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구제-의약품.자동차 주고받기
농산물-섬유 빅딜 가능성 높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막바지 단계로 접어들면서 양측의 주고받기식 '빅딜' 구상이 하나둘 가시화되고 있다.
웬디 커틀러 미측 수석대표는 6차 협상 첫날인 15일 기자회견에서 우리측이 무역구제 절차의 개선을 요구하면서 무역구제와 자동차, 의약품 분과회의 개최를 거부한데 대해 "미국은 이 세가지 분야에서 진전을 이룰 준비가 돼있다"며 "그러나 먼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자동차와 의약품 분야에서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우리측이 반덤핑 절차 개선 등의 요구를 관철하려면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의 개선과 약가 적정화 방안의 보완책 및 신약특허 개선 등 미국측의 요구를 먼저 수용하라는 의미다.
약가 적정화 방안의 보완책으로는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 및 가격 결정 때 다국적 제약사의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이는 양국간 FTA가 체결되면 사후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서로 무역구제와 자동차, 의약품간의 '빅딜' 가능성을 공식적으로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우리측의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 개선과 맞물려 있는 문제가 미측의 자동차 관세 개방안(양허안)이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최근 "미측이 (한국의 자동차 분야) 세제쪽 움직임이 없으면 (자동차 관세) 양허를 못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며 "우리측 자동차 세제 문제는 미측의 (자동차) 양허안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 분야의 빅딜이 양측 수석대표의 입에서 거론될 정도로 공식화된 수준이라면 우리측 농산물 시장 개방과 미측 섬유 시장 개방은 표면적으로는 노출도가 크지 않지만 역시 상당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목돼왔다.
이는 농업이 우리측의 최대 민감 산업이라면 섬유는 미측의 최대 민감 산업인 데다 양국이 FTA를 통해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을 이루고 상호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이들 분야간 주고받기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논리 때문에 이미 오래전부터 거론된 시나리오다.
노출도가 크지 않은 이유에는 양국의 정치적인 부담이 큰 사항이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다만, 작년과 달라진 점은 무역구제와 자동차.의약품간 빅딜을 시도한 뒤 농산물과 섬유간 주고받기를 모색하려던 양측이 협상 진척이 늦어지자 이번 6차 협상에서 농업과 섬유 분야 논의를 거쳐 오는 2월중 열릴 예정인 7차 협상때 무역구제, 자동차.의약품, 농산물, 섬유 등 거의 주요 쟁점을 연쇄적으로 연계처리할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서로 FTA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로 대응해온 쟁점 사항들간의 빅딜 가능성도 주목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개성공단 제품의 원산지 특례인정과 뼛조각으로 대변되는 쇠고기 검역 문제다.
우리 정부가 무역구제 절차 개선 등과 함께 한미FTA를 통해 거둘 기대이익으로 제시한 문제가 개성공단 제품의 원산지 특례 인정이다.
그러나 미측은 "한미 FTA는 미국과 한국 영토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논리로 거듭 대응해왔다.
쇠고기 검역 문제도 미측은 "FTA는 특별한 현안을 다루지 않는다"는 원칙론에는 동의를 표하면서도 뼈까지 포함한 전면적인 쇠고기 시장 개방이 한미FTA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문제는 한미 FTA 협정문에 직접 반영되기 보다는 향후 일정 기한내에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내용의 부속 서한 등을 채택하는 방식으로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쇠고기의 경우 미국이 국제수역사무국(OIE)에 신청한 광우병(BSE) 위험등급 평가 결과가 오는 5월 나올 예정인 만큼 이에 맞춰 수입 위생조건 개정을 위한 협의를 벌이기로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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