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특례업체의 비리의혹을 규명하는 검찰의 강도높은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병무청이 산업기능요원 채용비리를 차단하기 위한 대책을 내놔 뒷북 행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회재)가 서울병무청이 관할하는 병역특례업체 중 61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지난 달 25일 이후 8일 만인 1일 주무부서인 병무청이 처음 공식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실시한 61개 업체 가운데 일부가 병역특례자에게 급여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 채용을 조건으로 금품을 수수한 대가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관련 회계 장부를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병무청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병무청이 적극적으로 입장이나 관련 자료를 내놓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 IT업체 보충역 배정 중단 =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IT(정보기술) 업체에 배정된 보충역 산업기능요원을 내년부터 배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병무청의 설명이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IT 분야에 근무하는 산업기능요원은 771개 업체에 2천369명이며, 이 가운데 보충역은 1천503명이다. 나머지 866명은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가 각각 추천한 정보처리 분야 703명과 게임 소프트 분야 163명으로 모두 현역요원이다.
병무청이 보충역요원 배정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자격증을 취득하고 일괄배정되는 현역요원과 달리 보충역은 자격증 없이도 선발될 수 있는 등 비리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공익요원 소집 대상자(보충역)는 관련 분야 전문가 또는 업무 연속성이 어느 정도 인정되는 경우 산업기능요원으로 편입될 수 있다는 점을 악용, 해당 업체의 업주와 비리 결탁 가능성이 크다는 것.
그러나 병무청의 이번 대책이 정부의 '2+5 인적자원활용' 방안에 따라 급조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보충역 산업기능요원을 20%씩 감축하다가 오는 2012년 완전 중단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반면 현역 산업기능요원은 2011년까지 4천500명씩 배정하다가 2012년 완전 없애기로 했다.
이 때문에 내년부터 20%씩 3년간 줄이기로 했던 보충역요원들을 검찰 수사로 문제가 불거지자 서둘러 내년부터 아예 배정을 중단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인 것이다.
◇ 병역특례업체 우후죽순..단속 엄두 못내 = 산업기능요원을 채용하고 있는 업체는 IT분야 771개, 제조 및 생산 7천365개 등 8천136개에 달한다. 복무하는 요원 수는 IT분야 2천369명, 제조 및 생산 2만8천842명 등 3만1천211명이다.
이들 업체 가운데는 IT와 제조.생산의 범주로 보기에 애매한 곳도 많아 특례업체를 주먹구구식으로 지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IT분야로 게임, 소프트웨어, 인터넷 홈 페이지, 모바일서비스 업체 등이 대표적이다. 제조 및 생산분야로는 결혼종합서비스 업체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이들 업체를 대상으로 복무실태를 점검하는 인력은 서울병무청의 경우 20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매년 1회 불시에 이뤄지는 점검은 '수박 겉 핥기' 식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더욱이 병무청은 의심스런 업체를 적발하고도 계좌추적 또는 수사권한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점검은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도 실태조사에서 고발된 업체가 2006년 25개, 2005년 16개, 2004년 11개에 이르고 편입취소 자도 2006년 51명, 2005년 19명, 2004년 24명으로 집계된 것은 복무실태가 허술한 업체가 그만큼 많다는 점을 반증해주고 있다.
병무청은 "복무실태 점검 결과 우수업체로 지정된 IT업체에 대해서도 매년 중점적으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업체 사장의 혈족과 고위공직자 자제, 연예인 등은 정기조사를 비롯한 분기 1회 이상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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