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350달러 최빈국 신세에서 국민소득 2만 달러 세계 수출 7위의 강대국이 됐다. 삯이 없어 한푼 두푼 모아준 돈으로 간신히 출전 경비를 마련하던 처지에서 최고의 환경과 억대의 포상금·격려금이 예정된 넉넉한 처지가 됐다. 정부가 채 설립되지도 않아 부모 없는 고아의 신세와 같던 67명의 선수가 낯선 땅에서 설움의 눈물을 훔쳐야 했던 시절이 불과 64년 전이다.
하지만 이젠 조국의 첨단 기술과 풍부한 지원을 받고 세계의 부러움 속에서 245명의 선수가 곧 올림픽 스테디움에 발을 내딛게 된다. 일제 식민지에서 갓 벗어난 가난한 민족이 설움의 눈물을 흘려야 했던 땅 그곳, 런던 땅을 이제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환하고 당당한 미소로 다시 밝게 됐다. 런던올림픽과 첫 올림픽 인연을 맺은 우리의 달라진 위상은 그야말로 상전벽해요, 금의환향이다.
1948년 대한민국 올림픽 역사가 시작된 그곳 런던 올림픽이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 28일 새벽 개막식을 시작으로 17일간 선수들이 빚어낼 휴먼드라마는 이번에도 지구촌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을 것이다. 이번을 포함해 올림픽을 3번째 개최하게 되는 런던은 올림픽 막바지 준비로 한창이다. 영국 사람들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영국의 역사와 전통, 문화를 자랑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 놓았다.
영화 트레인스포팅, 슬럼독밀리어네어 등을 만든 대니 보일 감독이 영국을 주제로 한 거대한 서사시와 같은 개막식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스포츠 무대를 통해 영국의 위상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육체의 기능을 겨루는 최고의 현대 스포츠 무대에서 과거 자신들이 누리던 영화의 흔적들을 다듬어 세계에 자랑하고 재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것을 보면 영국이 현재 느끼는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 간접적으로나마 짐작케 한다.
대한민국 경제·문화·스포츠의 힘 보여줄 런던올림픽
현재 영국은 유로존 경제위기의 영향아래 ‘워킹푸어(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 가 7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발표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8일(현지시간) 글로벌 조사업체 익스페리언 퍼블릭 섹터와 공동집계한 결과발표를 인용 “국가보조도 받지 않고 시장에 고용돼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돈문제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700만 명에 달한다”고 심각한 영국의 경제상황을 보도했다. 이 수치는 우리의 두 배를 넘는다.
반면 식민지 폐허의 땅에서 번영의 땅으로 거듭난 대한민국은 영국 땅에서 우리의 현재 모습과 미래를 제대로 보여줄 참이다. 세계 아홉 번째로 무역 1조달러를 돌파하고, 일곱 번째로 국민소득 2만달러와 인구5천만명을 동시에 충족시켜, 경제·인구 강국의 기준인 ‘20-50클럽’ 가입에 성공한 저력을 확실히 보여줄 예정이다. 유엔, 세계은행 등 국제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며 달라진 위상을 자랑하는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10개 이상의 금메달과 종합성적 순위 10위를 목표로 해,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위상도 재확인할 참이다.
영국 런던올림픽 개막식에는 007 제임스 본드와 셰익스피어, 비틀스까지 영국을 대표하는 상징들이 '경이로운 영국'이라는 주제로 개회식을 화려하게 수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영국이 자랑하는 세계적 문화유산이다. 그러한 런던에서 우리가 자랑하는 K팝 등 영국에도 일고 있는 한류의 실체도 조금이나마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을 응원하는 다양한 공연과 현지 응원문화를 통해 우리의 또 다른 자랑거리인 문화예술도 세계인의 시선을 잡아끌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의 유력 경제매체 CNBC는 홈페이지에 '저스틴 비버, 비켜..K팝, 세계로 나아간다'(Move Over Bieber ? Korean Pop Music Goes Global)란 제목으로 K팝 열풍을 보도했다. CNBC는 "지난해 1억8000 달러가 수출됐고 이는 2010년에 비해 112%나 증가한 것"이라며 "K팝 수출액은 2007년 이후 매년 평균 80%늘어나는 놀라운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 "지난해 K팝 가수들의 영상은 235개국에서 23억 차례 조회됐으며 2010년에 비해 3배나 늘어났다"며 "K팝의 해외 진출은 수출 국가인 한국의 위상을 높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K팝 수출이 100달러 증가하면 한국산 전자제품, IT 기기의 수출도 평균 395달러 오른다는 조사 결과도 제시했다. 한류 열풍이 단지 문화적 확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경제효과로 이어진다는 점을 미국의 경제매체가 분석한 것이다.
이러한 경제·문화적 상승 열기가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빚어낼 땀방울의 결과와 함께 빛을 발할 때, 대한민국은 지난 64년 첫 올림픽 출전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될 것이다. 국민에게 도움을 받아 모은 8만 달러를 들고 어렵사리 선 초라한 첫 무대였던 장소 런던이, 강산이 여섯 번 변한 뒤인 2012년엔 우리 국민에게 화려한 런던의 기억으로 재각인 시킬 것이다. 경제·문화·스포츠 강대국으로서 꽃을 활짝 피울 런던올림픽을 계기로 지체(遲滯)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우리 정치권도 분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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