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으로 13일 막을 내린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우리 국가 대표팀이 역대 원정 올림픽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종합 5위를 기록하며 아시아의 스포츠 강국다운 면모를 세계에 또 한 번 과시했다. 이번 올림픽이 더 뜻 깊은 것은 단순히 거둬들인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양궁, 태권도 같이 전통적인 강세 종목 뿐 아니라 수영, 펜싱, 체조 등 다양한 종목으로 메달밭을 늘려나가면서 우리의 경쟁력이 다양한 분야로 뻗어가며 날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또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며 국민을 감동시킨 장미란 선수, 세계무대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손연재 선수, 여전히 뭉클한 ‘우생순’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투혼, 올림픽 축구팀의 통쾌한 한일전 승리 등등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이 흘린 땀의 가치도 확인했다. 가난한 국민들의 눈물과 한(恨)이 맺힌 땀으로 시작했던 64년전 첫 올림픽 무대를 이제는 도전에 대한 기쁨과 환희의 무대로 즐기며 흘리는 당당한 땀으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64년 전 런던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은 이렇게 달라졌다.
이런 자신감은 8.15광복절을 며칠 앞두고 헌정 사상 대통령이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한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좌파진영 일부에서는 이러한 독도 방문을 임기말 ‘정치쇼’로 폄하하며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일본 언론과 정치세력의 반응을 집중 보도함으로써 동시에 국내 여론에도 불을 붙이고 있다. 독도 문제가 한일외교 문제로 비화하는 데 사실상 우리 언론이 나서서 부채질을 하고 있는 셈이다.
좌파언론과 정치세력은 그간 이 대통령의 대일외교를 놓고 헐뜯기로 일관해온 게 사실이다. 논란이 됐던 독도 발언, 한일정보보호협정 체결 문제를 놓고도 ‘독도를 포기한 대통령’ ‘친일파’ 등 온갖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놓기에 바빴다. 그랬던 이들이 이제는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정치쇼를 몰아붙이고, 더 나아가 일본정부에 사전 연락을 했는지 안했는지가 중요하다며 일본 정치상황과 연계해 한일양국의 합작품으로 몰아가기까지 한다. 독도 문제를 놓고 이명박 정부와 일본 정부가 함께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인식까지 주려는 주장이다.
이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사실이 국면을 전환시킬 수 있는 꼼수라고 주장하는 것부터 지나치게 정치적인 해석이다. 측근 비리로 인해 대국민사과까지 한 마당에 단지 독도를 방문했다고 지지율이 올라가고 어려운 정치 국면을 타개하고 전환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도 국민의 인식 수준을 낮춰 보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와 대통령의 우리 땅 수호의지에 대한 평가는 별개의 문제다. 좌파진영의 주장대로라면 독도 방문 후 대통령의 지지율은 당연히 올라가고 어려운 정치적 국면을 모두 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이 그런가?
대통령의 독도방문이 지지율 반짝 상승효과를 낼 순 있어도 좌파진영이 주장하는 것처럼 정치적인 꼼수로서의 효과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이런 당연한 상식적 사고를 한다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한일 양국간 짜고치는 정치적 꼼수라는 따위의 주장은 하기 어려운 것이다. 가수 김장훈씨의 독도 사랑과 대한민국 수많은 국민들의 독도 사랑이 전혀 비난받을 일이 아니듯, 대통령의 독도 방문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대통령이 가진 정치적 위상으로 인해 독도 방문이 가져올 일본과의 외교 마찰이나 독도의 분쟁지역화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후속 조치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광복절을 이런 정치적 음모설로 보낸다는 것 자체가 광복의 의미와 가치를 퇴색시키는 것이 아닐까? 36년 일제의 식민지로 보내야 했던 뼈아픈 역사적 경험을 다시 생각하고, 현재까지 교과서왜곡, 위안부, 독도 문제 등에 대한 반성 없는 일본을 통해 일본을 진정으로 넘어서려는 새로운 계기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독도 문제 등으로 광복절마저 국내 정치세력간의 다툼과 이념싸움으로 보내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광복절을 앞두고 거둔 올림픽의 쾌거, 한일전 축구에서의 통쾌한 승리,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은 대한민국 위상의 변화를 실감케 해주는 역사적 사건으로 지칭할만하다. 이러한 성과들은 결국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쟁의 상흔에서 벗어나 식민지 시대를 마감하고 끊임없이 미래로 내달려온 민족적 자신감 말이다. 광복의 의미는 단지 옛 과거의 상처를 돌이켜보는 데서 그쳐선 안 된다. 광복의 날에 그 상처를 정쟁의 소재로 활용하는 어리석은 의식에 그쳐서도 곤란하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독도 땅을 밟은 그 자신감으로 광복절을 대한민국이 재도약하는 기념비적인 날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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