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양영권기자]우리나라의 경우 기업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사적 제재가 취약하며, 따라서 경영진의 형사적 의무 및 책임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서울대 법대 조국 교수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기업범죄에 대한 형사처벌 완화 주장을 반박하는 취지에서 작성한 '기업범죄 통제에 있어서 형법의 역할과 한계'라는 제목의 논문에서다.
조 교수는 오는 23일 오후 2시 방송통신대에서 열리는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민주주의법학연구회(회장 임재홍 영남대 교수)의 '삼성에버랜드 사건의 법적 쟁점' 학술토론회에서 이 논문을 발표한다.
조 교수는 우선 미국의 경우 기업 경영인 범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손해액 3배 배상 제도', '주식 벌금제도' '집단소송제도' 등 강력한 민사적 제재방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 가운데 집단소송제도만 증권 및 분식회계에 대해 도입돼 있을 뿐이고, 그나마 그 영향력이 미국의 제도에 비해 매우 미약하다는 것.
아울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스스로 민사소송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면서 증권범죄를 통제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사적 자치를 존중하기 위해 형법에 배임죄를 두고 있지 않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그는 "미국의 형법에 배임죄에 대한 직접 조문이 없다는 점은 사실이나 '우편사기죄(mail fraud)'를 둬 우리의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조 교수는 "우편사기죄는 정치적 부패이건 경제범죄이건 그 행위가 우편서비스와 연관이 있으면 처벌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며 "실제 이 죄는 미국 검찰이 화이트 칼라 범죄를 처벌하는데 가장 많이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에서 민사상 손해배상과 과징금 부과는 재벌의 불법적 기업 활동으로 인해 얻어지는 이익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실정임을 고려할 때 회사 내부의 문제에 대해 형법 적용을 배제하라는 주장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오히려 이사의 형사책임을 합리적으로 적정하게 추궁하기 위해 이사의 선관의무 내용을 보다 명확히 하고, 각 행위유형에 따른 구체적인 책임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양영권기자 inde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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