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에는 두 분의 스님이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한 분은 이른바 ‘안철수 신당’과 관련해 멘토로 알려진 법륜 스님이고 또 한분은 잊혀질만하면 현직 대통령에 막말을 퍼붓는 발언으로 일부 언론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명진 스님이다. 속세의 현미경인 언론과 가장 거리가 멀 듯 보이는 이 두 분이 요즘 언론계의 이슈메이커가 되버렸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의 혼란스러움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해 착잡한 기분마저 든다.
사뭇 다른 이미지의 두 스님이 가진 공통점이라면 가장 세속적인 정치의 한 복판에 서 있다는 점이다. 비록 본인이 적극 부인하긴 했지만, 법륜 스님의 언행은 베일 속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정치 행보를 짐작하고 해석할 수 있는 일종의 주석처럼 받아들여졌고, 명진 스님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통령 비난 발언을 쏟아내 마치 야당 대표를 연상케 했다. 물론 야당 대표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품격을 갖추었느냐는 또 다른 의문이지만.
어쨌든 두 분의 모습을 거칠게 비유해보자면, 한 분은 마치 정당의 대변인, 또 한 분은 야당 대표, 혹은 야당의 막가파 정치인쯤으로 비친다. 막말 정치인으로 물의를 빚었던 최종원 의원과 명진 스님의 차이를 구별해보라면 정치인과 스님이라는 신분의 차이 말고는 두 사람의 실질적 차이를 분명히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정치 스님’이라는 공통점 말고 분명한 차이점도 있다. 법륜 스님은 자신의 언행이 갈수록 언론의 주목을 받자, “더 이상 안철수 멘토로 부르지 말라”며 자신을 둘러싼 정치적 해석을 부담스러워하며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명진 스님은 갈수록 막말의 강도를 더 높여가고 있다.
평소 대통령을 ‘전과14범’이라며 시정잡배 수준의 비난을 퍼붓던 명진 스님이 최근 낸 자신의 두 번째 저서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명진스님의 사회성찰 이야기'를 통해서 그야말로 ‘막말 종결자’로 떠올랐다.
이 책에서 명진 스님은 '쥐 귀에 경 읽기'라는 뜻의 '서이독경'을 부제로 삼고, 서론과 총 7장으로 이뤄진 이 책에서 대통령을 '거짓말쟁이', '전과자', '사기꾼', '쥐', '부동산 투기꾼', '전두환보다 나쁜 최악의 대통령', '역행보살' 등의 온갖 표현을 동원해가며 욕설을 퍼부었다. 과연 오랜 불교의 전통을 잇는 대한민국 불교 대표 종단의 대표적 스님이 할 수 있는 말인지 두 눈을 의심케 할 정도다. 대통령에 대한 막가파식 욕설을 퍼붓는 것이 과연 사회를 진정 성찰하는 방법일까? 세계에 자랑하는 한국 불교의 대표적 스님의 사회 성찰 정도가 이 정도 수준이라면 속세에서 온갖 때를 묻히고 사는 나 같은 범인(凡人)의 사회 성찰 수준이 명진 스님만 못하다고 누가 말 할 수 있을까?
권력자의 실정 때문에 아픈 중생을 달랜다고 그 권력자에게 저주와 욕설을 퍼붓는 것으로 중생을 달래겠다면, 그것으로 역할을 다 했다고 만족한다면 그건 명진 스님의 수치다. 또한 직무유기다. 욕설과 막말이라는 1차원적인 배설로 자비와 나눔을 통해 탐욕과 번뇌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지혜를 설파해야 할 스님으로서 제 할일을 다 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MB에 대해 비판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 속에 천불이 났는데 속이 시원하다고 한다" "수행자가 고준한 법문으로 기억돼야 하는데, MB 비판한 것으로 회자되다니 싶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는 그런 말들로 위로 받는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밝힌 명진 스님이 안타깝다는 얘기다.
명진 스님이 고준한 법문의 고차원적 스님으로 기억돼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지나치게 정치적이라 비판하는 것도 아니다. 전혀 수행자답지 않은 모습으로 불교 정신에 어긋나는 잘못된 방법으로 중생을 호도하면서도 중생을 위로한다며 부처님의 이름으로 오늘도 막말을 퍼붓고 있을 명진 스님의 모습이 참으로 슬프고 안타까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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