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재판 항소심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피고인 측이 신청한 사실조회 결과가 잇따라 공개되면서, 2012년 ‘태블릿PC 실사용자’는 개통자 김한수(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인 것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본지 변희재 대표고문 등 피고인 측은 지난해 12월부터 SK텔레콤 측에 △ 2012년 하반기에 태블릿PC가 ‘이용정지’ 된 이유, △ 이용정지 기간, △ 2012년 11월 27일 이용정지를 해제한 사람에 대해 세 번에 걸쳐 사실조회를 요청한 바 있다.
그 결과, 태블릿PC는 2012년 6월 개통 이후 단 한 번도 요금이 납부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개통 3개월 뒤인 9월부터 이용정지가 됐는데, 80여 일 뒤인 2012년 11월 27일 태블릿PC 이용정지를 직접 해제한 사람은 다름 아닌 ‘김한수’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김한수는 여섯 달 가까이 밀린 요금을 자신의 개인 신용카드로 납부했을 뿐만 아니라, 이날 이용정지가 풀리자마자 곧바로 선거 유세문을 다운로드 받는 등 2012년 박근혜 대선캠프 업무용으로 활발하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 무렵 태블릿PC는 김한수의 손에 있었다는 사실이 이번에 처음으로 기록에서 확인된 것이다.
김한수, 2012년 11월 신용카드로 밀린 요금 납부…‘이용정지’ 직접 해제
김한수는 그동안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던 ㈜마레이컴퍼니 법인 명의로 2012년 6월 태블릿을 개통한 뒤, 곧바로 이춘상 전 보좌관에게 넘겼다고 주장했다. 그 후로는 태블릿PC를 본 적도 없으며, 어디서 누가 사용하고 있는지 관심도 두지 않았다고 검찰조사와 법정에서 일관되게 진술했다. 자신은 개통만 해줬을 뿐, 태블릿PC의 실사용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취지였다.
또 김한수의 주장에 따르면, 태블릿PC를 누가 쓰고 있는지 처음 알게 된 시기는 대선이 끝난 뒤 2013년 1월이라고 한다. 최서원이 전화를 걸어와 “태블릿PC는 네가 만들어 줬다면서?”라고 물어보는 바람에 최서원이 쓰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고 한다. 이전까지는 태블릿PC의 행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
하지만 이 같은 김한수의 ‘알리바이’는 최근 사실조회에서 모두 거짓으로 탄로 났다.
사실조회 결과에 따르면 △ 태블릿PC는 요금미납으로 2012년 9월 10일부터 11월 27일까지 석 달여 간 ‘이용정지’ 상태였고, △ 누군가 2012년 11월 27일 낮 1시경 신용카드로 밀린 요금 37만5460원을 한꺼번에 납부해 이용정지를 풀었는데, △ 그 신용카드의 주인은 김한수였다.
이용정지 풀리자 곧바로 선거 유세문 다운로드…김한수가 태블릿PC 사용
2012년 11월 27일 김한수는 밀린 요금만 낸 게 아니었다. 이용정지가 풀리자 곧바로 태블릿을 사용했다.
당시 상황을 검찰 포렌식 기록으로 살펴보니 “정지가 해제되었습니다”라는 문자가 도착한 직후(오후 1시 11분), ‘1일차 대전역 유세.hwp’라는 파일이 태블릿에 다운로드 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오후 1시 13분) 곧이어 한글뷰어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됐고(오후 1시 15분), ‘1일차 대전역 유세.hwp’을 열어봤다.(오후 1시 15분), 30분 뒤에는 포털사이트에 접속, 이메일도 확인했다.(오후 1시 45분)
이 같은 기록들은 이날 태블릿PC가 김한수의 손에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JTBC나 검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태블릿을 최서원이 갖고 있었다면, 최서원은 김한수가 밀린 요금을 냈다는 사실을 ‘거의 동시에’ 알아차려야 한다. 하지만 이 무렵 김한수와 최서원은 전화도, 카톡도 한 적이 없는 사실상 모르는 관계였다. 이건 두 사람의 공통된 증언이다.
또 태블릿PC는 이용정지가 풀리기 직전까지 석 달 가까이 쓰지 않고 방치돼 있었다. 최서원이 어떻게 이용정지가 풀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1~2분 안에 태블릿을 다시 켜서 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었는지 설명할 길이 없다. 결국 2012년 11월 27일 태블릿PC는, 밀린 요금을 직접 납부한 김한수의 손에 있었다는 결론에 이른다.
특히 밀린 요금을 낸 11월 27일은 대선 선거운동 기간 첫날로서, 박대통령은 실제 대전유세를 시작으로 전국 선거운동에 나섰다. 그간 이용정지되었던 태블릿을 박근혜 대선캠프에 있던 김한수가 '대전유세문'을 다운받으며, 선거운동용으로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2012년 6월부터 2014년 4월까지 ‘태블릿PC 실사용자 = 최서원’ 논리 깨져…김한수 위증 드러나
이는 그동안의 JTBC 보도와 검찰·특검의 수사결과, 박근혜 대통령 1심 판결, 태블릿PC 재판 1심 판결을 모두 뒤집는 결과다. 태블릿PC는 개통 직후인 2012년 6월부터 ‘최서원이 실사용자’라는 것이 지금까지 법원에서 인정됐던 주장이다.
JTBC와 검찰, 특검은 △ 최서원 셀카 사진(2012.6.25), △ 독일 영사콜 문자메시지 수신(2012.7.15), △ 이병헌(김한수의 고교 동창)에게 보낸 “서둘러서 월, 화에 해라” 카톡 메시지(2012.7.15), △ 김한수에게 보낸 “하이”라는 카톡 메시지(2012.8.3), △ 제주 서귀포 위치정보(2012.8.14) 등을 최서원이 사용한 근거로 제시했다. 모두 2012년도 기록이다.
이를 토대로 2014년 4월까지 2년 가까운 기간 태블릿을 실제 사용한 사람은 최서원이고, 이 기간 태블릿에 저장된 모든 대선캠프 문서와 청와대 문서, 대통령 연설문 등은 최서원이 미리 건네받은 문건으로 간주됐다. 태블릿에 다운로드 된 드레스덴 연설문을 최서원이 직접 수정했다는 주장도 인정됐다. 이러한 정황들을 근거로 마치 태블릿PC가 청와대를 조종하는 리모컨처럼 그려지면서, 최서원이 이른바 ‘국정농단’을 했다는 것이 JTBC와 검찰의 논리였다.
하지만 최서원이 태블릿을 사용했다는 기간(2012년 6월 ~ 2014년 4월)에 해당하는 2012년 11월 27일, 김한수가 직접 이용정지를 해제하고 태블릿PC를 사용한 기록까지 이번에 확인되면서 JTBC와 검찰이 주장했던 논리와 근거들은 사실상 깨지게 됐다.
더불어 김한수가 2017년 9월 29일 박 대통령 1심 법정에서 했던 증언들도 위증(僞證)으로 결론났다. 당시 김한수는 “태블릿을 이춘상 보좌관에게 전달한 이후에는 태블릿PC 자체를 아예 인지하지 못하고, 선거기간에 너무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생각(요금 납부)을 다시 해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개통 이후로 (태블릿을) 만져본 적도 없다. 사용한 사실도 전혀 없다”며 “태블릿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도 증언했다.
김한수가 “2012년 가을경 압구정동 중식당에서 최서원이 흰색 태블릿PC를 가방에 넣는 것을 본 사실이 있다”고 증언한 것도 사실상 위증이다. 2012년 가을 태블릿PC는 이용정지(9월 10일 ~ 11월 27일) 상태였기 때문에 인터넷도, 문자도, 전화도 되지 않는 태블릿을 최서원이 집밖에서도 끼고 다녔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김한수의 이 같은 증언은 박 대통령 1심 판결에서 ‘최서원의 태블릿PC’로 결론짓는 데 핵심 근거로 인용됐다.
이와 관련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고문은 3월 24일 화요일 오후 3시20분 국회 정론관에서 태블릿 실사용자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 모든 사항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서신으로 전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