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 경기동부연합 논란을 통해 대중에게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주사파세력에 대한 비판 여론을 철지난 ‘역색깔론’으로 매도하고 나섰다. 이번 논란을 통해 ‘종북’이 4.11총선 최대이슈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트위터 등을 통해 통합진보당 당권파인 경기동부연합에 대한 적나라한 실체를 고발한 이후 언론들이 앞을 다투어 보도하고 이후 여러 논객들이 논쟁에 가세하면서 논란이 확산되자 이 신문은 26일자 사설란에 ‘또 부는 색깔론, 역풍으로 심판당한다’를 실었다.
사설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총선 출마를 포기하고 그 자리에 이상규 전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이 후보등록을 한 것을 계기로 근거없는 색깔론이 또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면서 진 교수의 평을 빌어 논평을 낸 새누리당과 언론들의 종북세력을 비판하는 사설들을 소개한 뒤 “이런 글을 접하면 한국 정치 깊숙이 무슨 ‘제5열’ 같은 것이 암약하면서 엄청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착각도 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설은 “이런 언설을 우리는 색깔론 말고 다른 것으로 규정할 방법이 없다”며 “경기동부연합이라는, 과거에 존재했던 운동권의 특정 계파를 도마에 올려놓고 온갖 불온 혐의를 마구 씌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근거와 사실이 아니라 소설적 상상력”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동부연합의 실체와 관련해 통진당 내부에서조차 나오는 실체적 증언들을 모두 무시하고 보수세력의 소설이라고 단정지은 것이다.
사설은 그러면서 “이번 색깔론의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다시 전열을 정비한 야권연대를 분열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수구세력들은 거의 관성적으로 색깔론에 의존하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기댈 것은 역시 색깔론밖에 없다는 듯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경기동부연합으로 대표되는 주사파세력 문제는 진중권 교수 뿐 아니라 오마이뉴스 SM에디터 손병관 기자 등 좌파진영 일부 인사들조차 트위터에서 줄기차게 문제제기하고 있는 부분이다. 손 기자는 경기동부연합의 실체를 부정하고 있는 좌파진영 모습에 대해 “진보신당은 10년이상 실체없는 유령과 싸우고 심지어 분당까지 ㅍㅎㅎ”라고 비꼬았다.
이 신문은 사설 외에도 ‘또 도진 새누리당의 ‘선거용 색깔론’’ 등의 기사를 통해서도 “야권연대에 종북의 낙인을 찍어 파괴력을 줄여보려는 것” “새누리당 내부에서부터 다시 냉전적 이념 구도에 얽매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등의 비판 논평을 덧붙여 ‘경기동부연합’ 후폭풍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경기동부연합 등 주사파 세력이 왜 종북이 아닌지에 대한 논리적인 반박은 보이지 않고, 대개 감성적, 감정적 논평에 그친 느낌이다.
특히 경향신문의 이 같은 모습은, 한 때 종북주의를 경계했던 언론이 ‘야권연대’에 매여 주사파세력에 끌려가고 있는 현재의 초라한 처지를 반영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향신문은 과거 북한3대세습 논쟁과 관련해 과거 민주노동당과의 공개논쟁을 벌인 끝에 백기투항 한 바 있다.
폴리뷰 박한명 편집장은 “경기동부연합이 통진당 당권파이고, 그 통진당에 민주통합당이 끌려가고 있는 상황처럼, 언론에서도 경향신문이 민노당에 굴복한 후 사실상 주사파 세력에 이끌려가고 있는 형국”이라며 “논리적으로 경기동부연합을 방어할 수 없으니 결국 역색깔론이나 꺼내든 것이 아닌가 싶다. 진보언론으로서 자존심을 잃은 참 딱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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