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이명박의 위기'가 '한나라당의 위기'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이 위장전입에 대해 사과할 때만 하더라도 민심은 비교적 관대한 입장을 보였지만 처남인 김재정이 부동산투기의 화신으로 부각되면서 여론은 급변하고 있다. 이명박이 현대건설 CEO로 있을 때 개발예정지 땅을 집중적으로 매입하여 수십배에 달하는 매매차익을 실현하고, 이명박이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이명박과 김재정 소유 서초동 법조타운 일대 건물들에 대한 고도제한 조치가 풀리고, 계획에도 없던 땅이 뉴타운 개발지구로 편입되고... 다른 것은 몰라도 부동산에 대한 지식과 경험에 있어서 만큼은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우리 국민들이 이같은 팩트를 그냥 놓칠 리가 만무하다. 이것은 누가 보더라도 권력과의 유착을 통해 흘러들어간 내부정보를 통한 전문적 부동산 투기행위에 해당된다. 강남 복부인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국민들을 더욱 짜증스럽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상득-이명박-이상은-김재정의 '이상야릇한 관계'이다. 통상적으로, 처남과 매부는 '불가근 불가원'의 관계이다. 다시 말해 상호간 의사소통에 있어서는 서로 모르는 것이 거의 없을 만큼 절친하지만 돈거래를 하는 것은 금기시되어 있다. 혹시라도 한쪽의 사업이 잘못될 경우 집안과 사돈간의 관계가 풍비박산 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처남매부지간인 이명박과 김재정의 관계는 이와 180도 다르게 움직여왔다.
처남 김재정이 매형 이명박이 현대건설 사장으로 있을 때에 현대건설로부터 도곡동 일대 땅을 매입했음에도 매형은 이와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더욱이, 뒤에 이 땅을 포스코에 매각하여 수백억원의 매매차익을 얻었음에도 이것 역시 몰랐다고 한다. 30대 약관의 나이에 김재정이 현대건설로부터 수억원대의 땅을 사들였다면 이는 친척간에 최고의 화제가 될만한 사건이고, 이를 포스코에 되팔아서 수백억원 대의 차익을 실현했다면 이것 또한 빅 이슈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명박이 이를 모를 수가 있었을까? 둘 중 하나다. 돈이 너무 많아서 수백억원 정도는 관심의 대상도 아니었거나, 처남 김재정과의 관계가 대단히 소원하여 도대체 뭘 하고 다니는지 관심조차 없었다는 이야기 밖에 있을 수 없다.
그런데 만일 전자 쪽이라면 이는 결과적으로 이명박 8000억 재산은닉설이 사실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 이명박이 등록신고한 재산은 179억원에 불과하며, 김재정이 도곡동 땅 매각으로 얻은 차익은 무려 247억원에 이른다. 한번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처남이 단 한번의 거래로 자신의 전 재산보다 더 많은 돈을 챙겼는데도 매형이 이를 알지 못했다? 혹, 매형은 몰랐다고 할지라도 친누나인 김윤옥(이명박 부인)이 이를 몰랐을 리가 없으며, 궁금증을 갖고 남동생에게 경위를 묻다보면 그 땅을 매형이 사장일 당시에 현대건설로부터 사들였다는 것을 모를 수가 없다. 그리고 정상적인 부부관계였다면 이로인해 부부싸움이 벌어졌을 법도 하다. "아니, 당신 덕으로 부자가 되었는데 어쩌면 그렇게 입 씻을 수가 있어? 그걸 가만 놔두는 당신이야말로 등신 아니야?" 하면서 말이다. 김재정의 부동산투기 성공신화에 대해 이명박도 모르고 김윤옥도 몰랐다는 이야기는 결국 그 돈이 이명박 부부 입장에서 볼 때는 껌값이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다고 잡아떼고 있거나...
김재정과 이명박 간의 관계가 소원했기 때문에 몰랐을 가능성은 '제로'다. 왜냐하면 이명박 '황제 테니스'로 논란이 되었던 강원도의 별장 소유주가 김재정이고, 친형이 경영하는 (주)다스(구 대부기공)의 최대주주 역시 김재정이다. 뿐만 아니라 서초동 법조타운 내에 위치한 이명박 소유건물의 임대관리인 역시 김재정이며, 이명박이 70년대 당시 행정수도 예정지였던 충북 옥천 땅을 팔아넘긴 거래 상대방 역시 김재정이다. 이 정도면 우리가 알고 있는 통상적인 처남매부지간을 넘어 그야말로 생사를 함께하는 '사업 파트너'에 가까운 관계라고 아니할 수 없다. 자신의 처남을 친형이 경영하는 회사의 최대주주로 묶어주는 일도 보통 사람들로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고, 자신이 산 값보다 한참 밑지고 목좋은 땅을 처남에게 매각하는 것도 보통 사람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일반적인 처남매부 관계는 서로간의 소식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는 부분이 없는 만큼 친밀하지만 좀처럼 서로간의 돈거래는 하지 않는 것인데, 이명박-김재정은 수십년간 주식투자, 부동산투기, 재산관리에 있어서 수십건의 거래관계를 성사시켰음에도 서로간의 소식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대단히 '이상한 관계'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처남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관심도 없는데 처남을 거의 수족처럼 믿고 그와 모든 재테크를 함께 이루어나가고 자신의 재산관리까지 맡겼다는 것을 과연 어떠한 국민들이 믿어줄 수 있겠는가? 어느 정도의 상식이 있는 국민이라면 이러한 '이상야릇한 관계'가 이명박의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짜여진 각본이며 거짓말이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이명박 측이 김재정 소유 도곡동 땅에 대해 "이명박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김재정의 재산일 뿐"이라고 해명하다가 뒤늦게 언론을 통해 그 땅이 이명박 현대건설 사장 재직시 현대건설로부터 매입한 땅으로 밝혀지자 "이명박이 현대건설 사장이었지만 이 부분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어거지를 부리고 있다. 결국, 도곡동 땅이 이명박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최초 해명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위장전입 건에 있어서도 처음에는 김혁규 측을 향해 '네거티브'로 공격하다가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자 '자식 교육을 위해 위장전입한 사실이 있다'고 말을 바꾼 것도 마찬가지다. 결국, 김혁규가 마치 없는 사실을 흑색선전하는 것처럼 호도했던 것 역시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난 것이다.
이와같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의 한나라당을 향한 시선은 온통 부정적인 이미지로 변해가고 있다. 이명박 측의 수많은 거짓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는 현란한 부동산 투기 행각, 개미 투자자들을 울린 주가조작과 공금횡령, 금뱃지를 유지하기 위해 내부고발자를 강제로 해외에 도피시키고 살해협박까지 하는 파렴치함, 히딩크와 가진 4강진출 축하리셉션에 반바지와 쓰레빠 차림의 아들을 등장시킨 몰상식과 무개념, 어지간한 금품살포와 선거법위반에는 콧방귀도 끼지 않는 후안무치함, '세상이 나를 죽이기 위해 미쳐 날뛰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과대망상증, '한반도 대운하'와 '747공약' 등 앞뒤를 재보지도 않고 무작정 밀어붙이는 무모함까지 겹쳐 이제 한나라당은 '차떼기'도 모자라 '땅떼기', '전과자 전문당', '선거법 유린 전문당', '각하를 부활시킬 당', '친인척비리 전문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있다. 천막당사 이전과 공천혁명을 통해 형성된 당의 '클린 이미지'가 완전히 소멸된 것이다.
사실, 한나라당에는 과거 두 번의 결정적 위기가 있었다. 첫번째는 바로 2004년 탄핵 정국이었다. '차떼기당' 오명을 쓰고 지지율 7%로 수직 추락한 한나라당은 박근혜를 새 대표로 뽑아 당사를 팔고 천막을 치고, 당원들을 교육시킬 연수원마저 팔아버렸다. 그런 가운데 박근혜는 하루종일 유권자들과 악수하느라 손등이 부어올라 붕대를 감는 투혼을 선보이며 악전고투했다. 그 결과, 한나라당은 무려 120석이 넘는 의석을 획득하며 기적적으로 회생했다. 그리고 그 후 이어진 노무현 정권의 실책으로 그 기간 동안 각종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연전연승, 44 : 0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정국의 주도권을 쥐었다. 당시 박근혜와 한나라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참회와 자성을 통해 얻어낸 겸손함'이었고, 이를 국민들 앞에 진정성있게 실천하였기에 신뢰를 다시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두번째는 바로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김덕룡-박성범 공천헌금 파동이다. 그 이전에 불거진 한나라당 의원들의 음주추태와 최연희 사무총장 여기자 성추행에 이 문제까지 겹쳐 당시 열린우리당에서는 환호성을 질렀고, 박근혜의 재보선 불패신화도 깨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먼저 당사자를 검찰에 고발하고 신속한 징계절차를 밟음으로써 한나라당은 여론의 역풍을 빗겨갈 수 있었다. 당시 김덕룡 의원의 경우 親박근혜 성향의 중진의원으로 분류되어 있었던 만큼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스스로 환부를 도려낸 결단이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지충호의 살인미수 테러 속에서도 국가와 한나라당을 먼저 생각하는 박근혜의 의지와 열정으로 인해 열린우리당은 대참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강재섭 대표 체제 이후 이재오 최고위원의 노골적인 이명박 지원과 '줄 세우기', 이명박 캠프의 잇따른 선거법위반 의혹, 거기에 이명박의 주가조작-위장전입-부동산투기 의혹과 관련 당 지도부가 보인 '감싸기'와 '물타기' 행보로 인해 이제는 한나라당 전체가 파렴치함과 몰상식함이 지배하는 부패기득권층의 소굴로 국민들 뇌리 속에 각인되어가고 있다. 이명박 측을 향해 쏟아지는 언론의 의혹 보도와 이를 국민 앞에 해명할 것을 요구한 박근혜 측을 향해 징계와 고발을 단행한 것은 마치 당이 앞장서서 이명박의 비리를 덮고 그 전모를 국민에게 끝까지 숨기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비록 민주화가 정착되기는 했지만 최소한 한나라당 지도부의 행태만 살펴보면 과거 전두환 시절 민정당의 행태와 전혀 차별성을 느낄 수가 없다. 그나마 그들은 민심의 요구를 수용하여 '6.29선언'이라도 내놓았지만 지금의 한나라당은 마치 민심과 상관없이 체육관 선거를 그대로 강행하기라도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정권교체'를 하겠다고 하면서 민심과 정반대되는 방향으로 가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현재의 분위기로 보았을 때 이미 이명박은 대권후보로서의 명분과 위상을 모두 상실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이제 이명박 낙마는 기정사실화된 것과 다름없고, 남겨진 선택은 이명박의 기억을 지움으로써 당이 다시 살아날 것이냐, 아니면 이명박과 함께 한나라당이 역사 속으로 퇴장할 것이냐의 두가지 뿐이다. 이미 10년동안 집권에 실패한 한나라당이 이번에 또 실패하면 더 이상 국민 앞에서 '한번만 더 믿어달라'는 말을 할 수가 없게 될 것이고, 그렇게되면 당은 해체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국민정서법'을 감안할 때 '차떼기'보다 더 참을 수 없는 범죄가 바로 '땅떼기'다. 그리고, '땅떼기' 중에서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이 친인척이 연루된 권력형 투기다. 이명박으로 인해 지금의 한나라당은 지난 2004년 '차떼기'보다 최소한 세단계 정도 죄질이 업그레이드되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그 주범을 끌어안은 채로 표를 달라는 것은 국민들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이 이명박이라는 암세포를 도려내지 못할 경우 결국은 국민들이 한나라당이라는 거대한 암세포를 도려내게 될 것이다. 그 선택은 한나라당 지도부와 이명박의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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