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이 항공기 정비에 사용해야 할 예산 가운데 2천400여억 원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지난해 국방부 실태조사에서 드러났다.
29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공군은 2000∼2005년 항공기 정비용 예산 가운데 2천476억 원을 KF-16 전투기 생산과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사업 등에 사용했다.
이 같은 사실은 국방부가 지난해 5월 공군의 `장비 유지 예산'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2천476억 원 가운데 KF-16 생산사업에 1천112억 원, T-50 사업에 140억 원, 2002년 공군 강릉기지 태풍피해 복구에 662억 원 등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군은 또 예산부족으로 부품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정비를 위해 대기중인 항공기에서 부품을 빼내 다른 항공기에 끼워 넣는 식으로 부품 부족을 해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당시 실태조사에서 "항공기 도입 및 수명연장에 따라 운영 항공기 숫자는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정 수준의 예산증액이 되지 않아 정비예산을 타사업 및 긴급 소요에 충당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국방부는 공군이 정식 절차에 따라 승인을 받아 예산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만큼 공군의 예산 전용에 대해 특별히 문제를 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공군이 예산을 임의대로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정식 절차를 받아 승인을 거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예산을 긴급성 소요 등에 사용했기 때문에 국방부가 특별히 문제를 삼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군의 이 같은 예산 전용이 최근 빚어진 KF-16의 정비부실의 한 원인이 됐을 개연성이 커 감사원이 공군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감사결과가 주목된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공군에 대한 감사는 30일까지로 예정돼 있다"면서도 "감사 결과를 공개할지, 공개를 한다면 언제 할 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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