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한 모금 목구멍으로 넘기는 것이 이렇게 부끄러웠던 순간이 있었나 싶다. 우유잔을 들고 인터넷을 통해 박선영 의원의 기사를 검색하다 그의 앙상한 얼굴을 보면서 느낀 소감이다. 중국내 탈북자 강제북송에 항의하는 단식을 이어가던 박 의원이 결국 2일 쓰러졌다. 그 기간 동안 45킬로그램의 몸무게가 5킬로그램이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평소에도 마른 몸매였지만, 광대뼈가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수척해진 모습을 보니 안타깝고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새누리당, 민주통합당의 이전투구식 공천잡음으로 전국이 들끓는 동안 조용히 시작된 박 의원의 단식은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를 소수 탈북자단체, 북한인권단체만의 문제제기에서 전 세계적인 이슈로 키웠다. 중국대사관 앞 농성장에서 그가 단식을 이어가는 동안 지나가던 시민들은 그에게 생수와 털모자, 책 등을 건네면서 그의 손을 잡고 함께 기도했다고 한다. 중국,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세계인들도 이곳을 찾아 박 의원과 함께 중국의 비인도적인 처사에 항의했다. 그간 무관심 했던 정부와 정치인들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집단으로 모여 촛불을 들고 살기어린 목소리로 광장이 떠나가라 목청을 돋우는 것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좌파정치세력의 눈치만 살피던 연예계도 나섰다. 차인표씨, 이성미씨 등이 동료연예인들과 함께 탈북자 강제 북송에 항의하기 위해 중국 대사관 앞 단식 농성장을 찾았고, 4일 저녁 7시에는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중국에 잡혀있는 탈북자들을 걱정하는 특별 공연도 예정돼 있다. 이들은 “탈북자들을 위해서 대신 울어 달라. 우리가 흘리는 눈물 한 방울이 모여 그들을 죽음에서 삶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옮길 수 있다”고 대한민국 국민과 전 세계인을 향해 호소할 예정이다.
박선영 의원의 무모하고도 아름다운 단식이 국민과 전 세계인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그 울림도 커져가고 있지만, 오히려 냉담한 곳도 있다. 좌파정치세력과 일부 언론이다. 북한 김정은 체제의 안위를 바라는 그들은 박 의원의 단식과 그 단식이 던지는 메시지를 외면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위해서는 중국의 심기를 건드려선 안 된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듯한 태도다. 유불리를 따지는 정치적 계산이야말로 인권에 대한 모독이다. 탈북자 출신의 이애란 경인여대 교수는 “남한에서는 ‘천성산 도롱뇽’을 위해서도 촛불집회를 하던데 탈북자가 도롱뇽보다 못한 존재인가”라며 그들의 위선에 눈물로 항의했다.
천성산 도롱뇽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촛불 기사를 쏟아내던 그 많은 좌파언론들은 현재 대다수 박 의원의 단식과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더 나아가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은 또 다른 탈북자 출신 인사를 인터뷰 하는 방식으로 중국의 강제 북송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고 있거나, 박 의원 단식에 보수층이 집결하고 있다는 식의 정치공학적 분석으로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를 인권 차원이 아닌 정치 문제로 타락시키고 있다.
보수정치세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슈라면 그 어떤 방식으로라도 덮거나 이슈화 자체를 막겠다는 자세는 인권 수호 언론을 자처하면서 취할 태도는 아니다. 설령 보수 정치세력에 이로울 수 있는 이슈라고 해도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를 자신들의 입장에서 문제 제기해 볼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그저 덮고, 침묵하고 외면하는 것으로 뭉개는 것 역시 언론의 직무유기다.
일부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통합민주당 이정희,유시민,심상정 공동대표는 박선영 의원의 앙상한 얼굴을 보고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진보와 인권을 독점해왔으면서도 이들은 현재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는 관심도 없고, 민주통합당과 전리품 나누기 싸움에만 혈안이다. 야권연대하기로 했으니 총선에서 몇 석을 더 내놓으라 강짜를 부리는 자신들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기 바란다. 그러고도 자기혐오가 생기지 않는다면, 정치를 그만 두는 것이 옳다.
종북세력이란 비판에 당당하고 북한 동포 인권 문제 침묵은 당연하며 인권탄압이란 단어를 전가의 보도처럼 쓰면서 권력쟁탈에나 급급한 사람들을 대한민국 진보세력으로 두기에는 박선영 의원이 던진 메시지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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