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반준환기자]29일 오전 10시부터 개최된 외환은행 주주총회가 갖가지 해프닝을 거듭하며 4시간30분만에 마무리됐다. 시작부터 일부 소액주주들의 잦은 문제제기로 진행이 매끄럽지 못했는데, 결국 6개의 주총안건이 투표를 거치고 나서야 승인됐다.
◇시민단체 론스타 대주주 자격 또 문제제기
주총은 초반 로버트 팰런 외환은행 이사회 의장(사진)의 개회인사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한 소액주주가 팰런 의장이 영어로 주주총회를 진행하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항의하며 진행이 지연됐다. 전문 통역사가 있었지만 항의는 계속됐고 결국 팰런 의장은 별도의 한국어 원고와 영어를 섞어가며 인사말을 이어나갔다.
이후 진행된 감사·영업보고 등에서는 시민단체들이 본격 나서기 시작했다. 주총에 참석한 경제개혁연대는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에 또 다시 문제를 제기했는데, 은행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현행법에 따르면 비금융주력자가 금융사의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 총 발행주식의 4% 이상을 보유할 수 없다"며 "이를 초과해 보유하는 경우는 초과지분을 처분해야 하고 그 의결권도 제한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 64%를 보유하고 있는데, 금융주력자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주총안건 상정 이전에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법상 비금융자산이 2조원을 초과하면 금융주력사로 볼 수 없고, 이 경우 금융기관 지분을 4% 이상 보유하면 안된다는 논리였다. 경제개혁 연대는 사전에 확보한 재정경제부 보고서를 근거로 정부 역시 이 같은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팰런 의장은 "금융당국에서 관련 법령에 따라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고, 이는 의결권을 인정한 것으로 봐야한다"며 "의장으로서 주주총회에서 특정 주주들의 의결권에 관한 논의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대응했다.
설전이 오가는 동안 시간은 정오에 가까워졌고, 이후는 일부 소액주주들과 은행측의 산발적인 논쟁이 붙기 시작했다.
◇"웨커 행장 2000만원 대출은 무엇이냐"
이 가운데 눈길을 끌었던 것은 한 주주가 제기했던 질문. 재무제표상 임원에 대한 대출액이 있는데, 부정의혹이 있으니 이를 해명하라는 것이었다. 외환은행 관계자와 언론사 기자들 등 주총장에 있던 참석자 모두가 바짝 긴장할만한 지적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팰런 의장의 해명으로 가벼운 해프닝에 그쳐버렸다.
웨커 행장(사진)이 한국에 거주하며 세금을 내야했는데, 외화수표로 이를 납부하는 과정에서 외환은행의 환전작업이 필요했고 은행계정상 임직원 대출로 일시 처리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질문했던 주주가 "대출이 부실화되지 않았느냐"고 또다시 목소리를 높이자, 순간 주총장에는 폭소가 터졌다.
팰런 의장도 주주총회가 지루했던지 웃으며 "성실한 웨커 행장이 대출액을 곧바로 갚았기 때문에 모두 회수됐고, 부실여신으로 처리하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이런저런 해프닝속에 재무제표 승인 등 주주총회 안건이 상정됐는데,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반복하는 한 두명의 주주 때문에 결국 모든 안건이 투표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했다. 말 많고 탈 많았던 주주총회는 오후 2시30분에야 끝났다.
반준환기자 ab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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