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이 11일 공개한 ‘장시호 제출 태블릿PC’의 출시일이 8월달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자기들끼리도 설명이 엇갈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규철 대변인(특검보)은 11일 장시호씨가 제출한 태블릿PC의 실물을 전원을 켜지 않는 채 공개한 뒤, 모델명을 삼성 갤럭시 탭 S2 9.7 ‘SM-T815’라고 밝혔다. 특검은 전날 이 태블릿PC 입수 사실을 언론에 알리면서, 최순실 씨가 2015년 7월부터 11월까지 사용한 기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본지가 확인한 결과 SM-T815 모델은 2015년 8월 3일 출시됐다. 특히 특검이 실물을 공개한 골드 모델은 이보다 늦은 8월 10일에 출시됐다고 삼성전자 측은 밝혔다. 여기서 ‘출시’란 ‘공장에서 제품을 출하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소비자에게 제품이 전달되는 시점은 최소 수일~수주가 더 소요된다는 의미다.
삼성은 또 이 모델은 블랙과 화이트, 골드 3가지 색상만 출시됐으며 일부 언론에서 묘사한 ‘은색’ 모델은 출시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모델은 또한 와이파이 전용버전은 출시되지 않았으며, 대신 이통사에 직접 가입하지 않고 기계를 선 구입해 유심칩을 별도 구매해 장착할 수 있는 ‘자급제’ 제품 이라고 설명했다.
본지는 위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모두 3명의 서로 다른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직원과 총 5차례에 걸친 통화를 했으며, 모든 통화는 녹취해둔 상태다.
손발 안맞는 특검관계자들...JTBC에는 “이전 이메일 불러오기”
상황이 이렇게 되자 특검은 태블릿PC의 출시일과 사용기간이 맞지 않는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각기 다른 해명을 하기에 이른 모습이다.
우선 JTBC는 ‘특검, ‘제2 태블릿’ 실물 공개 “불필요한 논란 막기 위해”’ 제하의 보도에서 ‘이메일 불러오기 설’을 꺼내들었다. JTBC 박민규 기자는 “특검 관계자는 최씨가 제품 출시 직후, 8월쯤에 구입해서 쓴 걸로 본다면서, 출시 전 시점의 메일에 대해서는 이전 메일이 단순히 불러오기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앵커]
한가지만 더 물어보죠. 태블릿 PC에 대해 한번 더 정리하자면,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특검에 제출한 의도가 무엇이냐, 또 최씨가 메일을 주고받은 기간이 제품 출시 이전인데 어떻게 된 것이냐, 이런 얘기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검의 입장은 뭡니까?
[박민규 기자]
...또 태블릿 PC에서 나온 최씨 메일이 2015년 7월부터 11월쯤으로 집중돼 있는데요, 해당 제품은 8월에 출시된 겁니다. 특검 관계자는 최씨가 제품 출시 직후, 8월쯤에 구입해서 쓴 걸로 본다면서, 출시 전 시점의 메일에 대해서는 이전 메일이 단순히 불러오기된 것이라며 최씨 소유인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TV조선·중앙일보는 “이재용 회장이 박대통령에게 직접전달”
그러나 특검은 TV조선 기자에게는 전혀 다른 설명을 했다. TV조선은 ‘[단독] “태블릿PC, 삼성이 전달”…대통령-이재용 독대 날 사용 시작’ 제하의 기사에서 ‘이재용 직접전달 설’을 제시했다.
TV조선 최우정 기자는 단독보도라면서 “(특검이 공개한 태블릿PC는) 갤럭시 탭 S2 모델로 은빛색상”이라며 “최씨는 이 태블릿PC를 2015년 7월 25일부터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 날은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단독 면담을 가진 날”이라면서 “특검은 출시 1주일 전에 최씨 손에 들어간 점에 주목,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 독대 당시 태블릿 pc를 준비해갔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앵커]
특검이 오늘 태블릿 PC 실물을 오늘 공개했습니다. 최순실씨 거라고 특검은 확인했다는데, 삼성 측이 이 태블릿PC를 최씨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최씨 손에 들어간 경로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최우정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리포트]
특검이 공개한 최순실씨의 또 다른 태블릿 pc 입니다. 갤럭시 탭 S 2모델로 은빛색상입니다. 최씨는 이 태블릿 PC를 2015년 7월 25일부터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당 태블릿 PC 모델이 정식 출시되기 일주일 전쯤입니다.
그런데 이 날은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단독 면담을 가진 날입니다. 특검은 이 태블릿 PC가 어떻게 최씨 손에 들어가게 됐는지 경로를 조사할 예정입니다. 특히 특검은 출시 1주일 전에 최씨 손에 들어간 점에 주목,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 독대 당시 태블릿 pc를 준비해갔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TV조선과 같은 주장을 하면서 출처를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라고 밝히고 있다. 유길용 기자는 ‘디씨 주갤러 "최순실 태블릿, 삼성 제공 정황" 찾아내’ 제하의 기사를 통해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을 독대할 때 태블릿PC를 준비해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최씨의 손에 들어간 경로를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며 TV조선과 판박이 보도를 했다.
그러면서 “디씨인사이드 주식갤러리는 지난달 7일 국회 국정조사특위 2차 청문회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최순실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 영상을 찾아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보했다”며 “이후 '탐정갤', '주식 빼곤 다 잘하는 주갤' 등의 애칭이 붙었다”고 예찬했다.
유일하고 간단한 확인법...뒷면 제품번호 공개해야
현재로선 특검 관계자의 서로다른 설명 가운데 하나는 맞을 수도 있고, 둘 다 틀릴 수도 있다. 다만, 사실을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태블릿PC 뒷면의 제품번호 스티커를 공개하면 된다. 여기에는 해당 기기가 공장에서 출고된 날짜 정보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미 보도된 내용 안에서도 오류가 발견된다. JTBC의 설명에 대해 변희재 전 미디어워치 대표는 “특검은 최순실이 8월에 구입했으나, 7월에 받은 이메일을 다운받았으니 7월부터 사용한 것이라는 논리”라면서 “그럼 올해 구입한 내 PC에서 2001년에 받은 이메일을 다운받으면 2001년부터 사용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특정 제품의 사용기간과 그 제품에서 내려받은 파일의 날짜는 하등 관계가 없다는 상식적인 설명이다.
TV조선의 경우에도 태블릿PC에 대해 삼성이 출시한 일 자체가 없는 ‘은빛색상’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현장에서 공개한 실물은 펄이 들어가 반짝이는 특성 때문에 은색이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삼성이 밝힌 공식 색상은 골드가 맞다. 결국 기자는 제품에 대해 기본적으로 삼성측에 확인을 해보지 않았다는 의미로 밖에 볼수 없는 지점이다. 특검의 설명만으로 기사를 쓴 셈이다.
또 TV조선은 삼성과 같은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는 신규 제품의 정식 공개시점 이전에는 제품 유출에 대한 보안이 극도로 철저하다는 점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갤럭시 탭 S2 9.7 SM-T815 모델은 여러 태블릿PC 가운데 가장 사양이 뛰어난 프리미엄 모델이다. 제품 출시도 하지 않은 프리미엄 전략 모델을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외부로 유출, 대통령에게 선물로 줬다는 주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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