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주(58.구속) 삼주산업(옛 그레이스백화점) 회장이 정ㆍ관계 고위층을 통해 인사청탁을 넣었던 것으로 드러나 그 실태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씨와 관련한 각종 로비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12일 한광옥(65)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김씨에게 권노갑(77) 전 민주당 고문의 사무실 마련 비용을 대납해준 것에 대한 대가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그 대가에는 인사청탁도 포함이 된다"고 밝혔다.
이는 한 전 실장이 1999년 해외에서 귀국한 권 전 고문의 사무실을 마련해주기 위해 김씨에게 사무실 보증금과 월세 등을 대신 내도록 한 뒤 그 대가로 김씨 주변 인물의 인사 관련 청탁을 받아들인 적이 있다는 뜻이다.
김중회(58)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김씨의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 작업을 도와주면서 2억3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후 김씨를 둘러싼 정ㆍ관계 로비의혹이 다시 한번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김씨가 인사청탁을 했던 대상자는 대부분 공무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피의사실 공표 문제가 있으니 인사청탁 대상자 신원 등 구체적인 내용은 법정에서 확인해달라. 공무원들이라는 사실만 확인해주겠다"면서 김씨의 인맥관리 원천인 `사랑을 실천하는 형제들의 모임' 소속 인사들의 연루 가능성도 내비쳤다.
주로 활동한 사람들의 숫자를 따 `45인회'라고도 불리는 이 모임에는 한 전 실장 등 정계 인사 외에도 금융감독원, 감사원, 국세청, 검찰 등의 고위층 간부가 다수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 관계자는 "꼭 모임 멤버에 관련된 청탁만 있었겠느냐. 공소유지를 하려면 한 건만 갖고는 부족하다"며 45인회 소속 인사를 포함한 다수의 공직자들이 김씨를 통해 인사청탁을 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조사결과 김씨는 한 전 실장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재직하던 2001년에 주로 인사청탁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김씨의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 작업에 도움을 줬던 김 부원장과 국무총리실 소속 감찰반에게 향응 현장을 적발당했으면서도 이후 국세청 최고위직에 오른 이주성(58) 국세청장의 승진 인사는 김씨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일단 김씨가 주위에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거나 인맥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인사청탁을 넣어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인사청탁 대상자들이 김씨에게 대가성 금품을 제공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장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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