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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술국치 102년, 일본의 과거회귀가 주는 교훈

국력의 총체적 강화만이 치욕의 역사 반복하지 않는 길이다

"미야자와 기이치 담화와 고노 요헤이 담화, 무라야마 도미이치 담화 등 모든 담화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이 발언은 일본의 아베 전 총리가 28일자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자민당이 다시 집권하고 자신이 총리가 된다면 그간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을 담은 일본 정부의 입장을 모두 뒤집어엎겠다는 것이다. 그는 다음 달 일본 자민당 총재 경선 출마 예정이다.

아베 전 총리가 언급한 이 담화들은 위안부와 태평양 전쟁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내용으로 일본 정부가 계승해 온 것이다. 앞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위안부 강제 동원 증거가 없다”며 발뺌을 하고, 마쓰바라 진 국가공안위원장이 각료회의에서 고노 담화의 수정을 제안한 발언을 뒤이은 것이다. 일본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줄줄이 일본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공식 입장을 뒤집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잇단 망언과 궤변을 토하고 있는 일본 정치인들과 각료들의 발언은 기본적으로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인식이 천박하고 진정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치 상황과 정치적 목적에 따라 정부가 공식 인정한 발언과 입장들도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사과하고 필요에 따라 외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과거를 이렇게 쉽게 뒤집고 정략에 따라 말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신뢰의 문제다. 일본은 분명 우리의 이웃국가이자 협력해나갈 동맹국가 이지만 한일 양국간 신뢰의 기본 바탕인 과거사 문제를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한다는 것은 일본에 대해 신뢰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 책임은 전적으로 일본에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일본에 바라는 것은 과거사에 대한 올바른 역사인식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어떻게든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책임논란을 비켜가려고 하고, 과거사의 부정적이고 어두운 면들을 인정하고 극복하려고 하기보다(물론 일본 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진 이들, 최소한 객관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이른바 ‘양심세력’의 존재와 그들의 노력도 있을 것이다) 모르쇠와 책임회피로 나가는 것은 한일 양국 간의 관계발전을 원천적으로 막는 원인이다. 독도, 교과서 문제 등이 때만 되면 논란이 되고, 한일 양국 간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렇게 일본 정부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드는 그들의 척박한 역사인식 탓이다.

29일은 경술국치일 102년 째가 되는 날이다. 일본에 의해 대한제국이 강제 병합된 치욕의 날이다. 이날을 전후로 일본에서 들려오는 책임 있는 정치인들의 궤변과 망언은 우리 국민을 다시 한 번 분노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망언을 되풀이하는 것이 과연 일본에게 궁극적으로 어떤 도움이 될 지도 의문이다.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이런 태도는 국제무대에서 일본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한 요인이기도 하다. 여성 인권과 과거사 등의 비판을 받을 때마다 고노 담화를 방패삼아 왔던 일본이 이제 그것마저 내버리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국제사회에서의 입지가 더욱더 축소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막나가는 일본의 문제는 예외로, 결국 모든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노골화, 위안부, 교과서 문제 등에 지나치게 감정적 대응만으로 일관한다거나, 정당한 분노와 주장마저 페쇄적인 민족주의 감정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한일 문제 해결에 있어 실리와 명분 두 가지 모두를 취할 수 있는 방법론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특히 백년이 지난 뒤 경술국치일이 우리에게 주는 역사적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치욕의 역사는 외부의 요인과 내부의 요인 모두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빚어진 결과다. 일본의 무책임하고 천박한 역사인식을 비판함과 동시에 우리 역시 나라를 빼앗기게 된 우리 내부의 문제들을 짚어보고 다시는 그런 치욕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그런 문제의식을 정치권 전체와 국민 모두가 함께 공유한다면,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놓고도 정략적으로 바라보거나 비난을 위한 비난에 불필요한 감정과 이성을 모두 소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 역시 일본 정치인들처럼 역사 문제와 관련된 이슈를 정략적 이용 대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버려야 함은 물론이다. 그게 바로 경술국치일을 생각하는 우리의 올바른 태도라고 본다.

아울러 우리는 일본이 정치, 경제 등 총체적 침체기를 맞은 상황에서 다시 과거로 고개를 돌리는 일련의 행위들을 감시하고 고발하는 것과 동시에 일본의 과거회귀가 주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처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것은 우리의 외교능력 강화, 세계 정치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판단, 경제력 강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정치가 구태를 벗고 미래지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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