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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세력척결, 보수 아닌 진보진영의 당면과제다

‘종북’은 과거형 아닌 현재진행형-북한의 대남공작 사실 폭로한 외교 문서

북한이 과거 남한의 진보정당, 학생·노동단체를 직접 지원함으로써 대남적화공작을 해왔다는 증언이 담긴 외교문서가 12일 전격 공개됐다. 미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WWC)는 옛 동독과 구소련의 외교 문서 내용을 새로 공개하고, 북한 중앙위원회에서 대남 공작을 위한 특별부서(Special Office)를 설치하고 남한의 사회대중당을 비롯해 노동자 조합, 학생 등에게 정치적 물질적 지원을 한 것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문서 내용은 1960년 8월 30일 쿠르트 슈나이드빈트 평양 주재 동독대사가 본국에 보낸 전문에서 알렉산더 푸자노프 주(駐)북한 구소련 대사와의 상세한 대화 내용을 담은 것이다.

WWC에서 북한 국제문서화 작업(NKIDP)을 담당한 제임스 퍼슨(Person) 연구원이 공개한 이 문서에 따르면 슈나이드빈트 대사는 “푸자노프는 북한 동지들이 사회대중당을 비롯해 서울, 부산, 마산 등의 일부 노동조합, 정치인, 학생단체들과 긴밀한 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슈나이드빈트 대사는 또 “이들 정당·단체들은 북한으로부터 정치적, 물질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푸자노프가 말했다”면서 “이들은 광복 15주년을 맞아 불법으로 평양을 방문했고, 북한 노동당 지도부와도 만났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은 효율적인 대남정책을 위해 노동당 중앙위원회에 특별조직도 만들었다. 푸자노프는 북한이 주로 남한의 노동자계층과 젊은 층에 침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제임스 퍼슨 연구원은 “추가로 증거 문서를 수집하기 전에는 분명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북한은 지금까지도 친북 세력을 정치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퍼슨 연구원은 지난 2010년 북한이 지지한 친북 세력이 1960년 8월 오스트리아와 독일을 거쳐 긴밀히 북한에 들어가 해방 1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하고 북한 지도급 인사를 만난 후에 다시 같은 경로를 통해 남한으로 간 것을 밝힌 바 있다.

1960년대 북한의 대남공작, 놀랍게 닮은 2012년 한국사회

과거 냉전시대에 북한과 긴밀히 교류했던 옛 공산국가의 증언이 담긴 이번 외교 문서 공개는 현재 우리 정치권 안팎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종북논란과 맞물려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문서가 기록했던 1960년대 모습과 반세기가 훌쩍 넘은 2012년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현재도 북한이 남한 내 친북·종북세력을 정치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게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11일 ‘공개질문장’을 통해 박근혜·정몽준·김문수 등 여권 대선주자들을 거명 “북한에서의 친북 행적을 폭로하면 남조선 사람들이 까무러칠 것”이라면서 또 “현 청와대와 행정부, 새누리당 안에도 우리와 내적으로 연계를 가진 인물이 수두룩한데 종북을 떠들 체면이 있는가. 필요하다면 남측의 전·현직 당국자들과 국회의원들이 평양에 와서 한 일과 행적, 발언을 전부 공개할 수 있다”라고 과거 정권의 정보 책임자나 일부 언론사 간부의 방북 행적까지 언급했다.

북한이 방북한 보수·우파 진영의 유력 정치인들을 거론한 이유는 분명하다. 궁극적으로 종북논란을 통한 야권연대의 필연적 분열이 보수우파의 대선 승리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때문에 보수우파 정치인들의 언행도 종북세력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는 ‘물타기’로 남한 내 여론의 반전을 꾀하고, 야권연대도 보호하여 이를 통해 궁지에 몰린 종북세력을 돕겠다는 뜻이다. 더불어 이념을 불문하고 남한 내 모든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 있음을 은근히 과시하려는 정치적 의도도 있을 것이다.

우드로윌슨센터가 공개한 외교 문서, 북한의 대남공작 현재도 이어질 가능성 시사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드로윌슨센터가 공개한 외교 문서가 우리에게 던지는 핵심적 의미는 과거에 있었던 북한의 다양한 경로의 대남공작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단지 기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에 있다. 종북논란을 야기한 통합진보당 사태는 실제로 제임스 퍼슨이 공개한 문서의 증언에서 보듯 1960년대 북한이 사회대중당을 통해 대남적화공작을 벌였던 것을 연상시킨다.

문서에서 언급된 사회대중당은 1960년 창당된 정당으로, 이전까지의 진보당, 민주혁신당, 근로인민당, 민주사회당 인사들이 결집해 만든 정당이다. 자유당에 대해 반공이라는 미명 하에 혁신의 싹을 공산당으로 몰아 짓밟았었다고 비판했으며, 정치적 민주주의와 관료매판자본으로부터 초래된 빈곤을 벗어나 진정한 민주복지국가를 건설해야한다고 하는 등 진보적 주장을 내세웠다. 현 통합진보당의 주장과도 매우 닮아 있다.

또 미 외교 문서에서 언급한 친북세력의 불법방북 역시 현재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동일한 경우라고 할 수 없겠지만 민주통합당의 임수경 의원의 방북, 이적단체인 범민련의 노수희 남측본부 부의장의 장기 북한 체류 등과, 북한으로부터 직접 자금을 받아 간첩활동 한 혐의로 복역한 전 통일연대 사무처장을 지낸 민경우가 ‘대한민국은 안철수에게 무엇을 바라는가’란 책을 펴낸 사실 등등으로 볼 때, 평범한 국민 입장에선 북한의 60년대 대남적화공작 행태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

진보진영, 작은 이익위해 종북논란 물타기 말고 스스로 종북세력 척결 앞장서야

중요한 건 남한의 소위 진보세력이 종북논란을 통해 이들과 결별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그러나 당초 종북 논쟁을 제기했던 통진당 반주사파 진영의 노회찬 의원은 "박정희 장군은 남로당의 핵심당원으로 가입한 죄로 군사재판에서 사형선고까지 받았으며 49년도에 군에서 파면된 사람"이라며 "과거 어느 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종북이라 얘기한다면 원조 종북은 박정희 장군"이라고 본질을 흐리고 있고, 민주통합당의 이해찬 대표는 아예 종북 논란을 자신의 당권 싸움에 이용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러나 소위 진보진영의 이 같은 종북 논란 물타기는 장기적으로는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번에 공개된 외교 문서를 통해 과거 북한의 대남공작활동이 사실임을 확인한 국민은 현재 종북 의혹이 제기된 정치세력과 정치인들, 단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게 될 것이고, 의혹을 불식시키지 않는 한 종북 꼬리표는 이들을 계속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과거 냉전시대에서나 있었던 것으로 막연하게 생각했던 북한의 대남공작이 지금도 가능성 높은 현실로 다가온 이상 국민들도 더 이상 색깔론 주장이나 종북세력 비판을 시대착오적인 것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게 됐다는 뜻이다. 그런 만큼 진보진영도 종북논란을 흐려 현재 야권연대를 지키겠다는 작은 이익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단순명료한 말로 종북세력척결은 보수우파 세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보진영의 이익 관점에서라도 진보진영 스스로 먼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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