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5년 12월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앞두고 경기 동두천과 의정부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미2사단을 한미연합군으로 편성하는 계획이 한미 양국 간에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움직임은 북한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북한 내부의 급변 가능성을 염두엔 둔 전방강화 전략차원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전작권 전환 이후 2016년까지 평택 미군기지로 이전하도록 돼 있는 미2사단 중 포병여단은 동두천에 잔류하게 된다. 포병여단이 후방으로 내려갈 경우 전방의 북한 장사정포가 서울과 수도권을 공격했을 때 신속한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정은 체제의 오판을 막는 효과가 크다.
미2사단 예하 포병여단은 사거리 45㎞의 다연장 로켓(MLRS) 36문을 보유해 유사시 북한의 장사정포와 기계화부대를 타격하도록 돼 있다. 미 2사단은 병력 1만 3000여명에 각종 첨단 화력 장비를 갖추고 포병여단 외에도 1개 전투여단과 항공여단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한미연합부대로 개편된다면 한국군 1개 여단을 미 2사단에 배속해 연합부대를 편성하고 미군소장이 사단장을, 한국군 준장이 부사단장을 맡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권 한미연합군 편성논의, 盧정부 전작권 전환 결정에 담긴 비현실성 되돌아보게 돼
한미연합군 편성논의가 중요한 것은 전작권 전환으로 인한 안보 공백의 우려를 조금이나마 불식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노무현 정권에서 전작권 전환 결정을 내린 것은 노 정권 당시 극단적 반미성향의 소수그룹의 의견만 일방적으로 반영된 것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2011년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바에 따르면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1월 26일 방한 중이던 마이클 시퍼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와의 만찬에서 “노무현 정부의 전작권 전환 합의는 주한미군은 철수하는 편이 낫다는 한국의 소수그룹 의사만 반영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사실은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 전체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일부 극단세력의 목소리만 반영한 전작권 전환 결정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는 점을 말해준다. 노 정권이 ‘자주국방’을 이유로 들었지만, 현실적으로 우리의 국방 능력이 뒷받침 되지 못한 맹목적 자주국방 논리는 북한의 오판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고, 이는 한반도 정세불안으로 이어져 정치, 경제 등 전반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이다. 자주국방이란 명분에만 매달려 우리의 현실적 능력과 전략적인 모든 가능성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한미연합군 편성 논의는 그동안 한국군이 작전을 주도할 능력을 충분히 갖추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작권이 한국으로 전환되면 지상과 해상작전은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은 한국군을 지원하는 체계로 바뀌게 되지만, 일단 작전을 주도하는 한국군의 정보능력이 미국에 크게 뒤떨어진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군 관계자는 "북한 잠수정 출현 여부 같은 특수정보(SI)는 정찰위성, 정찰기 등 미군의 감시자산에 의존하고 있는 수준"라고 밝혔다.
전작권이 전환돼 한미연합사가 해체될 경우, 한국의 합동참모본부가 전시작전을 주도하고 미군의 한국사령부가 이를 지원하는 형태가 되는데, 이렇게 이원화된 구조로는 연합작전의 효율성도 크게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양국에선 지상군을 혼성부대로 편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방부가 공식적으로는 전작권 전환과 동시에 해체 예정인 한미연합사의 존속 여부도 비공식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작년 말 김정일 사망에 이은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북한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무리하게 한미연합사를 해체할 동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불안한 국제정세에도 민주화 만능 풍토야말로 국가안보의 실질적 위협으로 작용
전작권이 전환되면 북한이 시험 삼아 군사도발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질적으로 북한 위협에 대한 억제 차원에서 전작권 전환에 관한 모든 논의를 열린 마음으로 다시 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단지 노무현 정권이 한 결정이기 때문에 바꾸어야 한다든지, 이념적 극단세력의 결과물이어서가 아니다. 김정은 체제의 안보위협이란 눈앞에 다가온 실질적인 고민 때문이다. 더군다나 전작권 전환 결정 자체가 국민적 공감대 형성 속에서 이루어진 것도 아니었다. 이런데도 모든 고려 없이 계획대로만 밀어붙인다는 것은 무모한 도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우리 정치권은 민주화 만능 풍조 속에서 그동안 국방, 안보력 강화를 얘기하는 것은 마치 시대착오적이고 비민주적인 이념논쟁의 차원이라고 치부해온 경향이 있었다. 또한 전작권 문제의 현실적 고민을 얘기하는 것을 마치 우리의 주권을 미국에 맡겨 자주국방을 포기하는 것으로 매도하는 잘못된 분위기도 분명 존재해왔다. 전작권 전환 문제나 안보태세 강화, 국방력 강화 문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부터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도발과 같은 사례, 핵개발과 핵실험, 또 최근 방송사에 대한 타격 위협과 같은 북한의 실체적 위협이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고, 북한 김정은 체제를 둘러싼 심상치 않은 국제정세에도 오직 명분만 가지고 논쟁할 순 없다. 전작권 전환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이념 논쟁이나, 진영논리로만 빠져서도 안 된다. 급변하는 세계정세를 정확히 보고 어떤 결론이 우리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냉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일부 대선 주자들이 보여주는 국가안보와 관련한 명확한 현실 인식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는 대선 출마를 선언 한 직후 한 기자회견을 통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잘못된 발상에서 비롯된 무책임하고 위험한 정책이기 때문에 폐기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근혜 전 위원장의 군사 분야 참모 역할을 하고 있는 김장수 전 장관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작년에 한미연합사 초청으로 방한한 역대 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 중 한 명이 나를 만난 자리에서 '역대 연합사령관들은 모두 연합사 해체가 재고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이명박 정부 들어 2015년 12월로 전작권 전환 시기가 늦춰졌지만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연합사를 존속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좋다"고 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역시 우리 자체의 능력과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작전권 환수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북한 내부의 불안과 급변하는 세계정세는 국가안보에 대한 우리의 안이한 시각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명분과 실리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관점에서 전작권 전환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점에서 연합사를 유지하고 미2사단을 한미연합군으로 편성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미 양국의 논의가 그 첫 출발과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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