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이 특정계층을 비하한 기획기사로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았다. ‘빈곤층=새누리당 지지’라는 편견에 입각한 ‘가난한 민주주의 상. 빈자의 꿈-보수 집권’ 기획기사 중 “박근혜 왜 지지하냐고? 박정희 잘했잖아…그 딸이니까”제목의 14일 기사가 바로 문제의 기사다. 이 기사는 서울 강서구 방화동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 70명의 정치의식을 조사한 르포기사였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주관적 정치성향’에서 이들 중 58.6%(41명)이 중도라고 밝혔고, 보수가 30.0%(21명), 진보가 8.5%(6명)로 나타났다.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으로는 50.0%(35명)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았고, 21.4%(15명)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꼽았다. 김대중 (12.9%, 9명), 전두환(4.3%, 3명) 전 대통령, 이명박(2.9%,2명)대통령이 뒤를 이었다.
지지정당으로는 새누리당이 41.4%(29명), 민주통합당이 38.5%(27명)로, 통합진보당이 2.9%(2명), 기타·없다가 17.2%(12명)로 나타났다. 또 올 대선에서 지지할 후보로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47.2%(33명)가 꼽았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꼽은 이는 21.4%(15명)이었다. 문재인,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각각 7.1%(5명), 4.3%(3명)으로 나타났다.
객관성과 신뢰성 담보할 수 없는 여론조사 근거로 빈곤층을 모욕적으로 묘사한 한겨레
문제는 이 조사결과가 방화동이라는 특정지역, 임대아파트라는 특정 주거지역에서만, 그것도 표본으로 단 70명만을 조사한 것으로 객관성과 신뢰성을 전혀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세상물정 모르는 암울하고 무식한 계층으로 도식화해 비하한 것이다. 특히 이들의 계층적 신분 묘사 대목은 기자의 주관적 감상에 의한 편견으로 가득했다. 기사 중 이들을 묘사한 몇 몇 대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정자에서 쉬고 있던 박말순(가명·65)씨는 처음부터 퉁명스러웠다. (중략) 따로 묻지 않았는데도 뒤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았다. “박 대통령이 얼마나 잘했어. 그땐 살기 좋았다고. 그 정도는 해야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는 거 아냐?” 작고 마른 체형의 박씨는 꾀죄죄한 일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의 생애 어느 시기에 잘살았던 적이 있었는지 알 수는 없었다. 정치성향이 보수인지 진보인지 물었더니 그의 눈이 둥그레졌다. “보수가 뭐여?””
기자는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이 빈곤층임을 강조하기 위해 ‘작고 마른 체형의 꾀죄죄한 일바지를 입고 있는’이라고 묘사한 것이다. 그러나 이 묘사는 빈곤층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 부자 역시 작고 마른 체형을 가질 수 있고, 꾀죄죄한 일바지를 얼마든지 입을 수 있다. 과거 범죄자 수배 전단의 ‘노동자풍’ 명시가 노동자 비하라고 민주노총이 문제 삼은 것을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적이 있다. ‘인권신문’을 자처하는 한겨레가 오히려 특정계층에 대해 편견을 심고 비하하는 표현을 한 셈이다. 특히 “그의 생애 어느 시기에 잘살았던 적이 있었는지 알 수는 없었다.” 대목은 기자의 편견과 경멸의식이 녹아든 대목이다.
기사 중 이런 대목도 있었다. “가난한 이들은 이유와 근거를 대진 못했다. 그들의 판단은 직관적이었고 단순명쾌했다. 노인들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좁은 부엌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던 백찬영(가명·48)씨도 박근혜를 지지했다. 가장 좋아하는 역대 대통령으로 박정희를 꼽았다. (후략)”
“빈곤층의 보수성향은 출신 지역의 구분조차 무의미하게 만드는 듯했다. 전남 화순에서 태어난 박자순(가명·68)씨는 낮잠을 자다 깼다. 지지하는 대선 후보를 묻자, 박씨는 기자를 구석진 곳으로 끌고 갔다. “여긴 전부 김대중 당 사람들만 있어서 누가 들으면 큰일나.” 그는 손가락을 제 입술에 댔다가 귓속말로 말했다. “나는 박근혜야.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돼.””
“다른 주민들과 달리 김씨는 20여년 동안 시멘트회사에서 봉급 받으며 일한 경험이 있다. 김씨는 “정몽준 의원은 너무 친재벌적”이라는 말도 했다. 심층면접을 한 임대아파트 주민 70명 가운데 ‘친재벌’이라는 단어를 쓴 사람은 김씨가 유일했다. 평생 가난하게 살았던 사람들은 그런 단어를 구사하지 않았다. 다만 친재벌을 비판하는 김씨조차 새누리당 안에서 대안을 찾고 있었다.”
빈곤층은 지역주의를 넘어 대개 보수 성향을 보인다는 것의 근거로 전남 화순의 박모씨 사례를 한 차례 들고 있을 뿐이다. 어마어마한 침소봉대다. ‘친재벌’이란 단어는 가난한 이들에게만 낯선 단어가 아니다. 좌파세력이 재벌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인위적 단어에 가깝다. 결코 대중적 단어가 아니다. 그럼에도 평생 가난하게 살았기 때문에 그런 단어를 모르는 것처럼 묘사했다. 엄청난 왜곡이다.
“천박하고 못 배워 새누리 지지라는 결론 내리는 한겨레 미쳐가는 듯” 독자들마저 경악
기자의 주관적 감상과 편견으로 가득 찬 이 기사는 15일 한겨레신문 인터넷판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와, 댓글 많은 기사로 꼽혀 한겨레 독자들의 엄청난 관심을 실감케 했다. 하지만 많은 댓글이 이 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아이디 ‘james010100’을 쓰는 독자는 “한겨레 이제 미쳐가는구나. 천박하고 못 배워 새누리 지지라는 결론을 내리네..ㅋㅋㅋㅋ 니들이 저분들 인생을 어느 정도라도 아는지..??? 어처구니가 없다. 당신네 사장은 스마트폰 되게 잘 쓰나보네. 어이가 없어서”라고 황당해했고, 아이디 ‘denpa’는 “이 기사는 박근혜 지지를 무지의 소치로 밀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허나 진보층만 이성적인 판단으로 후보를 지지한다는 근거가 대체 어디에 있는가?”라며 “당장 진보의 기치라는 나꼼수만 보더라도 별 생각도 없이 김어준의 입심에 끌려 감정적으로 지지하는 자들이 다수 아닌가?”라고 논리적 허점을 지적했다.
‘ssd6204’를 쓰는 독자는 “기자에게 묻겠다. 인터브에 응한 시민을 천민과 무식쟁이로 모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러고도 당신들이 민중을 이해하는 기자라고할 수 있는가 말이다. 시민을 천민으로 모는 행태 치가 떨린다. 기자들의 인성이야 이미 바닥에 떨어져 있지만 이정도 일줄은 몰랐다”고 개탄했다.
엉터리 표본 추출로 도출해낸 엉터리 여론조사결과, 악의적 의도마저 엿보여
문제는 이 르포 기사가 창간24돌을 맞아 한겨레가 기획한 ‘가난한 민주주의’ 여론조사 결과에 근거한 짜맞추기식 억지 기사라는 점이다. 그러나 그 여론조사조차 객관적 데이터로서 신뢰할 수 없는 엉터리 조사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14일 한겨레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와 함께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8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스스로 경제적 ‘하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이들 가운데 26.8%가 자신의 정치성향을 ‘보수’라고 답했다.
자신이 보수 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는 ‘상층’에서 21.6%, ‘중층’에서 19.1%로 나타났다. 보수 성향의 비중이 중간층·상류층보다 빈곤층에서 더 높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한겨레는 또 새누리당 지지도 역시 하층으로 갈수록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그 근거로 지난 4·11 총선에서 어느 정당에 투표했는지 묻는 질문에 상층의 44.6%, 중층의 45.1%, 하층의 46.2%가 새누리당을 선택했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조사에서 상층과 하층의 차이는 고작 1.6%p차이(오차범위 +/-3.5)로 구별이 사실상 무의미한 수준이다.
또한 한겨레는 이 조사에서 민주통합당을 지지했다는 응답은 상층(45.3%)이 가장 많았고, 하층(40.7%), 중층(38.5%)이 뒤를 이었으며, 통합진보당 지지는 중층(12.8%)에서 가장 높았고, 다음이 상층(8.8%), 하층(8.4%)의 차례였다면서 “민주당 또는 진보당 지지자의 바탕은 빈곤층이 아니라 중산층 이상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민통당 지지 응답층이 상층과 하층의 차이가 4.6%p로 오차범위를 간신히 벗어났고, 통진당 지지도 상층과 하층의 차이는 고작 0.4%p차이에 불과했다. 의미 있는 수준도 아닌 미미한 차이를 보이는 이 조사결과로 빈곤층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결론을 도저히 내릴 수는 없는 것이었다.
이번 여론조사의 더 큰 맹점은 소득수준·재산상태에 기초하여 응답자 스스로 자신의 경제적 지위를 선택하게 한 뒤, 정치의식을 조사한 결과라는 점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 같은 방법으로 전체 응답자 가운데 하층은 22.3%, 중층은 43.4%, 상층은 33.5%를 차지했다고 한다. 주관적 판단에 따라 표본의 계층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치명적 허점을 지닌, 객관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조사결과라는 것이다.
때문에 ‘빈곤층=새누리당 지지’라는 결론도 오류에다, 이 조사결과를 근거로 특정 임대아파트 빈곤층 70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조사 결과 역시 짜맞추기식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오히려 특정계층을 비하하는 자료로 사용된 혐의가 짙다. 또 새누리당과 박근혜 비대위원장 지지층에 왜곡된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정략적 의도로 읽힐 수도 있다.
폴리뷰 박한명 편집장은 “여론조사 방식 자체가 왜곡됐고 그 결과에 근거한 분석 역시 오류일 수밖에 없다”며 “한겨레의 이번 기획기사들은 빈곤층에 진지하게 접근하려는 의도보다는 ‘가난하고 무식한 자들이 박근혜를 지지한다’는 식의 잘못된 계층인식을 심어주려는 악의성마저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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