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들렌과 겪었던 결혼생활의 위기와 그 후의 이혼에서 볼 수 있듯 트뤼포는 두 연인이 만들어가는 궁극적 화합과 유대의 공간을 신뢰하지 않았다. <부드러운 살결>(‘64)을 찍을 당시를 전후하여 트뤼포는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 있던 상황으로 보인다. 영화 촬영 동안에 주연 남자 배우였던 장 드자이와의 껄끄럽지 못한 관계의 여파까지 더해져 실제로 촬영을 마치고 그는 탈진과 의욕 상실로 몸이 수척해진다. 트뤼포는 그 당시의 심경을 이렇게 토로했다. “현재의 나는 바다의 이미지에 지친 상태이며, 네 번째 영화는 더 이상 난파 위기에 놓인 배가 아니라, 전원을 가로지르는 열차이기를 바라고 있다. 무질서도 선로변경의 오류도 없는, 균형과 조화를 지닌 쾌적한 여행을 하고 싶다. 나는 약점을 황급히 감출 목적이 아니라 톱니바퀴에 기름을 치는 일, 방향 상실과 속도 지연을 피하면서 차량을 덧붙이는 일에 즉흥 연출을 한정시키고 싶다.” 트뤼포는 (여성과의) 관계의 본질에 가 닿을 수 있기를 누구보다도 더 간절히 소망한 인물이다. 그렇지만 트뤼포의 욕망하는 자아와 자아 밖 외부적 현실세계로서의 비자아/타자의 사이는 언제
트뤼포가 ‘장르의 폭발’이라 불리는 일련의 영화들을 통해 여러 혼합 장르들의 변주를 꾀했다면, 샤브롤은 일관되게 단 하나의 장르에만 집중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른바 ‘범죄 영화’(films policiers)로 통칭되는 영화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그의 범죄 영화는 다소 괴이한 외피를 두르고 있다. 형식적 차원에서 보았을 때 장르 영화로서 샤브롤의 영화들은 장르의 규칙을 고스란히 따르면서도 주제적 측면에서는 독창적인 자신의 세계관을 드러낸다. 때문에 범죄물, 스릴러 혹은 필름 누아르 형식의 영화들에 천착했다는 이유만으로 끌로드 샤브롤을 누벨바그 세대 감독들 중에서 가장 ‘상업적’인 감독으로 쉽게 결론짓는 행위는 성급한 결론이다. 샤브롤은 자신의 입으로 직접 이렇게 말했다. “흥미를 불러일으키면서 사람들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그것이 바로 스릴러 장르의 아름다움이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스릴러는 단순한 오락 장르가 아니다.” 샤브롤의 ‘범죄 영화’는 그것을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즉각적이고 폭발적인 감정의 쥐어짬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미국문학사의 한 페이지에는 도스 패써스(John Dos Passos)란 이름의 작가가 존재한다. 1차 대전 이후 소위 ‘잃어버린 세대’(the lost generation)의 작가군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그는, 그 당시의 미국의 자화상을 소설장르로 표현해내고자 했던 이다. 20세기 초 미국 전체의 역사를 보여주고자 그는 'U. S. A' 삼부작을 기획하는데, 이 연작은 그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에서 어떻게 자신이 역사의 한 부분이 되는가를 보여주었다. 자신이 속해있던 동시대의 기운을 그는 그려내고자 했던 것이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를 연출한 민규동 감독의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도 마찬가지다. 대신 그는 패써스의 경우처럼 연작이라는 형식이 아니라, 한 작품 안에서 여러 개별적 인물들의 에피소드 형식의 이야기 구조를 취하고 있다. 전체는 부분의 합 <내 생애...>에서 감독은 서울이라는 장소를 빌려 도시-공간의 전체적 밑그림을 그려나간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각 등장인물들의 자연스런 연결접속 관계다. 이 영화 속에
[피아니스트를 쏴라]는 대중의 기대와는 달리 영화에 있어서 트뤼포의 개인적 선호도의 영역이 어느 곳에 닿아있는지를 명백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한마디로 그는 [피아니스트를 쏴라]에서 “할리우드 B급 영화들에 대한 경의에 찬 혼성 모방”으로서의 영화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트뤼포 자신의 시네마테크 세대 영화광적 기질이 유감없이 힘을 발하는 순간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무엇보다 나는 장르들(코미디, 드라마, 멜로드라마, 심리적인 영화, 스릴러, 사랑 영화 등)을 혼합함으로써 장르의 폭발(탐정 영화)을 기대하고 있었다. 대중들이 분위기의 변화를 가장 혐오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나는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것에 대해 언제나 열정을 가졌다”라고. *사진설명 :ⓒ피아니스트를 쏴라 [피아니스트를 쏴라]의 오프닝 씬은 괴상하기 짝이 없다. 한 남자가 파리의 밤거리, 그 어둠 속에서 자신을 뒤쫓는 차를 피해 정신없이 달려가는데, 그는 영화의 주인공 샤를/에두와르의 친형 쉬끄다. 컷의 수도 많고 카메라의 움직임도 격렬하다. 그러다 쉬끄는 밤길에 미끄러져 전봇대에 얼굴을 부딪치고서는 그 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