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상배기자]
최근 단행된 재정경제부 고위급 인사는 또 한번 경기고 출신들의 축제로 끝났다.
경기고 출신의 조원동 전 경제정책국장(행시 23회)이 차관보로 발탁되며 재경부 차관보 자리는 역시 '경기고의 아성'임을 재확인했다.
이로 인해 재경부 핵심라인이 권오규 경제부총리(15회)-김석동 1차관(23회)-조 차관보의 경기고 기수대로 정렬됐음은 물론이다.
또 다른 경기고 출신 임영록 전 차관보(20회)는 정책홍보관리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권 부총리의 최대 관심분야인 경제자유구역기획단의 단장 자리에도 경기고를 나온 권태균 전 금융정보분석원장(21회)이 앉았다.
이밖에 주요보직 국장 중에도 임승태 금융정책국장(23회), 허경욱 국제금융국장(22회), 김영과 장관 비서실장(행시 22회) 등이 경기고 출신이다.
재경부 내 요직을 이처럼 경기고 출신들이 장악하는 현상을 놓고 "재정경제부가 아니라 재정'경기'부"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재경부의 '경기고 독주'도 앞으로 3년쯤 뒤에는 끝날 것으로 보인다. '평준화 첫 세대'에 해당하는 행시 24회 출신들의 고위급 진출이 멀지 않아서다.
서울과 부산에서 고교 평준화가 이뤄진게 1974년. 그 뒤에 고등학교에 입학한 77학번 이후 세대가 여기 해당한다.
당장 국장급에서 경제정책국장 발령이 유력시되는 임종룡 금융정책심의관(24회)과 신제윤 국제금융심의관(24회)부터 비(非) 경기고 출신이다. 또 다른 국장급인 김광수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27회)도 마찬가지.
임승태 국장을 비롯해 노대래 정책조정국장(23회), 김교식 홍보관리관(23회) 등 행시 23회 출신들이 국장급의 주축을 이루고 있음에 비춰 약 3년, 늦어도 5년 뒤에는 24회 이후 출신들이 국장을 거쳐 고위급 진출까지 바라볼 가능성이 높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경기고 출신이 아니면 차관보 자리는 쳐다보지도 못한다며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았다"며 "몇년 뒤 평준화 세대가 고위급에 올라서기 시작하면 더 이상 그럴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경기고 출신들이 특별대우를 받는다는 말도 있었지만, 그만큼 능력이 뒷받침되는 경우도 있었던게 사실"이라며 "과거야 어쨌든 이제 사회 전체에서 경기고의 시대가 끝나는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이상배기자 p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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