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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우파의 반격, 좌파의 때늦은 후회

포털의 언론권력을 회수하는 것이 정답


2007년 대선이 불과 2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그동안 한나라당과 범여권 및 진보진영은 대선 승리를 위해 서로 치열한 싸움을 해왔다. 그 중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 곳이 바로 ‘인터넷 포털 끌어들이기’다. 그러나 지금 포털과 정치권은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다.

포털, 권력이 되기까지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는 네이버, 다음, 엠파스, 네이트, 야후 코리아, 파란닷컴 등 모두 6개다. 이중 네이버와 다음은 국내 검색시장의 85% 이상을 차지, 우리나라 인터넷 공간을 지배하고 있다.

이들이 인터넷 공간을 지배하는 과정은 다양하게 설명된다. 하지만 그 배경에 ‘뉴스 유통 독과점을 통한 여론형성’이 있다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지난 2002년 월드컵과 여중생 사망사고를 거치면서 포털 사이트는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장으로 부각됐다. 그리고 촛불시위와 지난 대선을 통해 거대여론을 만드는 곳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원인은 수많은 뉴스를 한 눈에 보고 그 자리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전까지 포털 사이트 또한 뉴스 서비스에 대한 확고한 비전이 없었다. 그저 일종의 ‘미끼 상품’ 정도로만 취급해 왔다. 그러나 2002년을 지나면서 포털 사이트는 뉴스 유통의 상품성을 깨달았다. 이후 포털 사이트는 이전까지는 비용 때문에 꺼려왔던 주요 언론과 뉴스 공급계약을 추진하고 ‘기사 댓글 서비스’를 만드는 등 뉴스 서비스를 강화, 대폭 개편했다. 여기다 포털에 대한 권력층 좌파들의 우호적 정서는 포털 사이트가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 되는 데 힘을 실어줬다.

좌파세력은 이미 1993년부터 ‘진보네트워크’라는 일종의 좌파 포털사이트를 운영해 왔다. 수백 개의 좌파진영 사이트가 곳곳에 흩어져 있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웠기 때문에 만든 것이다. 그러나 진보네트워크도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국민들이 바라는 비전이나 보편적 아젠다보다는 소수자들의 주의주장으로 채워져 있어 국민들의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포털사이트와 집권세력 내 좌파들은 새로운 ‘여론형성의 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가지게 됐다. 조회수를 늘려 이익을 높인다는 포털사이트의 전략과 자신들의 주의주장을 통해 여론을 조종할 수 있다는 좌파들의 기대감이 공감대의 배경이었다. 여기에 시류에 급하게 편승하려던 기존 언론사들의 판단착오가 한 몫 하면서 포털 사이트는 점점 우리 사회 최대의 여론 형성 공간으로 변하게 됐다.

우파의 반격, 포털의 배신

한편, 또 한 번의 패배를 맛 본 우파 진영은 뒤늦은 감이 있었지만 인터넷 신문을 설립하고 논객을 발굴하는 등의 공세적 인터넷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불과 4년 새 우파 인터넷 신문의 숫자는 20개를 넘어서게 됐고 많은 우파 논객들의 글이 인터넷 공간에 퍼지게 됐다.

한편, 사회여론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포털사이트로 인해 좌파의 힘이 유례없이 약해진 것이다. 이전에는 인기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논객들에 의해 여론이 형성된 데 반해, 이제는 포털 사이트에서 익명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에 의해 여론이 좌지우지되기 시작했다.

좌파들은 이런 분위기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리라 생각했다. 논객들도 많았고 조직력도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동안 쌓인 보통 사람들의 분노는 좌파의 뛰어난 조직력으로도 막아내기 어려웠다. 결국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좌파들의 목소리는 점점 잦아들었다.

이런 과정을 모두 지켜본 포털 사이트는 올해 대선이 다가오자 고민에 빠졌다. 기존의 시각을 그대로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집권세력에게 줄을 댈 것인가? 그러나 범여권과 좌파 진영이 끊임없는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이고 이들에 대한 국민여론 또한 곱지 않자, 포털 사이트는 산업화 시대 재벌들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기로 결심했다. 바로 ‘줄 서기’다.

한편, 여기에 포털사이트의 권력지향적인 태도를 본 한나라당 일부 인사들은 자신들이 포털사이트를 지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포털사이트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 결과였다. 이런 착각이 포털사이트의 이익과 합쳐지면서 문제가 불거진다.

그동안 국회 등을 중심으로 몇몇 포털 임원들이 한나라당 당직자나 대선후보 캠프 쪽에 줄을 대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지금은 대선 캠프에 있는 한 인사의 포털 관련 발언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정황이 계속 드러나자 과거에는 포털 견제에 대해 ‘뉴 미디어를 산업화 세대의 논리로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던 좌파진영이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네이버와 다음이 한나라당 후보 홍보사이트로 전락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물론 이런 주장의 저변에는 포털에 대한 배신감이 깔려 있다.

좌파의 뒤늦은 후회

하지만 이 같은 좌파 진영의 불만과 분노는 이미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포털 사이트는 신념이나 가치관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우파 진영은 지난 대선 때부터 포털 사이트가 현재의 권력에 얼마나 잘 ‘적응’하는지 지켜봤지만 좌파 진영은 자신들의 권력 속에서 그러한 문제를 보지 못했던 것이다.

실제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 사이트의 뉴스 홈 맨 아래에는 수십 개의 뉴스 제휴업체들이 나열되어 있다. 대부분은 주요 종합일간지, 지방지, 연예신문들이다. 그 중 인터넷 신문을 보면 대부분이 좌파진영 매체로 분류되는 곳들이다. 우파 매체가 있기는 하나 그 숫자와 기사 노출에 있어서는 확실히 좌파에 비해 열세다.

이렇게 된 이유는 바로 포털의 편향성에 있다. 처음에 포털을 ‘평범한 기업’으로 보고 뉴스 제휴를 요청했던 우파 매체들은 모두 제휴를 거절당했다. 거절당한 이유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없었다. 비공식적인 경로에서는 ‘수구매체와는 제휴할 수 없다’는 대답이 흘러나왔다.

그 때문일까? 지난 수 년 동안 포털 첫 화면에서 북한인권문제나 우파진영의 소식을 보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였다. 첫 화면의 뉴스 배체는 모두 포털 뉴스팀의 손을 거친다. 결국 우파 진영은 이런 포털사이트의 태도를 보며 지금과 같은 언론 기능을 가져서는 위험하다고 결론지었다.

반면, 좌파들은 이제야 뒤늦게 후회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여당이었던 열린당은 물론 민노당 문제도 포털 첫 화면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대선을 불과 두 달 남짓 남겨둔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좌파단체들이 아무리 많은 활동을 해도 과거와는 달리 이슈화가 되질 않는다.

결국 포털 사이트는 좌-우파, 그 어떤 쪽의 편도 아닌 그저 ‘기업’에 불과하다. 또한 ‘미디어’로서의 책임감도 없다. 이들을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하는 건 권력자의 착각에 불과할 뿐이다. 때문에 지금부터 좌파 진영이 해야 할 일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바로 포털의 문화권력, 언론권력을 회수해 ‘독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절대 다수가 아침부터 만나는 포털, 이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여론을 호도하는 포털에게서 ‘권력’을 회수하지 않는다면 다음 정권을 누가 차지하더라도 반드시 후회하게 것이다.

전경웅 기자(enoch@freezon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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