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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통권 단독행사, 시기 못 박으면 안 돼

박용옥 전 국방차관 "연합사 해체하면 전쟁억지 불가능

 박용옥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육사 21기 출신으로 27년간 군에 재직하면서 국방대학원 군사전략연구실장, 국방부 군비통제관, 남북고위급회담 군사분과위원장, 주미대사관 국방무관,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국방부 정책차관보,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을 거쳐 지난 1999~2000년 국방차관을 역임한 후 예편했다. 

 특히, 서울대 문리대 수학과(학사)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석사)를 거쳐 미국 하와이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미국 랜드연구소 초빙연구원으로 근무하는 등 군 내에서 손꼽히는 미국 전문가로 알려져있다. 특히,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국방차관을 지내 북한문제에 대해서도 남다른 식견을 갖고 있다. 현재는 후학 양성에 주력하는 가운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에 칼럼을 게재하는 등 왕성한 집필 활동도 펼치고 있으며, 선후배는 물론 군 내외로부터 신망이 높은 군 원로이다.


 업코리아는 지난 20일 박용옥 전 차관을 만나 최근 국가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전시작통권 환수 문제와 관련해 견해를 듣기 위한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대담에는 이진우 업코리아 편집국장이 참여했다.<편집주>


 문)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논란으로 국론 분열이 매우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미 행정부가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미군 재배치 작업을 진행중에 있으며, 주한미군 역시 이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만큼 '작전통제권 이양'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며, 이에 대한 찬반 보다는 어떻게 이양받을 것이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동의하십니까?

   
   박용옥 전 국방차관

 박용옥) 그것은 말 장난에 불과합니다. 미군 재배치는 국제정세의 변화에 맞추어 상시적으로 이루어져온 것이며, 이를 '작전통제권 이양' 문제와 결부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기본적으로 미 행정부는 전시 작전통제권을 항구적으로 보유할 의사를 전혀 갖고 있지 않습니다. 카터 행정부 당시인 1970년대 중반과 클린턴 행정부 당시인 1990년대 중반에도 주한미군 감축 및 작전통제권 이양을 추진한 사례가 있습니다. 


 미국은 1989년부터 동아시아주둔 미군의 장래에 대한 검토를 본격적으로 수행하여 주한미군 3단계 철수계획을 수립하고 이와 함께 한미연합사 체제의 개편도 구상했었습니다. 당시 계획에 따라 1단계(1990~92)로 주한미군 7,000명이 감축되었으나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 연합사 해체, 사실상의 주한미군 전면 철수 등 2단계(1993~95)와 3단계(1996년 이후) 로드맵은 북핵 위기로 인해 그 실행이 전면 유보되었습니다.  


 그 대신 1990~94년 사이에 한미 양 군사당국 간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1993년 3월 군사정전위원회 대표에 한국군 장성 임명, 같은 해 10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배책임 한국군 담당, 1992년 7월 한미 야전군사령부(CFA) 해체, 같은 해 12월 지상구성군사령부 설치 및 한국군 장성 사령관 보임, 그리고 1994년 12월 평시 작전통제권 이양 등 여러 조치들이 원만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당시의 상황이 지금과 얼마나 다른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즉, 미 행정부의 주한미군 감축 로드맵이 한국정부와 긴밀한 협의 하에 추진되었고, 그러한 과정에서 1994년까지의 한반도 안보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본 결과 로드맵 이행이 어렵다고 판단, 2단계와 3단계 계획 자체를 전면 유보하게 된 것입니다. 다시 말해 노태우 정부 당시 한미 양국은 한반도 안보위협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일치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평시 작전통제권 이양을 비롯한 제반 조치들이 매우 원만하게 처리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노무현 정부는 어떻습니까? '주적' 개념에 있어서 한국과 미국의 시각이 일치합니까?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이라 했고, 라이스 국무장관은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했는데 한국정부는 북한이 '주적'이 아니라고 합니다. 한반도 안보 위협에 대해서도 한국과 미국은 전혀 시각이 다릅니다. 미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부르짖고 있는데 노무현 정부는 북한 미사일이 위협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한반도 안보에 대해서 협의할 수 있을 것이며, 무엇을 어떻게 원만하게 처리하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바로 이와같은 점 때문에 노무현 정부가 노태우 정부를 예로 들면서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것은 '말 장난' 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부모와 자식간의 깊은 신뢰관계를 바탕에 깔고 성인으로서의 독립을 말하는 것과, 자식이 이미 가출한 것을 전제로 마지못해 독립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떻게 같습니까? 전자의 경우 바깥 세상이 너무 험악하여 결국 독립을 나중으로 미루게 되었지만 후자의 경우 상황이 더욱 나빠졌음에도 불구 독립을 미룬다고해서 집 나간 자식이 다시 가족에게로 돌아올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입니다.


 문) 지금의 한미관계를 어떻게 진단하고 계십니까?


 박용옥) 기본적으로 한미동맹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가지 사항을 정확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한미동맹은 미국 군사전략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우리 자신의 선택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1950년 6월 25일 이루어진 북한군의 기습 남침입니다. 1949년 500여명의 고문단 요원만 남겨놓고 완전 철수했던 미군이 6.25를 계기로 다시 유엔군의 일환으로 한반도로 진군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6.25 전쟁이 완전한 평화를 회복하지 못하고 휴전상태로 종결되자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에 강력히 요구하여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였던 것입니다. 미국은 이 조약을 근거로 한반도에 군사력을 주둔시키고, 한국은 이를 바탕으로 국군 건설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과 현 한미동맹체제는 미국이 자신의 국익을 도모하기 위해 한국이 허약할 때 한국을 강요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 반대로 한국이 6.25 전쟁 종결 후 미국정부에 강력히 요구하여 이뤄낸 국가 생존전략으로서의 선택인 것입니다. 한미동맹을 통해 미국이 얻는 국익을 굳이 말하자면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것이고, 이를 통해 동북아에서의 군사패권주의를 막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한미군은 그 후 50여년 동안 한반도 전쟁 억제를 보장해왔고, 한국 국방의 결정적인 지원 역할을 해왔습니다. 앞으로도 주한미군은 한반도 평화통일 과정에서 없어서는 안될 지원세력으로서, 또 통일 후에는 지역안정 세력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보장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우리의 동맹 전력인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위치에 있는 주한미군이 지금 한국 내 친북·좌파·반미 운동권 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고, 서울 용산기지는 24시간 한국 경찰 병력에 의해 보호받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놓여있는 실정입니다. 

둘째, 작전통제권은 국가주권과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지휘권(command authority), 작전지휘권(operational command authority), 작전통제권(operational control) 등은 모두 군사용어입니다. 간략히 말해서, 지휘권은 군대의 양병(養兵)·용병(用兵) 모두를 관할하는 주권적 권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전지휘권이나 작전통제권은 전장에서 작전업무 수행을 위한 부대통제 개념이며, 주권과 관련되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군의 6.25 기습남침 약 3주후인 1950년 7월 14일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의 맥아더 장군 앞으로 "현 적대상태가 계속되는 동안, 한국군에 관한 일체의 '지휘권'을 유엔군사령관에게 이양한다"는 서한을 보냈습니다. 이 서한을 받은 맥아더 장군은 7월 16일 '작전지휘권'을 수임한다는 답신을 보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이 대통령이 '지휘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 맥아더 장군은 '지휘권'이 아닌 '작전지휘권'이라는 용어로 수정하여 답했다는 사실입니다. 즉, 주권과 관련되는 한국군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라 침략군을 격퇴하기 위한 군사작전 임무 수행을 위해 한국군에 대한 '작전지휘권'을 행사한다는 유엔군사령관으로서의 위치를 분명히 한 것입니다. 


 셋째, 작전통제권의 변천과정으로 볼 때 이는 미국의 한국군 지배 개념이 아닙니다. 전쟁은 1953년 7월 27일 휴전으로 종결되었고, 한국의 요청으로 1953년 10월 1일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해인 1954년 11월 17일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대한 합의 의사록이 체결되면서 "유엔군사령부(UNC)가 한국의 방위를 책임지는 동안 한국군을 UNC의 '작전통제' 하에 둔다"고 명시함으로써 '작전지휘권'은 다시 '작전통제' 개념으로 축소되었습니다. 


 1961년 5월 26일 국가재건최고회의와 유엔군사령부는 유엔군사령부의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 범위를 다시 축소 조정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즉, 특전부대 등 일부 한국군 부대들을 유엔군사령부의 작전통제 범위에서 해제한 것입니다. 이는 유엔군사령부의 국내문제 간섭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또한 1968년에는 '1.21 사태'를 계기로 '대간첩작전'을 위한 작전통제권이 한국군으로 완전히 이양되었습니다. 

1978년 11월 7일 한미연합군사령부(CFC)가 창설되면서 유엔군사령부의 작전통제권은 다시 한미연합사로 이양됨으로써 한미 '공동 작전통제' 체제로 발전되었습니다. 유엔군사령부와 한미연합군사령부는 법적으로 별개의 군사기구이지만 상호 지원·협조 관계를 유지하며, 유엔군사령관은 한미연합사령관에 대해 지시권한을 보유토록 했습니다. 이는 휴전협정 관리책임을 지는 유엔군사령관에게 평화유지를 위해 필요시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세가지를 놓고 볼 때에 노무현 정권이 명분으로 삼는 '주권 회복'은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임을 알 수 있습니다. 청와대의 표현대로 작전통제권을 '환수'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멀쩡히 잘 행사하던 것을 미국이 강제로 '탈취'해갔어야 하는데 그러한 과정이 전혀 없었을 뿐더러 최소한 세차례에 걸쳐 주한미군을 철수시켰거나 철수하려고 계획했던 것을 우리가 강력히 요청하여 계속 주둔하게 된 것입니다. 보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6.25전쟁 이전에는 앞서 이야기한 '지휘권', '작전지휘권', '작전통제권' 등에 관한 개념조차도 우리는 몰랐었던 것이 냉엄한 현실입니다. 이승만 대통령과 맥아더 장군간에 오간 서신들이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애초부터 작전통제권을 빼앗으려는 마음도 먹지 않았거니와 우리 정부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전시 작전통제권에 대해서만 한국군과 공동으로 행사해온 것이었는데 그것을 이양하는 것을 '환수'라는 개념으로 표현하고, 더욱이 그것이 '주권회복'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 분통 터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작전통제권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한 것은 노무현 정권을 향해 경고한 것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권은 도리어 이 말을 한나라당과 보수단체들을 향해 들이대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도 이만저만한 것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부시 행정부는 현재의 한국 정부와 한반도 안보에 대한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고 봅니다. 북한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에 대해 경계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한국 정부는 그와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과 일본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전제로 한미일 삼각 안보동맹을 공고히 하려고 하는데 한국 정부는 연일 일본 때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북한에 대해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으로 미국 정부는 보고 있는데 한국은 무조건 당근만 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상황이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계속 지속되다보니 미국이 지치기 시작했고, 결국은 양국간 신뢰관계에 금이 갈 수 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지금이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주한미군 감축으로 가야 될 시기가 아니라는 것은 부시 행정부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 작전통제권 조기 이양'을 추진하는 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 '주적' 개념이 다르고,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시각과 평가가 다른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한미동맹 관계가 원만하게 작동되기가 어렵다고 판단하였을 것이라는 점이고, 둘째, 한국에 대한 배려(favor) 차원에서 유지되어온 한미동맹 관계를 보다 엄격하고 냉정한 'give and take'(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음 받는)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한국정부와 한국 국민에게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는 동시에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이익을 찾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미국이 궁극적으로 한반도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우리(we)의 입장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생각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너(you)와 나(I)의 입장에서 그때 그때의 상황을 감안하여 돕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 만큼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작전통제권 이양과 연합사 해체는 바로 이를 위한 사전작업인 셈입니다.


 문) 그렇다면 작전통제권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합니까?
             


 박용옥)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이 10월에 열리는 한미 SCM회의에서 구체적인 시한을 못박지 않고 '한반도 안보 상황이 호전되었을 경우'라는 전제조건을 달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 다음과 같은 몇가지 점들을 감안하면서 대미 협의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첫째, 2005년 2월 10일 북한의 핵보유 선언은 한반도 군사환경의 질적 변화를 시사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북한은 지난 10여년간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관한한 철저하게 외부를 기만하면서 비밀개발 활동을 계속해왔습니다. 2.10 핵보유 선언과 금년 7월 5일 미사일 무더기 발사 사태는 한반도가 이미 핵무기 지대로 변화되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핵무장 군사력과 재래식 군사력은 결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한반도 군사안보 환경 하에서 전시 작전통제권 조기이양을 통해 한미 연합억제 태세를 약화시킨다면 이는 대북 억제태세를 완전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8월 9일 노대통령이 피력한 작전통제권 관련 발언에 대해 8월 10일 역대 국방장관 및 군 원로들이 작전통제권 환수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조기 환수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입니다.


 둘째, 작전통제권 환수는 한미 양국간 충분한 사전협의, 완전한 상호이해, 굳건한 동맹의지, 확고한 상호신뢰 등이 전제되는 가운데 추진돼야 합니다. 그러나 조기 환수 시에는 이러한 전제가 충족될 수 없을 것입니다. 특히, 반미와 반일 분위기 하에서 작전통제권 환수가 추진된다면 이는 주한미군 철수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또 작전통제권 환수를 전후한 협조가 미흡하게 되어 한국군의 대북 취약성이 노출되는 기간이 그만큼 길어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셋째, 북한 핵문제 해결 전망이 계속 불투명하거나 또는 북한 핵보유가 기정사실화되는 가운데 작전통제권마저 환수된다면 한국군의 독자적 대북억제력 확보는 '국방개혁 2020'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 하더라도 결코 기대할 수 없게 됩니다. 이 경우 북한과의 군사회담도 무의미해지며, 북한측으로부터 "남한은 북한의 '선군정치'의 보호 아래 있다"는 공갈·협박이나 듣는 처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넷째, 작전통제권 환수는 조기든 장기든, 일단 이루어지면 연합사 해체와 아울러 유엔군사령부의 해체나 개편을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현재 연합사와 유엔사의 관계는 작전통제권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유엔사령부가 해체되는 경우라면 북방한계선(NLL)의 선포 주체가 소멸되기 때문에 북한군은 이를 구실로 NLL의 폐기를 주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물론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의거하여 NLL의 유효성을 주장할 수 있지만, 북한이 이를 받아들인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다섯째,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는 또한 오랜 한·미·일 협력관계를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며, 한미관계와 한일관계는 미일관계의 하위 개념으로 약화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한국의 역내 입장이나 위상은 상대적 약자의 입장에서 다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문) 일각에서는 작통권 반대론자들을 가리켜 한국군의 능력과 역할은 과소평가하고 있고, 북한의 위협은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말 그런 것일까요?


 박용옥)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8월 9일 연합뉴스와의 특별회견에서 "(전시 작전통제권은) 지금 환수되더라도 국가안보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한국군의 역량도 충분하고 한미동맹도 흔들리지 않는다...작전통제권이야말로 자주국방의 핵심이며,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꼭 갖춰야 할 국가의 기본요건"이라는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노 대통령의 자주국방과 작전통제권에 대한 이런 시각은 몇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우선 노대통령은 국방의 핵심이 '작전통제권'보다 '전쟁억제'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작전통제권은 전쟁 억제에 실패했을 경우 전투행위의 효과적 수행을 위해 행사되는 통제개념에 불과합니다. 노대통령은 또한 군사력의 '전투수행' 역량과 '전쟁억제' 역량이 별개의 것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군의 군사역량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강화되었다고 해서 대북 전쟁억제 역량도 그만큼 강화되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입니다. 북한의 핵무기,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와 다양한 운반 및 침투수단을 생갹해야 합니다. 


 또한 앞으로 한미 양국 군이 각각 별개의 독립적인 작전통제권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전시에는 상호 작전협조와 필요시 군사력의 통합 운영을 위해 작전통제선의 단일화가 불가피해질 수도 있고, 또 효과적 전투수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단일화되어야 합니다. "두명의 똑똑한 지휘관 보다는 한명의 어리석은 지휘관이 낫다"는 것이 군사학의 기본 아닙니까? 노대통령은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작전통제권 환수 요구가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준비된다면 언제든지 단독행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작전통제권입니다. 만일 작전통제권 때문에 한국군이 발전해야 할 만큼 발전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한국군 지도자들이 책임져야할 문제이지 작전통제권에게 그 책임을 돌릴 성질의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현 작전통제권의 한미 공동행사 체제를 군사주권 상실로 생각하거나 '위헌적인 비정상적 상태'로 규정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입니다. 


 자주국방의 핵심은 작전통제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쟁 억제에 있습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최선의 국방정책은 전쟁억제를 보장하는 한미연합 군사태세를 유지하면서, '국방개혁 2020'의 적극 추진을 통해 노대통령 자신의 말대로 한국군을 '세계 최고수준의 군대'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작전통제권 환수를 추진해도 늦지 않습니다. 


 문) 일각에서는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가 '동북아 균형자론'과 '자주적 협력국방'이라는 참여정부 외교노선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용옥) 최근 동북아 정세의 기본 흐름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역내 주요 당사국(player)들이 서로 양자 및 다자 협력관계를 더욱 긴밀히 해가는 추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역내 강국관계의 이러한 기본 흐름은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견제와 협력'의 상호작용 구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금년 7월 18일 미국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궈보슝(郭伯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은 워싱턴에서 미·중 합동 해상구조 훈련에 합의했습니다. 이는 1949년 중국 건국 이래 처음으로 양국 군 차원의 공동훈련 실시에 합의한 것입니다. 


 금년 5월 일본 해상보안청과 러시야 해양 국경수비대도 해상테러 대비태세 점검을 위한 합동 해상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중국·러시아도 작년 8월 1차 합동군사훈련 '평화사명 2005'를 실시한데 이어 금년에도 2차 합동훈련을 하기로 지난 7월 6일 합의했습니다. 


 중국과 일본 또한 서로 우호관계 촉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총리 취임을 목전에 두고 있는 아베신조(安倍晉三) 자민당 총재가 연내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또한 8월 21일부터 사흘간 열린 중앙외사공작회의에서 '조화로운 세계 건설'을 신외교전략으로 제시함으로써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대결보다는 조화의 외교를 추진하겠다는 중국 제4세대 지도부의 새 국제관을 내비쳤습니다. 

 다자관계 측면에서도 이들 주요 강국들 간의 상호 견제와 협력의 역동성은 특히 북한 핵 미사일 문제 처리 과정에서 극명하게 나타났습니다. 


 작년 9월 4차 북핵 6자회담에서 대북압박에 비중을 둔 미국·일본의 입장과 이를 견제하는 중국·러시아의 입장이 절충되어 합의된 결과가 '9.19 공동발표문'이라면, 지난 7월 5일 북한 미사일 발사 사태와 관련하여 유엔 안보리가 7월 15일 만장일치로 채택한 대북제재결의안 1695호는 미국과 일본의 대북압박 입장에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주변 강국들은 현안 이슈별로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견제와 협력을 적절히 구사해 나가되, 결국은 절충과 타협을 이루는 행동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역내 강국관계의 기본 흐름과는 달리 노무현 정부는 이웃 우방인 일본과는 일전불사의 자세로 대립 각을 세우고, 오랜 전통적 혈맹인 미국과는 거리를 두지 못해 안달하는 모습입니다. 북한 핵 및 미사일 문제와 관련한 한국정부의 어정쩡한 입장도 바로 여기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미국과 일본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대북압박도 동시에 구사하려는 입장인데 반해, 중국과 러시아는 문제의 조기 해결보다는 이를 대미 견제전략의 일환으로 활용하는데 더 관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북핵 제거'를 목표로 한다면 미·일편에 서는 것이 타당하나, 오히려 북한을 두둔하는 중·러편에 더 가까이 서있습니다. 어느 면에서는 '양다리 걸치기' 식의 중간 입장인 셈입니다만, 이런 입장은 어느 쪽으로부터도 신뢰를 받을 수 없습니다. 


 한국정부에 대한 이러한 국제적 불신감이 지난 7월 15일 유엔안보리 대북결의안 1695호 채택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북한 제재의 길을 열어놓은 미국과 일본 주도의 유엔안보리 대북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한국은 철저히 배제되었습니다. 미·일로부터만 배제된 것이 아니라 중·러로부터도 배제당했습니다. 이것은 바로 한국정부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모두로부터 불신 당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은 앞으로 두가지 중대한 국가 위기 사태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북한 핵 미사일 문제의 해결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앞으로 북한의 핵무장이 기정사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유엔안보리 대북결의안 채택과정에서 나타난 것처럼, 앞으로 주요 강국들간의 상호 견제 및 협력 구도에서 한국의 이해관계가 철저히 도외시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두가지 국가위기 사태는 한국 단독으로 대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또 남북 '민족공조'의 문제는 더더욱 아닙니다. 한국의 입장에서 최선의 방책은 동맹관계를 확고히 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그런 동맹관계가 지난 반세기 동안 유지해온 한미동맹입니다. 그리고 이 동맹관계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해온 것이 한미 연합방위 체제이며, 한미연합사령관의 전시 작전통제권입니다. 


 노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과 '자주적 협력국방'은 한·미·일 동맹 관계가 견실해질 때에 비로소 그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입니다. 미국과 일본의 지원을 등에 업을 때 비로소 중국 및 러시아로부터 협력의 파트너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역내 국가 모두와 거리를 두게될 경우 균형자는 고사하고 '왕따' 신세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왕따'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또다시 열강들간의 각축의 대상 혹은 전리품으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도 한미동맹은 매우 중요합니다. 


 문) 미국과의 신뢰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그리고, 10월 SCM 회의에서 작전통제권 이양 시기가 2009년 혹은 2012년으로 결정될 경우 현실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야 합니까?


 박용옥) 현 집권세력의 친북좌파 성향이야말로 한미동맹을 사실상 해체시키고 있는 주범입니다. "북한 핵무기는 남한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대북제재는 북폭을 위한 준비단계" 등 북한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안보관과 국가관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전까지 이들은 작전통제권을 환수해야 하는 이유로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거론하다가 최근들어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즉, 한국군이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어야 비로소 북한이 협상 당사자로 인정해줄 것이라는 것입니다. 아마도 자신들이 생각하기에도 너무 나갔다 싶었던 것 같습니다. 과거 남북군사회담 수석대표일 때에 북한측 대표가 그 문제로 시비를 걸기에 한마디로 일축해버렸습니다. "그래, 너희들은 자주국가여서 인민들이 모두 굶주리고, 한국은 자주국가가 아니어서 세계 경제대국의 길을 걷고 있냐?"고 따져물었더니 재빨리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습니다. 북한측에서도 말이 안되는 억지 논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한국의 집권세력이 떠들어서야 되겠습니까? 


 수십년간 현장에서 미군 장성들과 대화하면서 이들의 한결같은 '소신'과 '원칙'을 여러차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즉, 주한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이유는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이 강력하게 요청했기 때문이며, 이 두 당사자 중 하나라도 주한미군 주둔에 반대할 경우 미련없이 한국을 떠나겠다는 것입니다. 그와같은 상황에서 '효순-미선양 촛불집회'로 '한국 국민'에 대한 신뢰가 깨졌고, 북핵 및 미사일 발사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반미-친북 행보로 '한국 정부'에 대한 신뢰도 깨졌습니다.어찌보면 이와같은 상황에서 미 행정부가 작전통제권 이양을 서두르고 주한미군 철수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사태의 귀결인지도 모릅니다. 


 현재 전직 국방장관 및 군 장성, 전직 경찰총수, 전직 외교관, 지식인, 기독교 목사 및 장로들을 중심으로 500만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 정부와 미국 국민을 향해 한국 국민이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즉, 대다수의 한국 국민이 여전히 미국을 '신뢰하고 존경하는' 혈맹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동시에, 그러한 한국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행보를 미국 정부와 미국 국민들이 하지 않도록 압박하는 두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고 봅니다. 이미 여당 일부 의원들도 '작전통제권 환수 시기를 못박지 말라'는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정치권이 진정한 민심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서명운동이 범국민적 차원으로 확산될 경우 충분히 미국 정부와 미국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0월 SCM과 관련 현재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기를 못박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시기가 2009년이냐 2012년이냐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는 논쟁입니다. 이미 사형선고를 내린 상태에서 형 집행을 2년 후에 할 것이냐 5년 후에 할 것이냐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연합사가 유명무실해지고 사실상 기능이 정지된 상태에서 그곳에 유능한 장성을 미국 정부가 파견하겠습니까? 한국군의 엘리트들이 그곳으로 가겠습니까? 그리고, 이미 이별을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최첨단 전략무기를 미국이 얼마나 한반도에 배치하겠습니까? 그리고, 북한 군부 입장에서는 착오나 실수를 가장하여 한미 연합방어 태세가 얼마나 제대로 작동되는지 시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기왕에 방침을 정한 것이라면 과도기를 최대한 짧게 가져가는 것이 한국과 미국 모두에게 유익하다고 말하는 것도 이와같은 맥락에서 입니다.


 일각에서는 차기 정부 하에서 재협상을 해야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렵습니다. 카터 행정부 당시의 주한미군 철수 계획이 백지화된 것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은 그 때와 많이 차이가 납니다. 또한, 혹 재협상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한미 연합방위 태세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과 희생을 치러야할지는 아무도 자신있게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와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미국은 그만큼 우리에게 더 가혹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와같은 상황 전개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한미동맹 관계가 굳건하고, 미국과의 신뢰관계가 공고한 상태에서 작전통제권 환수가 이루어졌다면 미국에 대해 훨씬 더 많은 보장조치를 요구할 수 있을 뿐아니라 미국의 긴밀한 지원 하에 한국군의 현대화도 크게 앞당길 수 있었을텐데 그와같은 명분과 기회를 모두 상실해버렸습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 김재창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작전통제권 조기 환수가 현실화될 경우 복무기한 연장, 국방예산의 급증, 국민 세금부담 증가 등 서민경제에도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을 주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같은 시각에 동의하십니까?


 박용옥) 정말로 조기 환수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군은 심각한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연합사가 해체되고 미군이 철수한다는 것은 북한과의 재래식 전투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말해 북한이 갖고있는 핵무기와 미사일이 미국-일본-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가들의 개입을 차단하는 효과를 거두는 가운데 북한의 오판에 의해 또한번의 6.25 전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군의 대응 역시 지상군과 재래식 무기를 중강하는 형태로 나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10년이 가면 한국군은 북한군과 더불어 이 지구상에서 가장 구식이며 낙후된 군대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그것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리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보다 현실적인 문제도 존재합니다. 지금처럼 한미관계가 불신과 오해로 점철된 상태에서 과연 미국이 최첨단 전략무기를 한국에게 제공할까요?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하더라도 핵심 무기체계를 한국군이 미국으로부터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고 기존 무기체계를 모두 무시하고 러시아제와 중국제로 바꿀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군은 사실상 '쓰레기' 군대로 전락하게 됩니다. 다시말해 꼭 필요한 핵심 무기는 보유하지 못한 가운데 '그렇고 그런' 수준의 무기만 잔뜩 갖다놓은 형국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전쟁이 억지되고 자주 국방이 이루어지겠습니까?


 현 집권세력이 국정을 계속 수행하는 동안은 물론, 차기 정권 재창출에 성공할 경우 아마도 병력규모도 줄이고, 복무기한도 줄이자고 할 것입니다.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정동영 전 의장은 "남북이 군축에 합의하여 줄어드는 국방예산 만큼을 양극화 해소를 위한 예산으로 활용하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들은 아무리 안보위협이 증대되더라도 북한에 대한 철저하게 잘못된 시각과 인식으로 국가를 위기 속으로 몰아넣게 될 것입니다. 이미 상당수의 국민들은 김정일이 권좌에 있는 동안 핵포기는 물론, 군축과 평화체제 구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오직 저들만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군정치'를 국정지표로 버젓이 내걸고 있는 집단과 무슨 군축과 평화를 논할 수 있습니까?


 문) 노무현 정부는 연합사 해체에도 불구, 미국의 한반도 안보 공약은 그대로 유지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에 동의하십니까?

   
   박용옥 전 국방차관

 박용옥) 참으로 답답한 사람들입니다. 한국군이 전시 작전통제권을 단독으로 행사할 경우 전쟁 발발시 양상은 한국군의 작전 주도 하에 미군이 지원하는 형태가 될 것입니다. 그와같은 상황 하에서 과연 한국군이 미군을 효과적으로 지휘하고, 미군이 보유한 최첨단 무기를 유기적으로 작전에 투입하고 적용할 수 있습니까? 미군이 수십년간의 실전경험을 통해 확보해온 노하우를 한국군이 체득하는데에 5년이 걸릴까요? 10년이 걸릴까요? 그리고, 아직 경험이 풍부하지 못한 한국군의 지휘를 유사시 미군이 수용할 수 있겠습니까? 이와같은 제반 요인들을 모두 고려하여 머리를 짜낸 끝에 나온 것이 바로 한미연합사입니다. 다시말해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것 외에 방법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한미 연합사를 해체하고 무엇으로 공동방위를 하고, 공동으로 작전을 수행하겠다는 것입니까? 이것이야말로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미국이 아무리 한국에게 우호적이라 할지라도 그와같은 상황에서 수천명 혹은 수만명의 미군들을 한국의 작전통제권에 맡길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이 한국군과 별도로 독자 작전을 수행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러니 결국 마음이 있어도 현실적으로 힘을 쓰기가 어려운 구조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박용옥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육사 21기 출신으로 27년간 군에 재직하면서 국방대학원 군사전략연구실장, 국방부 군비통제관, 남북고위급회담 군사분과위원장, 주미대사관 국방무관,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국방부 정책차관보,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을 거쳐 지난 1999~2000년 국방차관을 역임한 후 예편했다.

특히, 서울대 문리대 수학과(학사)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석사)를 거쳐 미국 하와이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미국 랜드연구소 초빙연구원으로 근무하는 등 군 내에서 손꼽히는 미국 전문가로 알려져있다. 특히,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국방차관을 지내 북한문제에 대해서도 남다른 식견을 갖고 있다. 현재는 후학 양성에 주력하는 가운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에 칼럼을 게재하는 등 왕성한 집필 활동도 펼치고 있으며, 선후배는 물론 군 내외로부터 신망이 높은 군 원로이다.

업코리아는 지난 20일 박용옥 전 차관을 만나 최근 국가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전시작통권 환수 문제와 관련해 견해를 듣기 위한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대담에는 이진우 업코리아 편집국장이 참여했다.<편집주>

문)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논란으로 국론 분열이 매우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미 행정부가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미군 재배치 작업을 진행중에 있으며, 주한미군 역시 이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만큼 '작전통제권 이양'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며, 이에 대한 찬반 보다는 어떻게 이양받을 것이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동의하십니까?



박용옥 전 국방차관

박용옥) 그것은 말 장난에 불과합니다. 미군 재배치는 국제정세의 변화에 맞추어 상시적으로 이루어져온 것이며, 이를 '작전통제권 이양' 문제와 결부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기본적으로 미 행정부는 전시 작전통제권을 항구적으로 보유할 의사를 전혀 갖고 있지 않습니다. 카터 행정부 당시인 1970년대 중반과 클린턴 행정부 당시인 1990년대 중반에도 주한미군 감축 및 작전통제권 이양을 추진한 사례가 있습니다.

미국은 1989년부터 동아시아주둔 미군의 장래에 대한 검토를 본격적으로 수행하여 주한미군 3단계 철수계획을 수립하고 이와 함께 한미연합사 체제의 개편도 구상했었습니다. 당시 계획에 따라 1단계(1990~92)로 주한미군 7,000명이 감축되었으나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 연합사 해체, 사실상의 주한미군 전면 철수 등 2단계(1993~95)와 3단계(1996년 이후) 로드맵은 북핵 위기로 인해 그 실행이 전면 유보되었습니다.

그 대신 1990~94년 사이에 한미 양 군사당국 간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1993년 3월 군사정전위원회 대표에 한국군 장성 임명, 같은 해 10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배책임 한국군 담당, 1992년 7월 한미 야전군사령부(CFA) 해체, 같은 해 12월 지상구성군사령부 설치 및 한국군 장성 사령관 보임, 그리고 1994년 12월 평시 작전통제권 이양 등 여러 조치들이 원만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당시의 상황이 지금과 얼마나 다른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즉, 미 행정부의 주한미군 감축 로드맵이 한국정부와 긴밀한 협의 하에 추진되었고, 그러한 과정에서 1994년까지의 한반도 안보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본 결과 로드맵 이행이 어렵다고 판단, 2단계와 3단계 계획 자체를 전면 유보하게 된 것입니다. 다시 말해 노태우 정부 당시 한미 양국은 한반도 안보위협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일치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평시 작전통제권 이양을 비롯한 제반 조치들이 매우 원만하게 처리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노무현 정부는 어떻습니까? '주적' 개념에 있어서 한국과 미국의 시각이 일치합니까?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이라 했고, 라이스 국무장관은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했는데 한국정부는 북한이 '주적'이 아니라고 합니다. 한반도 안보 위협에 대해서도 한국과 미국은 전혀 시각이 다릅니다. 미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부르짖고 있는데 노무현 정부는 북한 미사일이 위협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한반도 안보에 대해서 협의할 수 있을 것이며, 무엇을 어떻게 원만하게 처리하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바로 이와같은 점 때문에 노무현 정부가 노태우 정부를 예로 들면서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것은 '말 장난' 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부모와 자식간의 깊은 신뢰관계를 바탕에 깔고 성인으로서의 독립을 말하는 것과, 자식이 이미 가출한 것을 전제로 마지못해 독립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떻게 같습니까? 전자의 경우 바깥 세상이 너무 험악하여 결국 독립을 나중으로 미루게 되었지만 후자의 경우 상황이 더욱 나빠졌음에도 불구 독립을 미룬다고해서 집 나간 자식이 다시 가족에게로 돌아올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입니다.

문) 지금의 한미관계를 어떻게 진단하고 계십니까?

박용옥) 기본적으로 한미동맹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가지 사항을 정확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한미동맹은 미국 군사전략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우리 자신의 선택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1950년 6월 25일 이루어진 북한군의 기습 남침입니다. 1949년 500여명의 고문단 요원만 남겨놓고 완전 철수했던 미군이 6.25를 계기로 다시 유엔군의 일환으로 한반도로 진군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6.25 전쟁이 완전한 평화를 회복하지 못하고 휴전상태로 종결되자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에 강력히 요구하여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였던 것입니다. 미국은 이 조약을 근거로 한반도에 군사력을 주둔시키고, 한국은 이를 바탕으로 국군 건설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과 현 한미동맹체제는 미국이 자신의 국익을 도모하기 위해 한국이 허약할 때 한국을 강요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 반대로 한국이 6.25 전쟁 종결 후 미국정부에 강력히 요구하여 이뤄낸 국가 생존전략으로서의 선택인 것입니다. 한미동맹을 통해 미국이 얻는 국익을 굳이 말하자면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것이고, 이를 통해 동북아에서의 군사패권주의를 막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한미군은 그 후 50여년 동안 한반도 전쟁 억제를 보장해왔고, 한국 국방의 결정적인 지원 역할을 해왔습니다. 앞으로도 주한미군은 한반도 평화통일 과정에서 없어서는 안될 지원세력으로서, 또 통일 후에는 지역안정 세력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보장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우리의 동맹 전력인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위치에 있는 주한미군이 지금 한국 내 친북·좌파·반미 운동권 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고, 서울 용산기지는 24시간 한국 경찰 병력에 의해 보호받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놓여있는 실정입니다.

둘째, 작전통제권은 국가주권과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지휘권(command authority), 작전지휘권(operational command authority), 작전통제권(operational control) 등은 모두 군사용어입니다. 간략히 말해서, 지휘권은 군대의 양병(養兵)·용병(用兵) 모두를 관할하는 주권적 권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전지휘권이나 작전통제권은 전장에서 작전업무 수행을 위한 부대통제 개념이며, 주권과 관련되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군의 6.25 기습남침 약 3주후인 1950년 7월 14일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의 맥아더 장군 앞으로 "현 적대상태가 계속되는 동안, 한국군에 관한 일체의 '지휘권'을 유엔군사령관에게 이양한다"는 서한을 보냈습니다. 이 서한을 받은 맥아더 장군은 7월 16일 '작전지휘권'을 수임한다는 답신을 보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이 대통령이 '지휘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 맥아더 장군은 '지휘권'이 아닌 '작전지휘권'이라는 용어로 수정하여 답했다는 사실입니다. 즉, 주권과 관련되는 한국군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라 침략군을 격퇴하기 위한 군사작전 임무 수행을 위해 한국군에 대한 '작전지휘권'을 행사한다는 유엔군사령관으로서의 위치를 분명히 한 것입니다.

셋째, 작전통제권의 변천과정으로 볼 때 이는 미국의 한국군 지배 개념이 아닙니다. 전쟁은 1953년 7월 27일 휴전으로 종결되었고, 한국의 요청으로 1953년 10월 1일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해인 1954년 11월 17일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대한 합의 의사록이 체결되면서 "유엔군사령부(UNC)가 한국의 방위를 책임지는 동안 한국군을 UNC의 '작전통제' 하에 둔다"고 명시함으로써 '작전지휘권'은 다시 '작전통제' 개념으로 축소되었습니다.

1961년 5월 26일 국가재건최고회의와 유엔군사령부는 유엔군사령부의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 범위를 다시 축소 조정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즉, 특전부대 등 일부 한국군 부대들을 유엔군사령부의 작전통제 범위에서 해제한 것입니다. 이는 유엔군사령부의 국내문제 간섭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또한 1968년에는 '1.21 사태'를 계기로 '대간첩작전'을 위한 작전통제권이 한국군으로 완전히 이양되었습니다.

1978년 11월 7일 한미연합군사령부(CFC)가 창설되면서 유엔군사령부의 작전통제권은 다시 한미연합사로 이양됨으로써 한미 '공동 작전통제' 체제로 발전되었습니다. 유엔군사령부와 한미연합군사령부는 법적으로 별개의 군사기구이지만 상호 지원·협조 관계를 유지하며, 유엔군사령관은 한미연합사령관에 대해 지시권한을 보유토록 했습니다. 이는 휴전협정 관리책임을 지는 유엔군사령관에게 평화유지를 위해 필요시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세가지를 놓고 볼 때에 노무현 정권이 명분으로 삼는 '주권 회복'은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임을 알 수 있습니다. 청와대의 표현대로 작전통제권을 '환수'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멀쩡히 잘 행사하던 것을 미국이 강제로 '탈취'해갔어야 하는데 그러한 과정이 전혀 없었을 뿐더러 최소한 세차례에 걸쳐 주한미군을 철수시켰거나 철수하려고 계획했던 것을 우리가 강력히 요청하여 계속 주둔하게 된 것입니다. 보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6.25전쟁 이전에는 앞서 이야기한 '지휘권', '작전지휘권', '작전통제권' 등에 관한 개념조차도 우리는 몰랐었던 것이 냉엄한 현실입니다. 이승만 대통령과 맥아더 장군간에 오간 서신들이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애초부터 작전통제권을 빼앗으려는 마음도 먹지 않았거니와 우리 정부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전시 작전통제권에 대해서만 한국군과 공동으로 행사해온 것이었는데 그것을 이양하는 것을 '환수'라는 개념으로 표현하고, 더욱이 그것이 '주권회복'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 분통 터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작전통제권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한 것은 노무현 정권을 향해 경고한 것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권은 도리어 이 말을 한나라당과 보수단체들을 향해 들이대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도 이만저만한 것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부시 행정부는 현재의 한국 정부와 한반도 안보에 대한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고 봅니다. 북한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에 대해 경계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한국 정부는 그와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과 일본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전제로 한미일 삼각 안보동맹을 공고히 하려고 하는데 한국 정부는 연일 일본 때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북한에 대해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으로 미국 정부는 보고 있는데 한국은 무조건 당근만 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상황이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계속 지속되다보니 미국이 지치기 시작했고, 결국은 양국간 신뢰관계에 금이 갈 수 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지금이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주한미군 감축으로 가야 될 시기가 아니라는 것은 부시 행정부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 작전통제권 조기 이양'을 추진하는 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 '주적' 개념이 다르고,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시각과 평가가 다른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한미동맹 관계가 원만하게 작동되기가 어렵다고 판단하였을 것이라는 점이고, 둘째, 한국에 대한 배려(favor) 차원에서 유지되어온 한미동맹 관계를 보다 엄격하고 냉정한 'give and take'(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음 받는)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한국정부와 한국 국민에게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는 동시에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이익을 찾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미국이 궁극적으로 한반도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우리(we)의 입장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생각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너(you)와 나(I)의 입장에서 그때 그때의 상황을 감안하여 돕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 만큼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작전통제권 이양과 연합사 해체는 바로 이를 위한 사전작업인 셈입니다.

문) 그렇다면 작전통제권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합니까?

박용옥)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이 10월에 열리는 한미 SCM회의에서 구체적인 시한을 못박지 않고 '한반도 안보 상황이 호전되었을 경우'라는 전제조건을 달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 다음과 같은 몇가지 점들을 감안하면서 대미 협의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첫째, 2005년 2월 10일 북한의 핵보유 선언은 한반도 군사환경의 질적 변화를 시사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북한은 지난 10여년간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관한한 철저하게 외부를 기만하면서 비밀개발 활동을 계속해왔습니다. 2.10 핵보유 선언과 금년 7월 5일 미사일 무더기 발사 사태는 한반도가 이미 핵무기 지대로 변화되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핵무장 군사력과 재래식 군사력은 결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한반도 군사안보 환경 하에서 전시 작전통제권 조기이양을 통해 한미 연합억제 태세를 약화시킨다면 이는 대북 억제태세를 완전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8월 9일 노대통령이 피력한 작전통제권 관련 발언에 대해 8월 10일 역대 국방장관 및 군 원로들이 작전통제권 환수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조기 환수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입니다.

둘째, 작전통제권 환수는 한미 양국간 충분한 사전협의, 완전한 상호이해, 굳건한 동맹의지, 확고한 상호신뢰 등이 전제되는 가운데 추진돼야 합니다. 그러나 조기 환수 시에는 이러한 전제가 충족될 수 없을 것입니다. 특히, 반미와 반일 분위기 하에서 작전통제권 환수가 추진된다면 이는 주한미군 철수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또 작전통제권 환수를 전후한 협조가 미흡하게 되어 한국군의 대북 취약성이 노출되는 기간이 그만큼 길어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셋째, 북한 핵문제 해결 전망이 계속 불투명하거나 또는 북한 핵보유가 기정사실화되는 가운데 작전통제권마저 환수된다면 한국군의 독자적 대북억제력 확보는 '국방개혁 2020'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 하더라도 결코 기대할 수 없게 됩니다. 이 경우 북한과의 군사회담도 무의미해지며, 북한측으로부터 "남한은 북한의 '선군정치'의 보호 아래 있다"는 공갈·협박이나 듣는 처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넷째, 작전통제권 환수는 조기든 장기든, 일단 이루어지면 연합사 해체와 아울러 유엔군사령부의 해체나 개편을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현재 연합사와 유엔사의 관계는 작전통제권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유엔사령부가 해체되는 경우라면 북방한계선(NLL)의 선포 주체가 소멸되기 때문에 북한군은 이를 구실로 NLL의 폐기를 주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물론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의거하여 NLL의 유효성을 주장할 수 있지만, 북한이 이를 받아들인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다섯째,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는 또한 오랜 한·미·일 협력관계를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며, 한미관계와 한일관계는 미일관계의 하위 개념으로 약화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한국의 역내 입장이나 위상은 상대적 약자의 입장에서 다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문) 일각에서는 작통권 반대론자들을 가리켜 한국군의 능력과 역할은 과소평가하고 있고, 북한의 위협은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말 그런 것일까요?

박용옥)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8월 9일 연합뉴스와의 특별회견에서 "(전시 작전통제권은) 지금 환수되더라도 국가안보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한국군의 역량도 충분하고 한미동맹도 흔들리지 않는다...작전통제권이야말로 자주국방의 핵심이며,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꼭 갖춰야 할 국가의 기본요건"이라는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노 대통령의 자주국방과 작전통제권에 대한 이런 시각은 몇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우선 노대통령은 국방의 핵심이 '작전통제권'보다 '전쟁억제'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작전통제권은 전쟁 억제에 실패했을 경우 전투행위의 효과적 수행을 위해 행사되는 통제개념에 불과합니다. 노대통령은 또한 군사력의 '전투수행' 역량과 '전쟁억제' 역량이 별개의 것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군의 군사역량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강화되었다고 해서 대북 전쟁억제 역량도 그만큼 강화되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입니다. 북한의 핵무기,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와 다양한 운반 및 침투수단을 생갹해야 합니다.

또한 앞으로 한미 양국 군이 각각 별개의 독립적인 작전통제권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전시에는 상호 작전협조와 필요시 군사력의 통합 운영을 위해 작전통제선의 단일화가 불가피해질 수도 있고, 또 효과적 전투수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단일화되어야 합니다. "두명의 똑똑한 지휘관 보다는 한명의 어리석은 지휘관이 낫다"는 것이 군사학의 기본 아닙니까? 노대통령은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작전통제권 환수 요구가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준비된다면 언제든지 단독행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작전통제권입니다. 만일 작전통제권 때문에 한국군이 발전해야 할 만큼 발전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한국군 지도자들이 책임져야할 문제이지 작전통제권에게 그 책임을 돌릴 성질의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현 작전통제권의 한미 공동행사 체제를 군사주권 상실로 생각하거나 '위헌적인 비정상적 상태'로 규정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입니다.

자주국방의 핵심은 작전통제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쟁 억제에 있습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최선의 국방정책은 전쟁억제를 보장하는 한미연합 군사태세를 유지하면서, '국방개혁 2020'의 적극 추진을 통해 노대통령 자신의 말대로 한국군을 '세계 최고수준의 군대'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작전통제권 환수를 추진해도 늦지 않습니다.

문) 일각에서는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가 '동북아 균형자론'과 '자주적 협력국방'이라는 참여정부 외교노선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용옥) 최근 동북아 정세의 기본 흐름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역내 주요 당사국(player)들이 서로 양자 및 다자 협력관계를 더욱 긴밀히 해가는 추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역내 강국관계의 이러한 기본 흐름은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견제와 협력'의 상호작용 구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금년 7월 18일 미국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궈보슝(郭伯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은 워싱턴에서 미·중 합동 해상구조 훈련에 합의했습니다. 이는 1949년 중국 건국 이래 처음으로 양국 군 차원의 공동훈련 실시에 합의한 것입니다.

금년 5월 일본 해상보안청과 러시야 해양 국경수비대도 해상테러 대비태세 점검을 위한 합동 해상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중국·러시아도 작년 8월 1차 합동군사훈련 '평화사명 2005'를 실시한데 이어 금년에도 2차 합동훈련을 하기로 지난 7월 6일 합의했습니다.

중국과 일본 또한 서로 우호관계 촉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총리 취임을 목전에 두고 있는 아베신조(安倍晉三) 자민당 총재가 연내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또한 8월 21일부터 사흘간 열린 중앙외사공작회의에서 '조화로운 세계 건설'을 신외교전략으로 제시함으로써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대결보다는 조화의 외교를 추진하겠다는 중국 제4세대 지도부의 새 국제관을 내비쳤습니다.

다자관계 측면에서도 이들 주요 강국들 간의 상호 견제와 협력의 역동성은 특히 북한 핵 미사일 문제 처리 과정에서 극명하게 나타났습니다.

작년 9월 4차 북핵 6자회담에서 대북압박에 비중을 둔 미국·일본의 입장과 이를 견제하는 중국·러시아의 입장이 절충되어 합의된 결과가 '9.19 공동발표문'이라면, 지난 7월 5일 북한 미사일 발사 사태와 관련하여 유엔 안보리가 7월 15일 만장일치로 채택한 대북제재결의안 1695호는 미국과 일본의 대북압박 입장에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주변 강국들은 현안 이슈별로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견제와 협력을 적절히 구사해 나가되, 결국은 절충과 타협을 이루는 행동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역내 강국관계의 기본 흐름과는 달리 노무현 정부는 이웃 우방인 일본과는 일전불사의 자세로 대립 각을 세우고, 오랜 전통적 혈맹인 미국과는 거리를 두지 못해 안달하는 모습입니다. 북한 핵 및 미사일 문제와 관련한 한국정부의 어정쩡한 입장도 바로 여기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미국과 일본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대북압박도 동시에 구사하려는 입장인데 반해, 중국과 러시아는 문제의 조기 해결보다는 이를 대미 견제전략의 일환으로 활용하는데 더 관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북핵 제거'를 목표로 한다면 미·일편에 서는 것이 타당하나, 오히려 북한을 두둔하는 중·러편에 더 가까이 서있습니다. 어느 면에서는 '양다리 걸치기' 식의 중간 입장인 셈입니다만, 이런 입장은 어느 쪽으로부터도 신뢰를 받을 수 없습니다.

한국정부에 대한 이러한 국제적 불신감이 지난 7월 15일 유엔안보리 대북결의안 1695호 채택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북한 제재의 길을 열어놓은 미국과 일본 주도의 유엔안보리 대북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한국은 철저히 배제되었습니다. 미·일로부터만 배제된 것이 아니라 중·러로부터도 배제당했습니다. 이것은 바로 한국정부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모두로부터 불신 당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은 앞으로 두가지 중대한 국가 위기 사태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북한 핵 미사일 문제의 해결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앞으로 북한의 핵무장이 기정사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유엔안보리 대북결의안 채택과정에서 나타난 것처럼, 앞으로 주요 강국들간의 상호 견제 및 협력 구도에서 한국의 이해관계가 철저히 도외시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두가지 국가위기 사태는 한국 단독으로 대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또 남북 '민족공조'의 문제는 더더욱 아닙니다. 한국의 입장에서 최선의 방책은 동맹관계를 확고히 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그런 동맹관계가 지난 반세기 동안 유지해온 한미동맹입니다. 그리고 이 동맹관계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해온 것이 한미 연합방위 체제이며, 한미연합사령관의 전시 작전통제권입니다.

노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과 '자주적 협력국방'은 한·미·일 동맹 관계가 견실해질 때에 비로소 그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입니다. 미국과 일본의 지원을 등에 업을 때 비로소 중국 및 러시아로부터 협력의 파트너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역내 국가 모두와 거리를 두게될 경우 균형자는 고사하고 '왕따' 신세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왕따'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또다시 열강들간의 각축의 대상 혹은 전리품으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도 한미동맹은 매우 중요합니다.

문) 미국과의 신뢰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그리고, 10월 SCM 회의에서 작전통제권 이양 시기가 2009년 혹은 2012년으로 결정될 경우 현실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야 합니까?

박용옥) 현 집권세력의 친북좌파 성향이야말로 한미동맹을 사실상 해체시키고 있는 주범입니다. "북한 핵무기는 남한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대북제재는 북폭을 위한 준비단계" 등 북한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안보관과 국가관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전까지 이들은 작전통제권을 환수해야 하는 이유로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거론하다가 최근들어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즉, 한국군이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어야 비로소 북한이 협상 당사자로 인정해줄 것이라는 것입니다. 아마도 자신들이 생각하기에도 너무 나갔다 싶었던 것 같습니다. 과거 남북군사회담 수석대표일 때에 북한측 대표가 그 문제로 시비를 걸기에 한마디로 일축해버렸습니다. "그래, 너희들은 자주국가여서 인민들이 모두 굶주리고, 한국은 자주국가가 아니어서 세계 경제대국의 길을 걷고 있냐?"고 따져물었더니 재빨리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습니다. 북한측에서도 말이 안되는 억지 논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한국의 집권세력이 떠들어서야 되겠습니까?

수십년간 현장에서 미군 장성들과 대화하면서 이들의 한결같은 '소신'과 '원칙'을 여러차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즉, 주한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이유는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이 강력하게 요청했기 때문이며, 이 두 당사자 중 하나라도 주한미군 주둔에 반대할 경우 미련없이 한국을 떠나겠다는 것입니다. 그와같은 상황에서 '효순-미선양 촛불집회'로 '한국 국민'에 대한 신뢰가 깨졌고, 북핵 및 미사일 발사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반미-친북 행보로 '한국 정부'에 대한 신뢰도 깨졌습니다.어찌보면 이와같은 상황에서 미 행정부가 작전통제권 이양을 서두르고 주한미군 철수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사태의 귀결인지도 모릅니다.

현재 전직 국방장관 및 군 장성, 전직 경찰총수, 전직 외교관, 지식인, 기독교 목사 및 장로들을 중심으로 500만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 정부와 미국 국민을 향해 한국 국민이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즉, 대다수의 한국 국민이 여전히 미국을 '신뢰하고 존경하는' 혈맹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동시에, 그러한 한국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행보를 미국 정부와 미국 국민들이 하지 않도록 압박하는 두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고 봅니다. 이미 여당 일부 의원들도 '작전통제권 환수 시기를 못박지 말라'는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정치권이 진정한 민심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서명운동이 범국민적 차원으로 확산될 경우 충분히 미국 정부와 미국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0월 SCM과 관련 현재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기를 못박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시기가 2009년이냐 2012년이냐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는 논쟁입니다. 이미 사형선고를 내린 상태에서 형 집행을 2년 후에 할 것이냐 5년 후에 할 것이냐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연합사가 유명무실해지고 사실상 기능이 정지된 상태에서 그곳에 유능한 장성을 미국 정부가 파견하겠습니까? 한국군의 엘리트들이 그곳으로 가겠습니까? 그리고, 이미 이별을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최첨단 전략무기를 미국이 얼마나 한반도에 배치하겠습니까? 그리고, 북한 군부 입장에서는 착오나 실수를 가장하여 한미 연합방어 태세가 얼마나 제대로 작동되는지 시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기왕에 방침을 정한 것이라면 과도기를 최대한 짧게 가져가는 것이 한국과 미국 모두에게 유익하다고 말하는 것도 이와같은 맥락에서 입니다.

일각에서는 차기 정부 하에서 재협상을 해야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렵습니다. 카터 행정부 당시의 주한미군 철수 계획이 백지화된 것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은 그 때와 많이 차이가 납니다. 또한, 혹 재협상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한미 연합방위 태세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과 희생을 치러야할지는 아무도 자신있게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와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미국은 그만큼 우리에게 더 가혹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와같은 상황 전개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한미동맹 관계가 굳건하고, 미국과의 신뢰관계가 공고한 상태에서 작전통제권 환수가 이루어졌다면 미국에 대해 훨씬 더 많은 보장조치를 요구할 수 있을 뿐아니라 미국의 긴밀한 지원 하에 한국군의 현대화도 크게 앞당길 수 있었을텐데 그와같은 명분과 기회를 모두 상실해버렸습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 김재창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작전통제권 조기 환수가 현실화될 경우 복무기한 연장, 국방예산의 급증, 국민 세금부담 증가 등 서민경제에도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을 주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같은 시각에 동의하십니까?

박용옥) 정말로 조기 환수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군은 심각한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연합사가 해체되고 미군이 철수한다는 것은 북한과의 재래식 전투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말해 북한이 갖고있는 핵무기와 미사일이 미국-일본-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가들의 개입을 차단하는 효과를 거두는 가운데 북한의 오판에 의해 또한번의 6.25 전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군의 대응 역시 지상군과 재래식 무기를 중강하는 형태로 나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10년이 가면 한국군은 북한군과 더불어 이 지구상에서 가장 구식이며 낙후된 군대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그것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리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보다 현실적인 문제도 존재합니다. 지금처럼 한미관계가 불신과 오해로 점철된 상태에서 과연 미국이 최첨단 전략무기를 한국에게 제공할까요?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하더라도 핵심 무기체계를 한국군이 미국으로부터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고 기존 무기체계를 모두 무시하고 러시아제와 중국제로 바꿀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군은 사실상 '쓰레기' 군대로 전락하게 됩니다. 다시말해 꼭 필요한 핵심 무기는 보유하지 못한 가운데 '그렇고 그런' 수준의 무기만 잔뜩 갖다놓은 형국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전쟁이 억지되고 자주 국방이 이루어지겠습니까?

현 집권세력이 국정을 계속 수행하는 동안은 물론, 차기 정권 재창출에 성공할 경우 아마도 병력규모도 줄이고, 복무기한도 줄이자고 할 것입니다. 차기 대통령을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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