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아파트나 타운하우스 등을 지을 수 있는 공공택지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수도권 공동주택지의 경쟁률이 평균 수십대 1이 넘는 것은 기본이고, '애물단지' 취급받던 연립부지와 블록형 단독주택지도 경쟁률이 하늘을 찌른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시행사를 낀 민간택지의 수익성이 낮아지고, 사업부지 확보도 힘들어 이런 염려가 없는 공공택지로 건설사들이 몰리는 것이다.
이에 비해 상한제가 적용될 신규 민간택지는 수주 검토를 중단하거나 사업을 포기하는 건설사까지 나오고 있다.
◇ 공공택지 몸값 급등 = 29일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올들어 추첨방식으로 분양한 공공택지내 공동주택지와 연립주택부지, 블록형 단독주택지에 건설사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지난 달 말 분양한 인천 영종지구 공동주택지의 경우 전용 60㎡ 이하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은 경쟁률이 4-7대 1이었으나 전용 60-85㎡는 20-40대 1, 전용 85㎡ 초과 필지는 최고 5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지난 달 공급한 화성 향남2지구는 경쟁률이 최고 78대 1, 평택 소사벌지구는 최고 42대 1이나 됐고, 3월에 분양한 인천 청라지구는 전용 60-85㎡짜리 1개 필지에 무려 186개 업체나 몰려 청약과열을 빚었다.
고급형 연립주택인 '타운하우스'가 성공을 거두면서 그간 찬밥신세였던 연립주택 및 블록형 단독주택지의 몸값도 급등하고 있다.
이달 초 공급된 파주 교하지구의 85㎡ 초과 연립주택 부지는 2개 필지가 39대 1, 16대 1의 경쟁 속에 각각 현진에버빌과 풍성주택이 주인이 됐고, 이 지구 블록형 단독주택지 역시 3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휴스콘건설이 당첨됐다.
앞서 3월에 나온 김포 장기지구 연립주택 2개 필지도 경쟁률이 각각 34대 1과 57대 1이나 됐다.
토공 관계자는 "그동안 연립주택 부지나 블록형 단독주택지는 청약 경쟁률이 저조하거나 미분양이 났는데 민간 택지난이 심각해지자 건설사들이 몰려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의 참여도 눈에 띈다. 그동안 대형 건설사들은 외환위기 이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직접 땅을 사지 않고 시공만 맡는 도급방식을 선호해왔으나 사업방식을 변경한 것이다.
현대건설과 SK건설은 올들어 각각 인천 영종지구와 청라지구의 아파트 용지를 각각 25대 1과 74대 1의 경쟁을 뚫고 분양받았다.
D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땅작업을 도맡아 해온 시행사의 입지가 줄어들면서 민간택지 확보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재개발.재건축 시공사 선정도 거의 끝나 공공택지에 관심갖는 건설사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신규 수주는 전면 보류 = 그런가 하면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시행사가 따로 있는 도급사업은 사업성 검토를 중단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H건설 관계자는 "상한제의 기본형 건축비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성을 예측하기 힘들어 신규 수주는 일단 보류시켰다"며 "지금은 상한제를 피할 수 있는 사업지의 인허가를 앞당기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S건설은 최근 서울 강북의 한 사업지를 검토했으나 사업 일정상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될 것으로 보여 아예 시공권을 포기했다.
회사 관계자는 "땅값을 감정가로 산정하면 매입가보다 최소 10-20%는 떨어질 것이고, 시행사 요구 수익을 빼면 시공사는 공사비도 제대로 못챙길 판이어서 사업을 포기했다"며 "상한제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수주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K건설의 한 임원은 "시공 의뢰가 들어오면 일단 상한제 적용 여부부터 확인한다"며 "당분간 주택 수주보다는 분양가 상한제와 무관한 오피스, 오피스텔, 민간제안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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