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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는 동정녀 마리아의 잉태, 아담과 이브의 존재 등을 믿지 못하면서도 독실한 신앙으로 기독교인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성공회 신부가 있다.

뉴질랜드 성공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신부 중 한 사람으로 현재 오클랜드 홀리 트리니티 성당 수석 사제직을 맡고 있는 리처드 랜더슨 주교다.

올해로 사제 생활 42년째를 맞고 있는 그는 자신의 영적 세계관이 자칫 이단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무신론자가 아니냐는 일부 사람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거부한다.

그는 최근 한 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내가 요구하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들이 교회 내에서도 다른 사람들이 마음 속 깊이 갖고 있는 믿음이나 신앙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스로 아담과 이브의 실재나 동정녀 마리아의 잉태 등을 믿지 못하는 불가지론자임을 인정하면서 불가지론자는 신의 존재를 과학적으로는 결코 입증할 수 없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붙여질 수 있는 이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확실하게 "그 점에 있어서 나는 불가지론자"라고 밝혔다.

이 같은 칼럼이 나가자 여기저기서 반론들이 이어졌다.

아주 끔찍한 내용이었다는 주장도 있었고, 기독교회는 망하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랜더슨 주교는 불가지론자라는 자신의 입장을 수정할 뜻이 전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신의 존재를 믿는다. 그러나 신은 초자연적인 형태로 존재한다기보다 사랑이나 영혼으로 존재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자신의 '신관'을 소개했다.

그는 처음에는 자신도 초자연적인 형태로 신이 존재하는 것으로 믿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생각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불가지론자임을 공공연하게 밝히는 것은 무신론자이자 과학 저술가인 리처드 도킨이 신을 믿고 숭배하는 것은 찻잔을 숭배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짓이라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불가지론이 많은 사람들을 당황케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인했다.

그는 "어떤 틀에 박힌 환경 속에서 자란 사람들은 이 같은 생각에 대해 신앙의 포기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나는 전통적인 신앙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신의 존재를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이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신의 존재에 대한 색다른 견해는 그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60년대 영국 성공회 울위치 주교인 존 로빈슨은 자신의 저서에서 '신이 하늘 나라에 있다'는 견해에 의문을 제기했고, 미국의 존 스퐁 뉴와크 주교는 신과 그리스도, 성경에 대해 기독교인들이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뉴질랜드에서는 40여 년 전 로이드 지링 장로교회 목사가 예수의 육체적 부활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이른바 이단 논쟁에 불길을 당겼었다.

랜더슨 주교는 "만일 성공회 신부들에게 '당신은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신이 존재한다고 믿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대부분 '노'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부활은 많은 사도들이 목격했기 때문에 설명하기는 어려워도 동정녀 출생과는 다른 범주에 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동성결혼 문제에 대해서도 '기독교식 사랑 표현이 아니다'며 성공회가 거부입장을 갖고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관계의 도덕적 기준은 남녀라는 성이 아니라 마음속에 담긴 사랑에 의해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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