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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이설주 미화 보도가 한심한 이유

북한의 젊은 독재자 김정은 부부에 대한 우리 언론의 가볍고 천박한 저널리즘 행태

북한 김정은 부인이 외모가 뛰어나고 옷을 잘 차려 입으니 북한 체제의 변화가 기대된다?
누가 들어도 황당한 이 논리가 바로 현재 우리 언론이 김정은의 부인이라는 이설주에 대해 ‘청담동 며느리 스타일’ 등 갖가지 형용사를 붙여가며 보도하는 데 동원하는 주요 논리와 시각이다.

지난 25일 조선중앙TV 등이 능라인민유원지 준공식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 원수가 부인 리설주 동지와 함께 준공식장에 나왔다”고 보도하면서 이전 김정은의 공식 행사에 몇 차례 함께 등장했던 묘령의 젊은 여인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다.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봉건적 독재체제인 북한의 젊은 독재자의 아내였던 것이다. 그러자 그때부터 언론들의 관심이 폭발했다.

유원지에서 놀이기구를 타며 즐거워하는 자유분방한 모습, 또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공식 행사장에 나타나 부부애를 과시하는 모습, 해외 유학파 부부라는 점, 부인인 이설주의 패션 감각과 또 예쁘장하고 귀염성 있는 얼굴에 대한 평가, 네티즌들의 이설주에 대한 관심 등 우리 언론들은 주로 이런 점에 초점을 맞췄고, 이러한 신선한 변화가 곧 북한의 개혁·개방으로 이어질 징후라고 진단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새롭게 왕국을 이어받은 젊은 독재자의 아내가 화려하고 다양한 의상을 즐긴다고 해서 그 왕조가 지금까지 쌓아올린 체제와 공산주의 이념, 각종 정책들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시각이 과연 정상적일까? 특히 세계에 유례를 찾기 힘든 3대세습을 이룬 폐쇄적 봉건체제가 놀이기구를 타고 다양한 의상을 즐길 줄 아는 독재자 부부가 등장했다고 개혁·개방의 신호탄쯤으로 해석하는 게 맞는 걸까? 스타일이 달라졌다고 본질도 바뀔 것이라고 보는 게 정확한 분석이냐는 것이다.

김정은·이설주 파격 행보의 노림수, 그에 놀아나는 우리 언론

물론 그런 식의 분석이 단순히 이렇게 김정은·이설주 부부가 보여주는 파격적 모습의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 4월 15일 첫 대중 연설에서 “인민의 허리띠를 다시는 졸라매지 않겠다”고 했다. 또 최측근이었던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이 최근 전격 해임된 배경을 놓고도 경제발전을 위해 군부가 주도하던 약탈 경제 구조를 장악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6·28방침’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경제관리 체계는 북한이 이미 시장경제 요소를 받아들인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렇듯 긍정적 분석을 바탕으로 전에 없는 파격을 보이고 있는 김정은 부부의 모습에 북한의 변화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튀는 행보가 개혁·개방으로 이어질 것이고, 북한이 대남관계를 전과 다르게 가져갈 것이라고 보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지난 4월 13일 북한은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했고, 대대로 이어온 핵개발이 완성됐음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핵보유국 선언이 담긴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게다가 북한은 남북 평화무드를 일부러 조성한 뒤 속칭 남한의 뒤통수를 때리는 일을 습관적으로 반복해왔다. 월드컵 평화무드에 젖어 있던 2002년 김정일은 우리에게 제2연평해전으로 도발해왔다. 앞에서는 대화를 요구하며 유화 제스추어를 취하고 뒤에서는 체제강화를 위해 매달려온 것이 북한이 지금껏 보여준 본질적 모습이다. 이런 점을 간과하고 김정은 부부의 파격을 체제 변화조짐이나 개혁·개방의 조짐으로 받아들이는 건 성급한 분석이다.

북한은 체제 선전을 위해 오랫동안 이미지 정치를 해왔다. 식량난과 선군정치를 위해 소모된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 서방을 속이고 개혁·개방 신호로 해석되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연출해왔다. 김정은과 이설주가 젊고 해외 유학파라고 해서 그들이 선진 문화와 정치를 경험한 세대라고 해서 그들이 이끌 북한체제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무리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도 북한은 여전히 인권말살국가라는 오명과 핵개발을 무기로 세계를 위협하며 대를 잇는 봉건적 공산주의 체제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주민들 상당수가 여전히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고, 처형 등 각종 인권유린이 자행되는 희대의 독재국가에 불과하다. 김정은, 이설주가 보여주는 파격적 행보는 오히려 그런 어두운 이미지를 해소해 김정은 체제를 더 굳건히 하기 위한 일시적 쇼로 보는 것이 오히려 더 정확한 해석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다이애나 왕세자비 패션코드’ ‘청담동 며느리 패션’ 이설주 찬미하는 천박한 언론 행태

이런 점에서 우리 언론이 북한의 본질보다는 피상적 변화, 겉모습에 매달리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특히 일부 우파 언론은 이런 북한의 의도에 철저히 말려드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지면과 온라인닷컴을 온통 김정은 부부 미화 보도로 장식하는 가 하면, 이설주의 외모로 북한의 체제의 향방까지 가늠할 수 있다는 황당한 분석까지 내놓는다.

김정은이 보여주는 변화가 담고 있는 의미를 차분히 객관적으로 분석하기 보다는 마치 파파라치와 같이 패션전문가를 동원해 이설주의 패션을 분석, 칭찬하기 바쁘고 성형외과의사를 등장시켜 이설주의 동양적 얼굴을 예찬하기 바쁘다. 그러면서도 그걸 엉뚱하게 북한체제의 개혁과 개방으로 연결시켜 논한다. 마치 여성 패션잡지 기자가 이설주의 패션을 한참 떠들다가 북한이 개방할 것이라고 분석하는 것처럼 어이없는 일이다.

이설주를 두고 퍼스트레이디니, 그의 패션에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 패션코드가 숨겨 있느니 하는 호들갑도 적절치 않다고 본다. 엄밀히 말해 이설주에 미국식 호칭인 퍼스트레이디를 붙이는 것은 틀린 말이다. 통상 선출직 국가원수의 부인을 이르는 퍼스트 레이디(First Lady)는 김정은 체제 선전역할을 하기 위해 ‘간택된’ 인물로 봐야할 이설주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또 단지 공식 석상에서 다양한 패션을 선보였다고 ‘다이애나 패선코드’ 운운하는 것도 심각한 오버다.

이런 식의 언론 보도행태는 국민이 북한의 본질과 실체에 대해 무감각해지도록 하는 일종의 마취제 역할만 한다고 본다. 또 마치 대중문화 스타를 보도하듯 김정은 부부에 대한 언론의 지나친 가벼운 보도행태들은 남북관계에 있어 긍정적 역할보다 부정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언론들이 김정은, 이설주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직무유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초기인 지금, 북한이 보여주고 있는 변화조짐이나 개혁개방을 위한 가능성 그 자체는 굳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런 조짐들이 북한이 늘 써먹던 고유한 선전선동 기술의 한 수단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 또 그런 작은 변화들이 그렇다고 북한의 본질적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 등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김정은 노림수에 걸려든 듯 가볍기 짝이 없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언론들은 정신을 좀 차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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