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첫 내각 인사청문회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꼴불견이 점입가경이다. 특히 야당 의원들이 장관 청문회를 MBC 때리기로 악용하는 작태는 유치함을 넘어 측은함마저 느끼게 한다. MBC 노조위원장 출신의 노웅래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달 27일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게 “김재철을 정리해야 하지 않느냐”며 압박을 넣더니 4일엔 한명숙 의원이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게 “MBC는 김재철 사장 체제 전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국민에게 신뢰를 잃을 것이다. MBC에는 특별근로감독이 꼭 필요하다”며 압력을 넣었다. 도대체 장관청문회인지 MBC 청문회인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다. 두 장관이 야당의 뜻을 받들어 MBC 사장을 갈아치울 무슨 권한이 있다고 장관 청문회마다 MBC 사장을 바꿔 달라고 애걸복걸 타령인지 황당할 지경이다.
다행인 것은 유진룡 후보자가 MBC를 포함해 언론문제에 관해 핵심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김재철 사장 퇴진 관련 질문을 받자 “신중하게 생각해 보겠다. 언론행정은 저희 소관이지만 (그 문제는) 소관사항이 아니라 제가 답변할 문제가 아니다”고 답했다. 노웅래 의원이 “김 사장을 그대로 놔둬도 방송의 독립·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느냐”고 따졌지만 유 후보자는 답변하지 않았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눈치를 봐서 대답을 못하는 거냐”며 “박 대통령이 MBC 지분 30%를 갖고 있는데 언론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해 사회에 환원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어이없는 낚시성 질문을 던져도 유 후보자는 “제가 직접 답변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말했다. 심사가 뒤틀린 일부 언론은 유 후보자가 MBC 문제를 포함해 정수장학회와 관련 대답을 회피했다고 보도했으나 실은 정확한 답이었다. 우문현답이었다.
MBC 문제 정확히 답변한 유진룡 후보자에 비해 공부가 부족해 보이는 방하남 장관 후보자
반면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대처는 조금 아쉽다. 4일 뉴시스 보도(방하남 "MBC, 노동법 위반사항 적발 시 법적 조치")에 의하면 방 후보자는 한명숙 의원이 특별근로감독 운운하자 "MBC에 근로기준·노동법 위반 사항이 있다면 당연히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물론 “감독을 실시하려면 몇 가지 요건이 있다” “특별근로감독 이전에 지금까지 이뤄진 상황과 법적 절차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판단하겠다”라는 전제를 달긴 했다. 어떻게 보면 정석의 답변이지만, 지금까지 MBC 사태와 관련해 무수한 보도가 있었고, 국회 환노위가 작년 MBC 청문회까지 개최했다는 점에서 방 후보자가 적어도 청문회에 서기 전 MBC 노조 파업 사태 관련해서 제대로 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소신을 보여주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방 후보자는 또 “지난해 언론사 파업이 유례없이 일어났던 현장을 한 번 찾아가서 노조와 대화하고 상생의 노사문화를 구축할 의향이 있느냐”는 한명숙 의원의 유도성 질문에 “그렇게 하겠다”며 “현장에 직접 가는 것이 노사 간 화합을 이룩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어디든, 언제든 가겠다”고 답변한 부분도 걸린다. 마치 올가미를 쳐놓고 먹잇감을 기다리는 사냥꾼처럼 민통당 의원들의 의도에 넘어간 것은 아닌지 걱정부터 앞선다. 야당 청문위원들을 의식하여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는 입장에 선 방 후보자의 청문회 답변을 가지고 훗날 얼마든지 MBC 문제와 관련해 악용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상대방의 의도를 알면 뻔한 유도질문에 넘어가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방 후보자가 MBC 노조 파업사태에 대한 사전공부가 좀 더 있었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유진룡 장관 후보자가 정확한 답변을 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국민 위해 일할 장관 후보자 검증 아닌 ‘MBC 탈환’의 장으로 악용하려는 야당
물론 문제는 청문회에 선 순간만큼은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장관 청문회에까지 MBC 문제를 끌어들인 야당에 있다. 장관 청문회는 국민을 위해 일할 장관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는 자리이지 눈엣가시인 특정 공영방송 사장을 쫓아내기 위한 방편들을 모색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 자리에서 특정 공영방송의 사장 퇴진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나 노사문제에 끼어들어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는 것은 청문회의 본래 취지에도 벗어날 뿐 아니라 분명한 월권에 해당된다. 게다가 박 대통령이 MBC 지분 30%를 갖고 있다는 식의 사실관계에도 어긋난 발언을 무책임하게 내뱉는 것도 문제가 있다. 민주통합당은 이 당 소속 신경민 의원이 청문회에 선 후보자가 사실과 다른 답변을 할 경우 처벌해야 한다는 청문회법 개정안까지 낼 정도로 사실 여부를 매우 중요시하고 따지는 당이다. 그런데 장관청문회 자리에서 민통당 소속 의원들은 사실 여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멋대로 발언하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한 것은 후보자나 국회의원이나 똑같은데 후보자는 처벌하고 국회의원들은 봐준다면 세상에 그런 엉터리 같은 법이 또 어디 있겠나.
민주통합당의 이런 억지와 말도 안 되는 행태들은 MBC에 대해 민통당이 가진 기득권 의식을 더욱 강조할 뿐이다. 안 그래도 MBC가 마치 민통당 정치인 사관학교라도 되는 양 MBC 퇴사와 함께 줄줄이 야당정치인으로 등장하는 모습에 할 말을 잃은 국민은 민통당이 새 정부 장관 청문회에서까지 MBC를 물고 늘어지는 모습에 황당할 뿐이다. 국민을 위한 후보자 검증의 장이 되어야 할 청문회가 이렇게 ‘MBC 탈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야당의 정치적 장으로 변질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MBC는 야당의 전유물이 아니다. MBC 문제가 야당의 입맛대로 굴러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근혜 새 정부의 장관들이 월권 하여 MBC 사태에 개입하고 야당이 원하는 대로 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렇듯 사정이 뻔한 대도 청문회장에서까지 ‘사장을 쫓아내 달라’ ‘특별근로감독을 해 달라’ 대놓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어린아이의 떼쓰기에 불과하다. 청문회를 통해 철없고 뻔뻔한 야당의 모습이 가감 없이 국민에게 전달되고 있는데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달라진 게 없는 야당 모습에 그저 딱할 뿐이다.
폴리뷰 편집국장 - 박한명 -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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