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책 사업에는 찬반 논란이 일기 마련이다. 또 그 사업이 실제 진행되면서 갖가지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분적이고 지엽적 문제들을 가지고 분명한 효과를 내고 있음에도 그 사업이 전면적으로 잘못됐다, 해선 안 되는 정책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말한다면 그 국책 사업에 참여했던 모든 전문가들과 과학자들 정치인들이 사기꾼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그럼에도 그 정책을 최소한의 고려조차 하기 싫다는 완강한 태도로 끝까지 부정만 한다면 그건 비난을 위한 비난일 뿐이다.
애초 정치적 판단에 의해 탄생해 완벽히 실패한 울진공항, 김제 공항 등 신공항 정책과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일부 판단착오나 지엽적 문제발생은 정부와 전문가들, 시민사회가 합리적으로 머리를 맞대 해결해야할 일이지 정치적 반대 이슈로 삼아 정치투쟁의 장으로 끌고 가선 안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의 극단적 정치지형 아래에서는 정책적 이슈가 곧잘 정치 이슈가 돼 국민을 찬반 양진영으로 갈라 분열시키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치곤 한다. 개인적으로 4대강 사업이 아마 그 중 대표적 사례가 아닐까 싶다.
4대강 사업을 마치 대한민국에선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악마의 정책으로 취급하는 일부 극단적 환경론자들과 정치투쟁 이슈로 삼고 있는 좌파진영의 주장과 달리 세계는 4대강 사업을 비롯한 우리의 물관리 정책을 최고 수준이라고 손꼽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16일 부산 BEXCO에서 기자회견을 갖은 글렌 다이거(Glen Daigger) 세계 물협회(IWA)회장은 “한국의 4대강 사업에 대해 정부와 과학자들이 머리를 맞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이거 회장은 특히 “4대강 사업과 같은 대형 사업은 시행 초기 많은 반대에 부딪치기 마련”이라며 우리 정부의 고충을 이해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4대강 사업의 핵심은 담수 능력 제고와 양질의 수자원 확보,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환경 보존인데 이 문제에 대해 한국의 전문가들이 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시간이 지나서 사업에 대한 평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렇듯 4대강 반대 정치투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해 다이거 회장은 “시간 지나면 평가 받을 것”이라고 위로하면서 한편으로 “한국은 성공적으로 물 문제를 잘 관리하고 있는 나라가운데 하나다. 특히 상하수도 시스템은 전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다만 사계절 물이 공급되지 않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수자원의 효율적 관리와 재사용을 어떻게 효과적 수행할 것인가에 물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폴 라이터 세계물협회(IWA) 사무총장 역시 우리 정부의 4대강 사업이나 물관리 정책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짧은 장마기간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고 이때 내리는 비가 연간 강수량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환경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이렇게 들쭉날쭉한 강수량과 그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찌감치 4대강 사업이나 빗물수집 계획 등 물 산업에 관심을 가져왔는데 이런 경험들이 결국 세계 물시장에서 활약하는 데 특별한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지형과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구조에는 4대강 정책이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특히 세계물협회 인사들은 우리의 물저장 능력과 하수처리 관련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런 능력이 그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한국은 세계적 물부족 국가로, 매년 태풍과 홍수, 가뭄 피해가 반복되면서 물의 효율적 사용방법을 극대화하려 노력을 기울이다 보니 터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세계 물협회 인사들은 이런 한국의 경험과 기술력이 세계 물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 이 협회로부터 청계천과 4대강 사업을 통해 물의 중요성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비회원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국제 물협회 종신명예회원으로 위촉된 바 있다.
세계는 지금 기후변화에 따른 심각한 물부족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현실은 물 문제에 대처하는 능력이 곧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상황에서 물 문제에 관한 정부의 꾸준한 관심과 정책개발은 적극적으로 장려돼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불거지는 각종 부작용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현실화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 역시 정직한 태도로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는 작업을 그치지 말아야 한다.
세상에 완벽한 정책이란 있을 수 없다. 또 대형국책 사업이 처음부터 반대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기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세계가 인정하는 4대강 사업을 비롯한 우리의 물관리 정책을 지나치게 깎아내리는 일 따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특히 정책적이고 과학적 논쟁의 문제를 정치적 투쟁 이슈로 끌고 가는 것은 지양해야만 한다. 천성산 터널이 극단적 환경론자들과 정치투쟁 이슈로 삼은 좌파진영의 맹렬한 반대로 실패 사례로 남은 것을 그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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