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채널 tvN ‘백지연의 끝장토론’이 12일 밤 ‘장자연 사건, 모든 진실을 공개하라’에서 패널 4명 모두 특검 등 재수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의견일치를 보았다. 그러다보니 토론을 보고 판단하는 시민패널 역시 40명 중 36명이 재수사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찬성과 반대 패널로 구분하여 토론을 진행하는 토론프로그램에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이른바 찬성패널인 영화배우 문성근, 영화학자 유지나 동국대 교수와 반대 패널인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김용호 스포츠월드 연예부장의 특검 찬성의 목적은 확연히 달랐다.
이번 ‘백지연의 끝장토론’은 정상적으로 토론이 이뤄지지 않았다. 토론을 시작하자마자 김용호 부장은 최근 공개된 장자연 편지에 대해 “이미 2년 전에 한 언론사가 보도했다가 경찰에서 진위가 의심스럽다 하여 언론사 스스로 사과하며 기사를 내렸던 것”, “왜 느닷없이 SBS 측에서 이런 편지를 공개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편지가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99.9%”라며 잘라 말했다. 장자연씨의 편지가 공개되었다 해서 새롭게 이슈가 되고, 토론회가 성립되었다는 점에서 김용호 부장의 첫 발언으로 상대 패널 측이 무색하게 된 것.
50여통의 장자연 편지에는 31명의 실명도 수사의 단서도 없다
이어 변희재 대표는 “50여통의 편지를 아무리 읽어봐도 31명의 실명명단은 없다. 언론사들이 마치 실명 명단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여 국민들이 혼동하고 있는 것”이라며 “실명도 없고, 수사에 단서가 될 만한 것도 없으니, 2년 전 경찰에서 이를 참고하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이라 주장했다.
반면 최근 조선일보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장자연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의 처벌을 주장한 영화배우 문성근씨는 기존의 주장 이외에 별다른 의견을 내지 못했다. 문성근씨는 “젊은 여성이 억울하다고 호소하면서 자료를 남기고 생명을 끊었는데, 그가 남긴 문서가 완전히 묵살되고 있다”며 “그런 호소에 우리 사회가 아무런 응답을 안 해준 게 안타까워 한 언론사 앞에서 시위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변희재 대표는 “조선일보 측에서 경찰수사 기록을 공개했으니 조선일보라고 부르겠다”며, “문성근씨가 조선일보 앞에서 시위를 하게 된 것은 언론권력이 수사를 방해했다는 것 아니냐”고 따져묻자 문성근씨는 “그런 말을 한 적 없고 국민들이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돌려 말했다. 이어 변희재 대표는 “조선일보 측이 공개한 경찰 수사기록을 보면, 경찰에서 통화내역까지 철저히 수사했으나, 조선일보 사주와 장자연씨 측의 어떤 관계도 찾을 수 없었고, 매니저 김씨가 스포츠 조선 사장을 조선일보로 잘못 표기했다 인정했으며, 스케줄표의 약속 날짜에 조선일보 사주는 다른 곳에 있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며 정상적인 경찰수사로 무혐의가 밟혀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사회자 백지연씨는 일방적으로 변대표 측의 주장을 “특정 언론사의 무혐의를 강조하는 토론회가 아니다”라며 말을 끊었다. 문성근씨가 조선일보 앞에서 1인 시위를 하여 이슈가 되었고, 문성근씨의 주장대로 검찰과 경찰이 조선일보의 권력의 눈치를 봐서 제대로 수사를 못했을 거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경찰 수사 기록을 설명하는 패널의 주장을 백지연 사회자가 맥락없이 끊어버린 셈이다.
2년 전 허위로 판정된 장자연 편지, SBS는 왜 공개했나
김용호 부장은 SBS가 공개한 편지의 조작 가능성에 대해 ‘장자연 편지’에서 △오빠로 표기된 진아무개씨가 실제로 장씨보다 1살 연하인 점, 장씨가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고 표현돼 있지만 실제로 언니, 오빠와 살고 있는 점, 매너저 호칭이 실제로는 ‘호’가 아닌 ‘유대표’, ‘유회장’인 점 등을 거론하며 “모 스포츠 신문이 2009년에 보도했지만 경찰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내용을 어떤 방송국이 어떤 의도인지 다시 보도했다. 기자로서 당황스럽다”고 강조하여 백지연 사회자는 “직접 물어보지 그랬냐”고 질문, 김부장은 “해당 방송사 기자에게 물어봤으나 답변이 없었다”고 응수했다.
유지나 교수는 여성 연예인의 인권 실태에 대해 집중적으로 발언했다. 유교수는 “연예인에 들어섰거나 막 들어설 때 훈련 기간이 있는데 성적인 관계로 제안을 받거나 술자리에 나오라는 말을 듣는 일이 있다”며 지난 해 4월27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여성 연기자의 성 접대 실태를 발표한 사례를 예로 들기도 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9∼12월 여성연기자 1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한 여성 연기자 가운데 60.2%가 사회 유력인사 등에게 접대를 해 줄 것을 제의받은 것으로 조사됐던 것이다.
이에 대해 변희재 대표는 “노조 가입자를 대상으로 했으니 현실보다 수치가 높게 나왔을 것이지만, 이러한 통계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고, 구조적으로 여성 연예인들의 착취가 이뤄질 수 있는 개연성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예개혁에 관심이 없는 인물들이 장자연 사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문제
반면 김용호 부장은 문성근씨로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연예계의 고질적 병폐를 해결하겠다면서 대체 왜 조선일보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느냐”고 질문하며 “오히려 이번 장자연 사건을 연예개혁의 시작으로 보지 않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문제”라며 민주당의 이종걸 의원을 겨냥하여 “한 국회의원이 이 사건에 대해 발언을 하지만, 그 국회의원은 연예산업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던 인물”, 문성근씨를 향해 “대체 왜 조선일보 앞에 나가 계시냐”고 다시 질문했다. 이어 문성근씨는 “앞서 설명했으니 더 답변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이어 변희재 대표는 “2005년부터 김용호 부장과 함께 연예개혁 입법을 추진한 입장에서 특정 사건이 다른 쪽으로 이용될 때 개혁작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2년 전의 장자연 사건 때 국회와 문광부에서 몇 번 토론회가 있었지만, 전체 여론이 특정 세력을 응징하느냐 마느냐로 가면서 경찰 수사 종결된 뒤, 논의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편지의 진위가 밝혀지면, 특정인과 특정세력만 공격하다 조용해질 것이니, 연예계의 특정사건과 관계없이 본질적인 개혁논의를 해야한다”며 사실 상 장자연 사건을 가지고 조선일보 공격에 이용하는 문성근씨와 이종걸 의원 등을 비판했다.
문성근씨는 반복적으로 “한 연예인이 남긴 문건을 무시하고, 이를 은폐했기 때문에 시민단체 인사들이 위원회를 구성하여 경찰이 재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변희재 대표는 “문건을 무시한 게 아니라 경찰이 20여만 건의 통화내역 조사, 900여 건의 카드 내역 조사, 100여명의 참고인 조사를 하여, 장자연 문건에 거론된 인사는 물론 인터넷에 떠도는 명단가지 모두 조사했으나, 혐의를 찾을 수 없었던 것”, “그래도 언론의 왜곡 과장보도로 국민들이 믿지 않으니 특검 등을 통해 진실을 완전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예기획사들의 이권 다툼으로 인한 해프닝일 가능성, 특검으로 진실 밝혀야
변대표는 특검의 목적으로 “경찰과 검찰의 수사는 유족의 고소를 통한 피의자 수사에 국한되지, 진실을 밝히는 기관이 아닌 반면, 특검은 국민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 목적”이라며 “2년 전 장자연 문건에 나온 인물들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면, 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문건을 만들어 언론에 공개했는지, 또한 근거없이 남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하여 포괄적인 특검 수사를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대표는 “극단적으로 장자연 사건은 한 여성 연예인이 권력에 희생당한 사건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극단으로는 연예기획사들이 이권싸움을 벌이다 장자연의 죽음을 이용한 해프닝을 수도 있기 때문에 특검으로 진실을 밝혀내야 국민들이 납득을 할 것”이라 주장했다.
김용호 부장도 “이번 사건은 아무리 팩트를 이야기해도 국민들이 믿지 않고 있는 게 문제이니 특검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용호 부장의 발언이 강경하자 백지연 사회자는 연예언론의 선정적 기사와 선정적 광고를 거론하며 김용호 부장에게 “선정적 광고를 내릴 수 없냐”며 토론 주제와 전혀 관계없는 질문을 김용호 부장에게 반복적으로 던져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에 변희재 대표는 “나도 기자이지만 기자를 감시하는 미디어 전문 기자로서, 이번 장자연 사건에서 언론은 진실을 은폐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사실을 무시하고 왜곡 과장 보도를 하는 게 문제라며, 편지에 31명의 실명이 없는데도, 지금 모든 언론이 마치 편지에 31명의 실명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오늘도 내일도 그렇게 보도할 것”이라며 언론의 반성을 촉구했다.
문성근씨의 토론회 역할 미미, 그러나 진정성은 높은 평가 받아
전체적으로 이번 토론회에서 문성근씨의 역할이 너무 미미했다. 유지나 교수 측은 여성연예인의 인권 문제에 집중했고, 변희재 대표와 연예개혁입법 추진에 뜻을 같이 하면서 큰 쟁점이 없었던 반면, 김용호 부장과 변희재 대표가 “경찰수사는 제대로 했고, 모든 인물이 무혐의가 밝혀졌고, 이번에 공개된 편지는 진위여부도 불명확하며, 수사의 단서도 될 것이 없는데도 조선일보 앞에서 왜 시위를 하느냐”는 질문에 전혀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문성근씨는 토론 내내 차분한 태도로 일관하며, 생방 토론회에서조차 온갖 거짓선동을 일삼는 진중권 등 다른 친노좌파 측 패널과는 확연히 다른 자세를 보여주며, 진정성에 대해서는 김용호 부장과 변희재 대표 등 상대 패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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