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일 고위당정협의 과정에서 여당이 요구해온 민간택지의 분양원가 공개 방안에 합의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정부는 애초 민간택지의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정확한 택지비 산정이 어렵고 선분양제도 하에서 추정원가에 기초한 공개원가와 실제 투입원가의 차이로 분쟁소지가 있으며 가격 통제로 건설업체의 기술개발이나 원가절감 노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비용을 싸게 해서 이익을 남기겠다는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 장애를 초래하는 부작용이 있어 민간주택 공급을 줄일 수 있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혀온 것이다.
하지만 분양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일반 국민의 여론,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할 수 없다"는 대통령의 발언, 여당의 의지에 부딪쳐 수도권과 지방의 투기과열지구에 한해 실시한다는 절충점을 선택했다.
당정은 이에 따라 주택공급의 투명성 제고와 분양가 인하라는 분양원가 공개의 효과를 얻으면서 건설업체의 부담과 민간택지의 분양원가 공개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도권 전역과 지방의 투기과열지구에 한정해 민간택지의 분양원가를 공개하기로 합의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도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와 분양원가 공개가 공급을 위축시켜 시장불안을 가중한다는 우려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민간택지 내 분양원가 공개 방안을 마련했다"고 민간의 분양원가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민간택지의 분양원가 공개 대상에서 미분양 문제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을 제외했고 공개원가 내역 자료는 이미 업체들이 감리자 모집공고 등의 단계에서 시.군.구에 제출하는 범위 내에 있어 업계에 추가적인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개별 기업이 원가를 직접 공개하는 게 아니라 분양가심사위원회의 검증을 거쳐 지방자치단체장이 공개하기 때문에 기업에 부담이 되지 않고 추정원가 공개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분쟁 소지를 없애기 위해 원가공개 내용의 법적 효력을 제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원가공개로 인해 그동안 형식적으로 운영됐던 지자체의 분양가 심사 기능이 강화돼 종전의 분양가 부풀리기 문제가 해소될 수 있으며 기업의 부담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아 민간주택 공급에 차질을 빚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민간주택 공급의 애로 요인을 지속적으로 발굴, 개선해 민간주택 공급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당정의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분양원가 검증이 쉽지 않고 시장경제원리에 어긋나기 때문에 공급을 위축시켜 집값이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어 민간택지의 분양원가 공개는 계속 논란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정부가 부동산대책 마련 과정에서 여당의 정치논리에 밀렸다는 지적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부가 민간택지의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전면 시행을 막기 위해 당과의 논의 과정에서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한 뒤 절충점을 찾는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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