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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chosun.com)에 연재중입니다.

◆토익점수 없어 취업 실패한 무능력자?

우리 세대는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말 그대로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시대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버는 주체인 기업이다. 돈이 사회의 근간이 되는 세상에서 돈을 버는 집단인 기업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김영삼 정부 시절 대한민국 기업들이 ‘세계화’를 외치면서부터 한국사회는 영어공부에 열을 올렸다. 기러기 아빠, 원정출산, 조기유학, 모든 것이 TOEIC 고득점자를 기준으로 삼는 기업들의 채용관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요즘과 같은 취업난 속에서는 TOEIC점수가 900점은 넘어야 이름 한번 들어본 회사에 원서를 넣어볼 수나 있다. 유학 경험이나 해외 어학 연수도 취업준비생들의 기본코스가 되어버렸다.

나는 3년 전 일찌감치 취업전쟁에서 지독히도 쓴 패배를 경험했다. 남들처럼 입사원서 수백 통 써본 이른바 청년백수의 하나였다. ’나는 일을 할 능력이 있고,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믿는 자신감 넘치는 취업 지원자였지만 우리 사회의 취업문을 지키는 채용담당자들의 기준으로는 어림도 없었던 모양이다.

기성세대가 주축이 되는 채용담당자들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필자는 정말 무능한 인재였다. 그 흔한 TOEIC점수도 없고, 외국어 능력도 없는 지방대 출신에, 남들 다 다녀오는 해외유학 경험도 없었고, 180Cm이상의 호남형의 외모도 아니었다. 게다가 서른 살이 넘어버린 나이에 경력직도 아닌 신입 지원자였으니 이보다 무능한 인재가 또 어디 있을까.

하지만 이 무능한 인재는 그 죽고만 싶었던 암흑 같은 날들을 뒤로 한 채 일할 공간을 스스로 만들고 자신의 능력을 몰라주고 외면한 그들에게 보란 듯 성공을 하고픈 복수극(?)을 꿈꾸고 있었다. 그리고 불과 2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수백 배 이상의 성장가도를 달리는 당돌한 복수극의 서막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단돈 8000원으로 창업, 2년 만에 15억원대 수출기업으로 성장

TOEIC 900점 이상의 고득점자들이 넘쳐나는 요즘, 외국어와 담을 쌓고 살던 그 소외된 구직자는 전 세계 20여 개국을 대상으로 전체 매출 대비 수출의 비중을 98%를 유지하며 그 영역을 꾸준히 넓히고 있다.

단돈 8000원만 들고 지하실에서 두 명이 시작해 40만원의 첫 수출실적을 기록한 나의 자동차 모형 디자인 회사는 현재 연 매출 15억원 이상을 상회하는 회사가 되었고, 매출액 대비 이익율은 대한민국 산업평균보다 10배 이상 높은 회사가 되었다.

전 직원이 글로벌화 한 TOEIC점수로 무장한 그 회사들은 부채가 올라가고, 수출전선에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으며, 세계경제 불황 때문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반면 TOEIC점수조차 없던, 글로벌하지 못해 버림받은 취업 실패자는 부채비율 0%, 매출액 대비 설비투자 30%, 매출 상승폭은 매 분기 수십% 이상씩의 고도 성장을 거듭하며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에겐 불황은 없다’고 떠들며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영어 점수가 글로벌의 척도인가

이쯤 되면 그 기업들이 외치던 ‘글로벌’한 채용기준에 대해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필자는 기업의 채용 담당자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모든 직원에 대해 TOEIC 고득점을 최소한의 입사자격으로 요구하는 그들이 유행처럼 외쳐대는 그 ‘세계화’, ‘글로벌 마인드’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설명해보라고 말이다.

그들의 기준으로는 인생의 낙오자로 평가되던 필자의 견해로는 ‘세계화’, ‘글로벌 마인드’라는 것은 각 국가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눈높이를 맞추며 전 세계의 평균된 발전의 흐름을 이해하고 그것에 방향을 맞추는 감각이다.

이것은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영역이다. 영어를 잘 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물건을 팔아야 할 대상국가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는 일에 대해서 다소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기는 하지만 결코 일의 본질을 해결하는 능력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6.25 직후와 같이 영어를 할 줄 알아야만 미군에게 초콜릿과 껌을 얻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간 지 오래다. 지금은 1950년대가 아닌 인터넷으로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고, 외국어를 못해도 각종 번역기를 이용하면 전 세계의 정보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열람할 수 있는 2009년이다.

외국어라는 것이 몇 일만에 속성으로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수년 간의 꾸준한 노력을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에 외국어 학습에 노력을 기울일수록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한 노력은 미흡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영어 공부 대신에 자동차 모형 디자인에 빠져 살아온 나 같은 경우 말이다.

회사를 통/번역 전문회사로 육성할 계획이 없는 한, 전 직원이 영어를 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앞으로 물건을 팔아야 할 제3국들은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나라가 더 많다.

◆기업이 변해야 나라가 변한다

자격요건 대충 정해놓고 제비 뽑듯 대충 채용하고, 떨어져 나갈 사람 떨어져 나가면 다시 충원하는 식의 채용문화는 사라져야 한다.

기업이 창의적인 인재를 채용하고자 한다면 교육현장에서는 창의성을 높이는 교육으로 전환되는 기점을 마련할 수 있다. 영어 대신 미술이나 과학과 같은 창의적인 학문에 관심을 기울이는 편이 우리사회의 건전성과 효율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과연 대한민국이 ‘세계화’를 핑계로 영어교육을 위해 해외에 뿌리는 교육비용만큼이나 외화를 획득하고는 있는 것일까?

한국은 자동차, 조선, 전자, 반도체를 통해 고도의 하드웨어 경쟁력을 갖췄다. 이제 창의력이라는 소프트웨어만 갖추면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한국은 ‘품질은 일본에 밀리고, 가격은 중국에 밀리는’ 불쌍한 나라가 아닌 ‘품질은 일본과 견주고, 가격은 중국과 견주는’ 매력적인 나라다.

더 이상 아무짝에도 쓸 곳 없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씨알도 안 먹히는 잘못된 ‘세계화’를 하기 위해서 기러기 아빠를 양산하는 기성세대의 비뚤어진 자화상을 그 다음세대에 넘기지 말아야 한다.

강조해서 말하지만 우리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키포인트는 훌륭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경쟁력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창의력’이라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이다.

그리고 변화의 출발점은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중앙에 위치하는 기업들의 채용문화이다. 채용현장에서 영어면접보다 차라리 입사지원자의 제품개발 아이디어 혹은 기업의 구조개선에 대한 아이디어를 들어보고 그것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풍토를 일반화시키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지 않은가?

만약 기업의 채용문화가 변하지 않는다면, 취업 시장에서 좌절하는 수많은 우리 세대들은 차분히 자신의 능력을 되돌아보라. 실제로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추고 있지만, 단지 기성세대의 기준에 맞지 않아 무능력자로 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기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직접 기업을 만들어보라. 기존의 기업이 바뀌지 않는다면 직접 바꿔내야 한다.

* 실크세대: 70년대 이하 생들로 386세대들과 달리 인터넷과 대중문화를 기반으로 전 세계를 연결하는 새로운 실크로드를 열어나가는 대한민국의 젊은세대를 말한다.

* 실크로드CEO포럼: 71년생 이하의 기업가들의 조직으로서 청년 창업의 붐을 조성하기 위해 2007년 6월 3일 출범하였다. 기업가들 이외에도 71년생 이하 대중문화 평론가, 시의원, 언론운동가 등등이 전문위원으로 참여하여 명실상부한 세대조직으로 성장하고 있다.

*자신만의 주장을 하고 싶은 실크세대들은 이문원 실크로드CEO포럼 전문위원(fletch@empal.com)에 연락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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