

2002

5393

1251.2

2003

11946

1191.9

2004

28174

1144.7

2005

16558

1024.3

 


주) 한국은행:경상수지(백만달러),년 평균환율(원)
 
 지난 90년 이후 환란 직전인 96년 까지를 살펴보면 93년 잠깐 국제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경상수지는 계속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더구나 93년 이후는 적자규모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환율은 거의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적자가 늘어나면 환율이 자연스럽게 올라가는게 정상인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환율방어를 했기 때문이다. 당시 ‘문민정부’는 ‘세계화’ ‘OECD가입’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국제수지 적자가 계속 커지는데도 환율을 억지로 방어했다. 그 후유증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IMF환란’이다. 

 반면, 환란 이후인 98년 부터는 환율이 큰 폭으로 인상되어 국제수지가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며 2005년 현재까지 8년 간의 흑자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흑자규모나 햇수에 있어서 사상 초유의 일이다. 국제수지가 이런 흑자행진을 이어오고 있는데도 2004년(1144.7원) 환율 수준은 99년(1189.5원)과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2001년과 2002년에는 1200원을 훌쩍 넘는 모습까지 보였다. 과연 이런 흐름을 정상적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정부는 환율방어를 꾸준히 지속했다. 정부의 환율방어는 2004년 말에 들어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환율이 단기에 급락하며 2005년 평균 1024원 까지 하락했고, 2006년 11월 930원대 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환율방어의 후유증으로 외평기금(한국은행 손실분 포함)은 22조원이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데 있다. 외평기금 손실은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향후 환율이 더 떨어진다면 늘어날 손실규모는 짐작이 되지 않을정도로 커질 수 있다. 국가 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수도 있는 문제다.

 더 커다란 피해를 가져오기 전에 사건을 은폐하려고만 하지 말고 적극적인 대책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파블로프의 학습효과’에 매몰되지 않은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발상의 전환을 정부 당국이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