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공대가 총기참사 현장인 노리스홀(공학관)의 향후 처리방안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22일 버지니아공대에 따르면 학교당국은 참사현장인 노리스홀은 이번 학기 끝날 때까지 폐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향후 이 건물의 처리방안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찰스 스티거 총장은 이날 낮 미 NBC방송의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리뷰 리브레스크 교수를 포함해 모든 희생자들의 업적을 기릴 수 있는 기념비를 세우겠다"면서 "노리스홀을 기념관으로 지정할지 여부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다수 학생들은 "참사 장본인인 조승희씨를 비롯해 희생자 31명과 부상자들을 낳은 노리스홀을 예전처럼 강의실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겠느냐"면서 참사현장인 노리스홀을 아예 헐어버린 뒤 희생자 추모관이나 기념비를 세우자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 교훈으로 삼자는 취지에서 노리스홀을 철거하는 대신 총기참사가 발생한 2층을 폐쇄한 채 대대적인 내부수리를 통해 재사용하자는 주장도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학교측도 악몽의 장소인 노리스홀을 그냥 두는 방안에 대해 매우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특히 학교당국은 학생들이 큰 사고나 재해.폭행 등을 겪은 뒤 나타나는 극심한 스트레스 현상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PTSD)를 염려하면서 현재 카운셀러 등을 대거 동원해 학생상담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학생들에게 학살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노리스홀을 그대로 재사용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학교 관계자는 "노리스홀의 향후 처리방안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는 않은 상태"라면서 "그러나 캠퍼스 내에 노리스홀이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노리스홀 주변은 `범죄현장 접근금지(Crime Scene Do Not Cross)'라고 적힌 노란 띠로 봉쇄된 가운데 경찰의 엄중한 감시망 아래 쓰레기 봉지와 박스 4~5개만 밖에 방치된 채 유령의 집처럼 으스스한 분위기다.
지난 19일 학생들에게 짐을 찾아가도록 잠시 개방한 것을 제외하고는 노리스홀은 여전히 취재진은 물론, 교직원, 학생 등의 접근이 금지되고 있다.
(블랙스버그=연합뉴스) jongwoo@yna.co.kr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