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애국심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 국민이라면 대개 일본의 독도 야욕에 분노하기 마련이다. 특히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자국 내 교과서를 왜곡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시민들은 일본 대사관을 쫓아가고, 광장에 모여 일장기를 불태우는 과격행위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일본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곤 한다.
하지만 이렇듯 분노를 나타낼 때에는 규탄대회와 같이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지지만 막상 일본의 독도 야욕을 분쇄하기 위해 실제로 어떤 구체적 실천을 하고 있는지를 따져보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8일 국감에서는 그런 우리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와 동북아역사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어, 사회, 한국사 등 중·고교 교과서에 독도 정보 오류는 총 209건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독도 위치를 빠뜨리거나 현재 사용하지 않는 지명을 쓴 지도 오기가 26건으로 집계됐고, 심지어 독도 위치를 다르게 기술하거나 역사적 사실을 다르게 쓴 기술 오류는 무려 183건으로 나타났다.
이런 잘못된 교과서를 통해 배운 아이들이 우리 역사와 영토에 대해 제대로 된 지식과 논리력을 갖추리라고는 예상하기 어렵다. 따지고 보면 독도 논쟁에서 우리가 일본을 완벽히 제압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문제들이 겹겹이 쌓여 온 결과물일 수도 있다. 우리의 권리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막연한 애국심에 기대거나 부실한 논리, 혹은 정확한 논리라도 제대로 설파하지 못하는 것도 제대로 된 교육이 뒷받침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실한 교육, 잘못된 교육은 일본과의 역사 논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하고 그 결과로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할 가능성을 낳지 말란 법이 없다. 따지고 보면 일제 식민지도 우리의 군사력과 정치력의 문제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교육의 부재 탓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국력의 한 기둥을 국민의식이 뒷받침하는 것이고, 국민 의식은 교육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1895년 음력 8월 20일, 양력으로 10월 8일인 오늘은 일본 정부가 일본 군대와 정치낭인들을 앞세워 명성황후를 시해한 날이다. 주권을 가진 독립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처참한 방식으로 당시 암살은 이뤄졌다. 일본인의 손에 의해 이때 무참히 살해된 명성황후의 시체는 불살라지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일본 정부는 한반도 침략정책에 걸림돌이 됐던 명성황후와 그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경복궁을 급습했고, 명성황후를 시해한 뒤 정권을 탈취하는 을미사변을 일으켰다. 게다가 일본은 한반도 침탈 야욕이란 본질을 감추고 당시 명성황후와 대립관계였던 흥선대원군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등 대한제국 몰락의 역사적 책임을 우리 내부의 문제만으로 몰아가기도 했다.
명성황후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당시 역사적 상황과 급변하는 국제정세에서 조선왕실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여걸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또한 그런 역사적 평가와 다른 차원에서, 국모가 참혹하게 살해당할 정도로 국력이 쇠했던 책임은 결국 우리에게 돌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도저히 주권국가에서 벌어질 수 없는 수모를 겪으며 명성황후가 일본 정부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된 것이나, 그런 역사를 우리 스스로 일방적으로 비하하는 태도는 우리가 역사를 제대로 배우고 알지 못하는 데서 오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독도에 대해 감정적 차원에서 분노할 뿐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이유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은 오늘날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 정부가 내년 독도 관련 예산을 크게 증액하고 독도 해외홍보를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노력은 그에 훨씬 못 미친다. 일본정부는 내년 예산을 매년 배정되던 3억원 외에 약 84억원을 추가 배정한 반면, 우리 정부는 약 42억원의 독도관련 예산을 최종 확정했다고 한다.
일본이 현재에도 자금력을 바탕으로 독도 등 우리 영토에 대한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있고, 국제정세도 시급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우리의 독도 대응은 너무나 피상적이고 안이한 시각에 머물러 있다. 독도 문제에서 보듯, 일제 식민지를 경험하고도 정부나 국민이나 이슈로 터질 때나 감정적인 분노만 쏟아내는 저차원에서 머물러선 안 된다.
독도 문제와 역사문제를 일부 뜻 있는 국민만이 관심을 쏟는 분야로 만들어선 안 된다. 일본은 지금 아베신조와 같은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극우정치인들과 극단적 반한세력이 기승을 떨치는 상황이다. 틈날 때마다 독도 야욕을 내비치고 있다. 그런 마당에 우리 정부의 독도 대응은 ‘잘못된 교과서’, ‘미약한 정부 지원’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있을 수 없는 비참한 형태로 국모가 시해된 과거의 비극이 다시 되풀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역사는 반복 된다고 했다. 그런 과거 역사를 통해 배우고 깨닫지 못한다면 그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을 것이다. 독도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인식과 대응, 우리 역사에 대한 우리 국민의 각성과 반성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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