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핵실험 강행 이후, 줄기차게 북미 간의 대화를 촉구해온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우리 안보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북한 핵실험은 햇볕정책의 책임이 아니라, 북한과 미국의 공동책임"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대 개교 60주년 기념 초청 특강 '21세기 도전과 한국의 선택'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우리가 북측으로 각기 5km, 10km까지 진출한 것"이라며, "다시 말하면 휴전선이 그만큼 북쪽으로 올라간 것을 의미하며 이것이 우리 안보에 지대한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최근 북한 핵실험 이후 햇볕정책에 그 원인이 있는 것 같이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참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 아니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히려 북한은 6.15 정상회담 이후를 '6.15 시대'라 부르며 햇볕정책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그들(북한)이 핵무기를 만든 것은 '미국이 대화에 응하지 않고 못살게 하니까 핵무기를 만들게 됐다'고 되풀이 얘기하고 있고 '양자대화를 통해서 북한의 생존을 보장해 주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며 그간의 주장을 거듭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따라서) 북한의 핵무기 제조를 햇볕정책 탓으로 하는 것은 이치에도 현실에도 맞지 않는 소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의 성과에 대해 "6.15 정상회담 이전 같았으면 이렇게 북한 핵 실험이 있으면 남한 내에는 일대 공포 분위기가 일어나고 피난 소동이 일어났을 것이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지극히 평온하다"며 "(이는) 햇볕정책을 통한 긴장완화의 덕"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대통령은 강연에서 특히 북한 핵문제에 대한 '북한과 미국의 공동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먼저 북한에 대해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면서 번번이 6자회담의 참가를 거부함으로써 일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비판하고 "북한의 태도는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일을 원만히 해결하려는 사람들에게 좌절감을 주고, 북한의 강경정책을 구실로 사태를 악용하려는 사람들에게 힘을 보태 주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미국에 대해서도 강한 톤으로 비판을 가했다. 그는 "핵문제의 당사자가 미국과 북한인데도 불구하고 그 당사자 간의 대화를 거부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게 만들었다"며, "미국의 목표가 핵문제의 해결뿐만 아니라 북한의 체제를 바꾸는데 있다고 주장하는 미국 정부의 지도자조차 나와서 북한의 경각심을 극도로 자극하고 핵의 제조까지 강행하는 빌미를 주었다"고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북한 핵문제 해결책은 보기에 따라서 매우 간단하다"고 밝혔다.
즉, "북한은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한반도 비핵화 체제에 동참해야 하며,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 그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적 제재를 해제하고 국교를 열어야 한다"는 게 김 전 대통령이 주장한 해결 방안이다.
이날 김 전 대통령은 "남도 이기고 북도 이기는 공동승리의 통일을 추진하자"고 호소했다. 그는 "'철의 실크로드'와 '압록강의 기적'이 이 땅에서 이뤄지도록 하자"며, 강연을 듣는 학생들에게 "'행동하는 양심'이 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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