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으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의 첫 공판에서는 변씨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검찰과 피고인 간에 보기 드문 설전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장성원 부장판사) 심리로 15일 오후 열린 변씨와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이달용 전 외환은행 부행장의 첫 공판에서 3명의 피고인들은 모두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검찰은 변씨에 대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돕기 위해 매각 가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은행 부실을 과장하는 등 부적절한 업무처리를 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했지만 변씨는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당시 정부가 지분을 가진 은행에 대한 재경부의 민영화계획 보고서 등을 토대로 변씨가 외환은행의 매각이 시급히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매각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 론스타에 매각 가격을 제시하고 인수자격 논의 회의도 주도하는 등 깊숙이 관여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변씨는 "당시 카드사의 연쇄부도 위기와 북핵문제 등으로 금융계 여건이 어려운 상태였고 외환은행도 외환카드의 부실로 인해 경영을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인수자격은 금융감독위원회가 최종 결정했고, 나는 금융정책국장으로서 역할을 했을 뿐이다"고 주장했다.
변씨는 또 "서울은행 매각이 끝난 시점에 스티븐 리가 찾아와 외환은행 매각에 관한 얘기를 하고 이메일을 주고받았지만 론스타측에 외환은행 인수를 도와주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판에서 변씨가 혐의를 부인하면서 길게 답변하는 것에 대해 검찰이 "피고인"이라고 외치며 호통을 치자 변호인이 "피고인에게 소리지르는 것은 법정 모욕적인 행동이며 피고인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항의해 양측에 설전이 오가는 등 신경전이 벌어졌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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