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복사(萬福寺) 안 동쪽에 자리한 한 그루의 배나무. 어느 봄날 밤 활짝 핀 배나무 밑을 오가며 낭랑한 목소리로 시를 읊는 양생은 아름다운 사내다. 부모 없이 천애 고아로 절간 방 한 칸 얻어 홀로 살아온 외로운 처지이나 반듯하다. 심란한 세상, 천지간 혼자인 외로움은 자연히 짝을 그리게 된다. “그대가 참으로 아름다운 짝을 얻고 싶다면 어찌 이뤄지지 않으리라고 걱정하느냐?” 공중에서 들리는 누군가의 따뜻한 목소리. 이 맘 때 양생이 사는 마을에서는 만복사에 등불을 밝히고 복을 기원하는 풍속이 있었는데, 남녀들이 모여 저마다 소원을 빌었다. 때는 삼월 이십사일, 법회가 끝나고 사람들이 드물어지자 양생은 대웅전에 나아가 부처와 저포(摴蒲-윷놀이와 비슷한 게임)놀이 내기를 한다. 부처에게 이겼다고 득의양양한 양생은 부처에게 배필을 점지해 줄 것을 단단히 약속을 걸고 불상 뒤로 숨어 인연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이윽고 나타난 열대여섯쯤 된 아리따운 아가씨. 그녀의 하소연을 들은 양생은 연정의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그녀 앞에 자신을 드러낸다. 양생은 천상의 선녀 같기만 한 아름다운 이 여인과 세속의 시간 3년에 해당하는 꿈같은 3일을 보낸다. 서로를 갈
매월당 김시습 첫 한문소설 ‘금오신화’ 중 ‘만복사저포기’를 원작으로 탄생한 창작극 ‘사랑애몽’(작/연출 홍석환, 작곡 홍정의)이 첫 공연(22일)을 앞두고 공연가 등 안팎으로부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매월당문학사상연구회 김승기 사무총장은 “만복사저포기에 많은 내용이 담겼는데 공연극으로 만들어지고 이슈화되어 매월당 선생 일대기가 저변에 많이 알려지면 더 바랄게 없다”며 “공연에도 관심이 많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작품 속 배경인 남원시청 관계자는 “만복사저포기의 남원시는 문화관광도시이자 국악의 성지로, 다양한 전통국악 공연이 열리는 곳”이라며 “공연을 통해 남원시가 더 잘 알려지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랑애몽’은 남원에 사는 양생이라는 노총각과 높은 신분의 여인이 맺어진다는 이야기다. 양생이 신비로움을 간직한 아름다운 여인과 시공간을 초월해 강렬한 사랑을 나누는 러브스토리이다. 그러나 여인의 정체는 죽은 원혼이었던 것. 한국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할리우드 영화 ‘사랑과 영혼’, 홍콩 영화 ‘천녀유혼’과 비슷한 소재로 친숙하다. 원작 ‘만복사저포기’는 유·불·선 동양 철학 가치관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또, ‘사랑애몽’을
22일 개막을 앞둔 극단 거목의 야심작 공연 소식이 알려지면서 공연계와 문학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특히 이 매월당 김시습 첫 한문소설 ‘금오신화’ 중 ‘만복사저포기’를 원작으로 한 창작극이라는 점에서 고전문학을 비롯한 전통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김시습은 조선 전기를 풍미한 천재 문인으로 세조가 조카 단종의 왕위를 탈취하자 벼슬을 버리고 절개를 지킨 여섯 사람, 즉 생육신 중 한 사람이다. 공연소식에 김시습 연구단체들도 반색하고 있다. (사)매월당문학사상연구회 김승기 사무총장은 “만복사저포기에 많은 내용이 담겼는데 공연극으로 만들어지고 이슈화되어 매월당 선생 일대기가 저변에 많이 알려지면 더 바랄게 없다”며 “공연에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만복사저포기’는 전라도 남원 땅 양생이라는 보잘 것 없는 노총각과 계급 높은 귀인의 딸이 맺어진다는 이야기로, 인간 양생과 죽은 원혼인 여인의 시공간을 초월한 러브스토리다. 계급의식이 투철했던 조선의 가치관을 뛰어 넘는 자유연애란 파격적 소재와 인간과 귀신이 사랑을 나눈다는 몽환적이고 대담한 사랑이야기다. 한편, 극단 거목 창작극 프로젝트 1탄 ‘사랑애몽’(작/연출 홍석환, 작곡 홍정의)은 오는
예로부터 닭 울음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새벽을 알리는 상서롭고 신통력을 지닌 서조(瑞鳥)로 여겨져 왔다. 민간에서는 밤에 횡행하는 귀신이나 요괴도 닭 울음이 들리면 일시에 사라진다는 주술적 전통신앙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닭의 울음은 때를 알려주는 시보(時報) 역할을 하면서도, 앞으로 다가올 일을 미리 알려주는 예지의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 닭이 훼를 길게 세 번 이상 치고 꼬리를 흔들면 산에서 내려온 맹수들이 되돌아가고, 잡귀들이 모습을 감춘다고 믿어왔다. 닭 울음에 관한 전통적 민간신앙이 최근 대중문화공연에서도 관객을 끄는 주요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영화 연극 등에서 ‘닭 울음’ 소리가 흥행을 좌우하는 핵심 코드로 부상하고 있는 것. 최근 7백만 명에 가까운 관객 동원에 성공한 영화 에서 닭 울음은 주인공 종구의 운명을 가르는 은유로 작동한다. 종구(곽도원)는 닭이 세 번 울기 전까지는 집에 가지 말라는 무명(천우희) 말을 무시하고 갔다가 비극적 운명을 맞는다. 관객들은 에서 닭 울음 의미와 종구 가족 운명을 놓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으며, 영화 재관람 열풍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닭 울음이 주인공 운명을 가르
매월당 김시습 최초 한문소설 금오신화 중 ‘만복사저포기’를 원작으로 한 창작극이 무대에 오른다. 김시습은 조선 전기를 풍미한 천재 문인으로 생육신 중 한 사람으로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이 많다. 작품을 관통하는 유·불·선 동양 철학 가치관, 남녀 간 초월적 사랑을 담은 서정과 낭만. 여기에 현대적 감각과 해석을 덧입혀 ‘사랑애몽’(작/연출: 홍석환, 작곡 : 홍정의)으로 재탄생시켰다. 만복사저포기가 공연작품으로 무대에 오르는 건 이번이 세계 최초로 알려졌다. 이 작품은 남원 고을 만복사 구석진 방에 홀로 사는 가난한 노총각 양생과 죽은 원혼인 아름다운 여인과의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이야기다. 특히 모든 것을 사랑하는 여인에게 바친 주인공 양생은 현대인의 얕고 가벼운 애정풍속도를 돌아보게 한다. 당대 현실을 개탄, 회의하면서 거부했던 작가의 정치적 은유도 흥미롭다. 김시습은 조카 단종을 폐위하고 왕위 찬탈한 세조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그러한 현실에 저항했던 인물이다. 사랑애몽은 화려하고 장식적인 뮤지컬과는 차별화되는 미니멀한 코러스와 앙상블에 중점을 뒀다. 동양예술 특유의 비움과 채움의 미학 구현이 돋보인다. 특히 판소리 굿소리 서도소리와 전통춤 그리고 국악기와 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