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본점인 광화문점이 나꼼수 멤버 시사인 주진우 기자의 신간 출판 기념사인회를 불허해 미디어오늘 등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주 기자의 사인회를 허용하지 않은 데에 정치적 압력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 ‘닥치고 정치’ 김어준의 사인회는 허용해놓고 주진우의 사인회만 불허하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미디어오늘은 23일 기사 ‘교보문고 광화문점, “주진우 사인회 거절은 나꼼수 진행 때문”’에서 주 기자의 교보문고 광화문점 사인회가 열리지 않게 된 사실을 전하며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같은 곳에서 사인회를 했음에도 다른 잣대를 적용한 것을 두고 정치적 압박을 의심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주 기자의 신간 ‘주기자’를 펴낸 출판사 푸른숲 관계자는 23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지난달에 광화문 교보문고쪽에 사인회를 요청했는데 그쪽에서 ‘주진우 기자는 정치적 성향이 있고 나꼼수 멤버들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으니까 (사측에서) 부담스러워서 사인회가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며 “‘4월 달이 선거라서 문제가 된다’고도 얘기했다”고 말했다.

주 기자의 신간이 지난 달 출간된 이후 노원구 공릉문고, 노원문고, 교보문고 강남점, 영등포점, 잠실점, 엔젤리너스 무교점에서 열렸고, 오는 28일 반디앤루니스 종로타워점에서 열릴 예정인데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만 거부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등으로 사인회를 거부한 것은 맞지만 내부규정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미디어오늘은 “하지만,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한 김어준 총수의 ‘닥치고 정치’의 경우에는 지난해 10월 22일 사인회를 연 바 있다. 이에 따라 교보문고쪽에서 이번에 거절 사유로 주장한 ‘원칙’이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같은 곳에서 열렸던 ‘닥치고 정치’ 사인회에 천 명 넘게 시민들이 왔는데, 이 (정치적)여파가 너무 커 교보문고측이 이런 소극적이고 보수적이고 결정을 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 “이런 성향 도서들은 사인회를 안 하면 출판사에 큰 피해가 온다”고 푸른숲 관계자가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빅뉴스가 교보문고 광화문점과 통화한 결과, ‘닥치고 정치’ 김어준 출판 기념사인회가 오히려 예외적으로 특혜를 본 사례에 해당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2010년도에 정한 내부규정에 따르면 주진우 기자의 사인회 불허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 내부규정이란 '전·현직 정치인과 정치와 관련 있는 저자 또는 연예인은 사인회 및 강연회를 열 수 없다'는 가이드라인을 말한다.

홍보팀 관계자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출판사측에서 의문을 품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김어준씨 사인회는 예외적인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내부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실수가 있었다. (가이드라인을 숙지하지 못한) 담당자가 중간과정까지 진행시킨 사인회를 뒤늦게 취소할 수가 없었다”면서 “저자분을 생각하면 중간에 취소하게 되면 실례가 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 때문에 진행했던 것이다. 원래 내부규정대로라면 하지 말아야 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2010년도에 내부기준안을 만들었다. 그 전까지는 건건이 진행되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후부터는 그 규정을 지켜오고 있다”며 “저희가 이번 나꼼수 주진우 기자에 대해 안 된다고 말씀드렸듯이, 정치적으로 반대에 계신 분들도 다 안 된다고 말씀드렸던 사항”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내부규정에 따라 여권의 몇 몇 유력 인사들의 사인회 개최도 거절했다고 밝혔다. 결국 주진우 기자의 출판 기념사인회 무산과 정치외압은 전혀 무관했던 것이다.

폴리뷰 박한명 편집장은 “교보문고측이 표면적으로는 저자를 존중하기 위해 내부방침을 어기고 김어준 사인회를 허가했다고 하지만, 만일 내부규정대로 취소했다가는 사회적 파장이 일지도 모른다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면서 “그런 면에서 볼 때 결과적으로 김어준씨가 특혜를 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박 편집장은 또 “출판사쪽에서 교보문고의 내부규정을 정말 몰랐을까 의심스럽다”면서 “만일 알고도 정치외압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면, 정치외압 의혹 제기를 통해 주진우 기자의 책을 홍보하려는 상술이 작용했다고 봐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