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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진영 종편 출연 고민 '출연 금지 어려우니 적의 식량이나 축내라'?

문화연대·언론연대 주최 긴급 집담회 ‘진보진영 종편참여, 어떻게 볼 것인가?’



기대와 우려 속에 출범한 종합편성채널들 시청률이 여전히 저조한 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에 좌파진영은 환호성을 올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고민은 있다. 바로 종편 출연 문제다. 종편을 ‘악의 축’으로 설정한 기본 잣대로 보자면, 좌파진영에서 활동하는 인사들의 종편 출연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면에서 보자면, 종편은 주로 좌파진영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많은 독립PD, 작가, 평론가 등 각종 프리랜서들에 하나의 거대한 기회이기도 하다. 이들의 고민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14일 열린 문화연대·언론연대 주최 긴급 집담회 ‘진보진영 종편참여, 어떻게 볼 것인가?’는 바로 그 고민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집담회는 최근 프리랜서 영화평론가 허지웅을 둘러싼 일련의 논쟁 탓에 열리게 됐다.

좌파진영에서 정치적 발언과 활동으로 주목받아온 허 평론가가 동아일보 종편 채널A 영화프로그램 ‘무비홀릭’에 출연하면서 허 평론가는 좌파진영으로부터 집중공격을 받게 됐다. 고재열 시사IN 기사는 허 평론가에 대해 “조중동 종편의 유일한 성과는 허지웅 밥벌이를 해결해 준 것 뿐”이라고 비아냥거렸고, 트위터에는 “시민지성에 반한 허지웅을 나무 십자가에 매달에 공개 화형시키자”는 극단적 비난까지 올라왔다. 이에 허 평론가가 반박하면서 논쟁은 확대됐고, 이날 토론회는 그 논쟁의 연장선상에서 치러졌다.

고재열 “종편 밥그릇 없어져도 지장이 되지는 않을 것

먼저 종편 출연에 반대 입장인 고재열 기자는 “개인의 선택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조중동 종편의 특혜와 편법에 그들이 태평하게 숟가락 얹는 것 또한 맞지 않다. 그들도 시대의 불편함을 감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중동 종편이라는 새로운 괴물이 등장하고 있는데 그 얼굴이 귀여운 아기공룡일 줄 몰라도 곧 괴물로 성장한다”면서 “괴물은 초장에 때려잡아야 한다. 여기에 침묵하는 것은 우리 후손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고 기자는 또 “중요한 것은 구도”라며 “조중동 종편에 연예인, 지식인이 출연하는데 그들은 태평하고 그것을 논의하는 이쪽만 불편하면 적전 분열이다. 그들이 불편하고 고뇌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우리들끼리의 논쟁보단 종편에 출연하는 이들을 계속적으로 문제 삼아 출연을 저지시켜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아울러 종편에 출연했다가 곤욕을 치른 김연아 선수 사례를 들며 “김연아 쪽에서 종편 쪽에 유감을 표하는 보도자료를 냄으로써 연예인·유명인이 종편에 잘못 나가면 곤욕을 치른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종편행에 브레이크를 걸어줬다”고 흡족해했다.

아울러 허지웅 평론가 경우엔 “(내가) 허지웅을 타겟으로 삼았던 것은 단순히 종편에 출연해서가 아니”라며 “그의 종편행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그가) 조롱하고 희화화했기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고 기자는 “개성 있고 매력적인 글쟁이인 허지웅에게 여러 기회가 열릴 것”이라며 “한 그릇도 안 되는 종편 밥그릇 없어져도 지장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지웅 “합의의 진공상태에서 개인윤리에 모든 책임 떠넘기는 행위는 비겁”

반면 허지웅 평론가는 고재열 기자의 이 같은 주장에 시종일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토론 중에도 몇 번씩 노골적으로 감정을 드러내며 일방적 종편 거부 논리에 반기를 들었다. 허 평론가는 “우리 편이 아니면 저 편이며, A를 비판하면 B를 옹호하는 것이라는 논리가 이 시대의 모든 것을 재단하고 있다”며 “이 무식한 칼질이 양심과 정의, 그리고 상식의 이름으로 자행된다”고 최근 자신을 둘러싼 비난 분위기에 치를 떨었다.

그는 “종편 개국 이후 양심과 상식과 정의의 이름으로 단죄가 이뤄졌다”며 “그러나 종편에 출연하는 특정인을 부역자로 쉽게 낙인찍은 행위에 대해서는 좀 더 고심해볼 필요가 있다. 대체 거기 어떤 근거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허 평론가는 이어 “한 외주제작사가 동아 종편채널에 납품할 영화프로그램을 기획 중이었고, 나는 방송에 정치적 맥락의 검열이 이뤄지는 경우 언제든 그만둘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확실히 전달했다”면서 “생계형 저술 노동자가 정치와 무관한 외주제작 프로그램에 자유로운 발언을 전제하고 출연하는 문제를 ‘부역’ 혹은 ‘변절’로 규정지을 정도의 강도 높은 기준은 합의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계속해서 그는 “출연하는 것만으로 극우매체의 문화적 기동방식에 종속되는 것이라는 과거의 합의 내용은 지금과 같이 대부분 외주제작 프로그램으로 편성되는 동시에 채널 간 유기적으로 연결돼있는 방송환경에서 기계적으로 적용될 근거를 잃어버린다”면서 “이와 같은 합의의 진공상태 안에서 종편에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 개인윤리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낙인을 찍는 행위는 비겁하다”고 반박했다.

김완 “종편 출연 셀러브리티에 대한 원색적 비난은 저차원적 해결법”

한편 김완 미디어스 기자는 “종편은 프로그램의 흥미를 돋울 수 있는 셀러브리티의 출연이 절박하고, 편성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외주제작사의 콘텐츠가 절실하다. 이 두 가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종편은 출연자의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을 여유가 없으며, 지상파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외주사의 콘텐츠를 사들이고 있다”면서 “이 두 가지가 종편의 약한 고리라는 인식을 공유할 수 있다면, 이를 공략하기 위한 논의를 해야지 별다른 논의 없이 오로지 셀러브리티의 종편 출연을 저지하기 위해 출연이 결정된 몇 몇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 붓는 것은 가장 저차원적이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해결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급한 것은 종편 출연 자체가 낙후된 행위라는 사회적 합의와 인식의 공유”라고 덧붙였다.

김진혁 EBS PD도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진 못했다. 김PD는 “종편에 출연했다고 해서 무조건 비난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에 대해 비판하는 것 자체가 옳지 못한 것은 아니라고 여기면 된다”면서 “종편을 반대하는 사람들이라면 종편 참여 출연자들에 대해 인격적 모독을 하지 않으면서도 적절하고 합리적인 반대 ‘의사표시’ 방법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티조선운동사’ 저자인 한윤형 자유기고가는 “종편을 문제로 삼는다면 논리적으로 따질 때엔 조중동 및 경제신문들과 얽혀 있는 모든 매체들에 대한 참여를 문제 삼아야 한다”면서 “‘허지웅 사례’를 좌파지식인의 조선일보 기고와 구별하는 것은 비단 허지웅의 ‘밥벌이’에 대한 고려 때문만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모든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실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유효한 지점을 중점적으로 함께 공략해야 한다는 운동의 기본 원칙 때문” “‘지식인 윤리’의 관점에선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PD나 작가처럼 생업을 위해 가는 사람들을 무작정 비난하거나 비판 할 게 아니라 보다 적합한 비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날 토론은 고재열 기자만이 종편 출연을 원천적으로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뿐 이외 토론자들은 일정부분 불가피한 점을 지적, 뚜렷한 잣대를 도출해내지 못한 채 미결로 끝나고 말았다. 토론자들 의견을 종합하자면, 좌파지식인의 출연금지는 당연하다는 점에 이견이 없었지만, 좌파진영에서 활동하는 기타 생계형 인사들의 출연문제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으니 비판은 가능하나 이해해줘야 할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애초 좌파지식인과 좌파진영 생계형 인사의 구분 자체가 모호할뿐더러, 비판 ‘정도’의 문제도 사실상 규정짓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이날 토론은 향후 꾸준히 지속될 좌파진영 내 갈등과 논란의 전초전이리란 인상이 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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