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대세습자 김정은이 계획경제와 배급제를 사실상 포기하는 새로운 경제관리 체계를 시행한다며 우리 언론이 장밋빛 전망을 앞을 다퉈 내놓은 지 채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김정은의 사치품 수입 정도가 김정일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는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여러 소식통을 인용한 조선일보 등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핀란드와 독일 등에서 가정용 사우나 설비시설을 수입했다. 또 전용 스키장을 건설하는 와중에 여러 대의 인공 제설기와 리프트 설비 등도 수입했다고 한다. 보도에 나온 김정은의 수입 품목들을 보면 절로 입이 벌어진다.
스위스제 수제 스키 용품, 영국제 최고급 요트 두 척(한 척당 1천만달러로 추정), 각종 예술단들을 위한 고가의 수입 악기들, 김정일의 취향을 이어 받은 듯, 수십마리의 애완견을 수입하고 있는 것은 물론, 파티용 포도주와 위스키 수입도 김정일 시절보다 증가했다고 한다. 쇼맨십이 강한 그의 성격이 외모로도 표출되고 있다.
2010년 10월 노동당 창건 65주년 행사 때는 스위스 파덱 필립사 제품의 1억원 가량의 고급 손목시계를 차고 등장했다는 보도도 있다. 이 제품은 주문생산만 가능한 최고급 제품이다. 눈에 띄는 건 김정은이 각종 유아용품도 수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유럽산 고급 출산육아 용품으로 가격은 15만유로(2억원어치)에 달한다고 한다. 스위스제 유축기, 독일산 유아용 칫솔과 장난감, 미국산 기저귀 등등 수입처도 다양하고 품목마다 세계 최고의 제품을 생산한다는 각 처에서 수입하고 있다.
김정은 호화 사치 누리며 권력 즐길 때 북한 주민은 최악의 현실에 놓여
김정은은 이렇게 자신과 가족을 위해 전 세계 곳곳에서 최고라고 평가받는 제품들을 수입해가며 그야말로 인생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이 이렇게 호화 사치품을 수입해하며 세계 최고 독재국가의 절대권력자로서 권력을 한껏 누리고 있을 때, 북한의 주민들은 여전히 홍수와 가뭄, 식량난으로 최악의 고난을 당하고 있다.
북한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 6월말부터 약 한달동안 내린 폭우로 북한 전역에서 169명이 숨지고 400여명이 실종됐다고 보도했다. 또 4만 3천여 세대가 침수돼 이재민 21만여 명이 발생했으며, 평안도와 함경도를 중심으로 6만 5천여 정보의 농경지가 유실되거나 침수됐다고 밝혔다.
이렇게 이재민이 수십만에 달하고, 농경지가 유실, 침수되면서 식량난은 더욱 최악으로 치닿는 동안 북한의 최고 통치자 김정은은 현실은 나몰라라하고 세계 선진국에서 들여온 각종 사치품을 즐기며 부인 이설주와 함께 정치쇼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외부적으로 자신들의 비피해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지원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제로 국제기구들은 곡물 336톤을 긴급 지원하는 등 최악의 상황에 빠진 북한 주민을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김정은은 자신의 피로를 풀겠다며 핀란드 사우나 시설을 들여오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의 개혁개방 ‘정치쇼’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
이쯤되면 ‘인민들의 허리띠를 안조이겠다’고 했던 김정은의 발언과, 최근 단행한 경제계획 등도 그렇다면 다른 측면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언론의 희망대로 북한이 과연 최근 긍정적 신호로 해석되는 여러 모습들이 김정은의 개혁개방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과연 맞느냐는 것이다.
물론, 실제 김정은이 그런 의지를 조금은 갖고 있을 수는 있을 것이다. 최근 단행한 '6ㆍ28 새 경제관리체계'에서 농산물에 대한 수확량의 70%만 당국이 가져가고 나머지 30%는 농민 몫으로 돌리기로 했다는 내용을 보면 그렇다. 표면적으로 해석한다면, 이런 변화는 그동안 북한 농민이 수확한 농산물을 모두 국가에 강제 납부하게 한 뒤 배급을 실시한 것에서 진일보한 측면은 있다. 사회주의체제의 경제원리인 계획경제의 근간을 포기하고 또 사유재산제를 일부 인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 때문이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근본적 개혁개방보다는 식량난 등, 심각한 곤란을 겪고 있는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김정은식 일시적 방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자신과 가족 당간부 측근들의 호화 생활을 유지하고 권력을 더 단단히 하기 위해선 경제난 해소가 필수이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 주민으로부터 더 뜯어낼 것이 없는 한계에 봉착했다면 좋든 싫든 개방의 효과를 노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특유의 정치쇼를 보이면 개혁개방의 선전 효과를 낼 수 있고, 이에 따라 남한과 서방의 더 많은 지원을 받아낼 수 있게 된다. 또 농산물 수확량의 일부를 농민에게 돌려주는 것도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북한 당국이 북한 주민 전체의 삶을 더 이상 책임지지 못한다는 고백과 같다.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사유재산제를 인정하는 듯한 조치를 취한다는 건 달리 보면 ‘주민들 배는 주민들이 알아서 스스로 책임지라’는 신호일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김정은이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한다거나 삶의 질을 위해 노력한다거나 남한에 대한 적화통일 야욕을 포기했다는 징후는 찾아 볼 수 없다. 그런 면에서 김정은의 개혁개방 노력이 오히려 자신의 권력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도 북한 주민에 대한 북한 당국의 책임은 더는 무책임한 의도에서 나온 것일 가능성도 있다.
올바른 남북관계 위해 김정은 체제에 대한 단순 분석 지양해야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 언론들의 김정은 체제 분석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긍정 일변도로 나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 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 듯 긍정일변도의 주관으로 해석하는 태도는 지양돼야 한다. 최근의 조치들이 북한 경제와 주민의 삶을 더욱 곤궁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김정은의 이런 조치들이 북한 내부 붕괴를 더욱 재촉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을 것이다.
어찌됐든 악화되는 북한 주민의 삶과 인권문제에 반해 최근 나오고 있는 김정은의 사치, 개인주의, 정치쇼를 즐기는 모습 등은 우리의 모습에 분명 거부감과 악감정을 불러오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더군다나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을 폄하하기 바쁜 일부 세력들이 사치, 독재, 인권유린 등 이런 교과서적인 독재자 김정은에 대해선 비판하지 않고, 오히려 일부는 호감마저 나타내는 현실은 안타깝다.
또한 이런 김정은과의 대화를 정치적 이용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듯한 정치권의 일부 분위기는 유감이다. 김정은의 실체를 제대로 정확히 이해하는 노력부터 선행돼야 제대로 된 남북대화도, 남북관계도 진전시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정치권과 언론은 김정은 바로보기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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