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를 방지하기 위해 개런티의 연동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곤 한다. 이에 관련한 김은숙 작가의 말이 회자되는 모양이다.
사실 대중문화 작품에서 개런티는 단순히 고액 여부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개런티는 스타의 인기도는 물론 그의 가치를 재는 척도이다. 개인들 간에도 미묘한 심리전이 존재한다. 만약 자신보다 낮다고 생각하는 연기자가 개런티를 많이 받는다면 가만히 있을 스타는 적다.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자신 스스로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는 심리도 작용하게 된다.
이 때문에 고액의 개런티 지급에 신중해야 한다. 잘못하면 겉 잡을 수 없는 고액의 개런티 상승이 제작비를 압박하고 작품의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물론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드라마, 영화계에서 이러한 면을 생각하지 않고 개런티 경쟁을 벌이다가 급기야는 두 손을 들고 스타들만 공공의 적으로 만들었다. 물론 이 공공의 적을 만드는 것은 허수아비를 부풀려 싸우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실질적인 대안을 고민하게 되었고, 이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개런티 연동제인 것이다.
연동제라 하면 상황에 따라서 다르게 지급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기준이 중요해진다. 영화에서는 흥행 정도에 따라서 달라지게 마련이다. 기본 출연료에 흥행정도에 상응하는 출연료가 부가되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 드라마에서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드라마 시청률 정도에 따라서 부가되기 때문이다. 영화는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작품이지만, 방송 드라마는 공중파를 통해서 제공된다. 따라서 시청률에 따라서 기준이 부가된다면, 방송의 공영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상업방송이라고 해도 공공전파를 사용하는 바에야 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전히 미묘한 점도 있다. 시청률이 높다고 작품성이 낮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시청률이 높다고 작품성이 높다고도 말할 수도 없다. 더구나 훌륭한 연기와는 상관없이 작품의 시청률이 낮은 경우에는 연기자의 부가 개런티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시청률 나올만한 작품에 올인 하거나, 시청률 메이커 작가를 따라 군단이 형성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다. 이러다보면 스타도 자기 수명을 스스로 갉아먹는 꼴이 될 것이다. 물론 창조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에서는 스타들을 볼 수 없을 것이다.
한편으로, 시청률이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전적으로 연기자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모양새가 된다. 스타들이 과연 얼마나 찬성할지 알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막강한 기획사에 소속된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물론 한국적 현실에서 꿈도 못 꿀 기준도 있을 것이다. 작품성 있는 드라마, 창조적인 드라마라는 평가를 들은 작품에 대해서 연동제를 실시하는 것 말이다. 시청률이 낮지만, 의미 있는 좋은 작품에 출연해 훌륭한 연기를 보인 이들에게는 몇 억쯤 준다면, 고액의 개런티 시비는 있겠지만, 적어도 좋은 작품창작의 제작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까. 먹튀 현상이 줄어들지는 않을까 싶은 것이다.
* 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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