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대 진중권 교수의 서울대 석사논문 표절 혐의 관련 기사>
1. [단독] 진중권 교수, 석사논문 표절 혐의로 제소돼
2. 진중권, '책 안 읽고 논문 쓴다' 학생들에 표절 부추겨
3. “서울대의 진실 검증엔 시효가 있다”?
4. 서울대는 도쿄대(東京大)를 이길 수 없다.
5. 한 러시아어/문학 전공자의 진중권 논문 표절 분석 (I)
6. 한 러시아어/문학 전공자의 진중권 논문 표절 분석 (II)
7. 한 러시아어/문학 전공자의 진중권 논문 표절 분석 (III)
8. 한 러시아어/문학 전공자의 진중권 논문 표절 분석 (IV)
9. 한 러시아어/문학 전공자의 진중권 논문 표절 분석 (V)
10. 진중권 교수의 표절 논문에 엮인 피해자들
11. 서울대의 진중권 석사논문 표절 은폐 의혹에 관하여
21일 본지 산하 연구진실성검증센터(센터장 황의원)가 동양대학교 교양학부 진중권 교수를 석사논문 표절 혐의로 동양대학교와 서울대학교의 연구진실성위원회에 전격 제소했다. 지난 12일 센터 공개게시판에 관련 검증자료들을 공개한 지 10일 만에 단행된 조치다.
연구진실성검증센터는 “진중권 교수의 석사 논문은 타인의 특정 단행본(유리 로트만의 저서인 ‘예술 텍스트의 구조’)에 대한 발췌번역에 가까운 형식과 내용으로, 애초 정식 학위논문으로서의 표준적인 자격요건조차 갖추고 있지 못했으며, 출처표시와 인용부호가 제대로 된 부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표절혐의, 저작권법 위반혐의도 광범위했다”면서 “지금까지 센터가 검증한 그 어떤 학위논문보다 결함이 많아 논문 취소, 학위 박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학위논문으로의 형식과 내용조차 갖추지 못해
진중권 교수가 1992년 서울대 미학과 대학원에 제출한 석사학위 청구 논문은 ‘유리 로뜨만의 구조기호론적 미학연구’란 제목이다. 구(舊)쏘련의 대표적 기호학자 유리 로트만(Юрий Лотман)이 1970년에 출간한 명저 ‘예술 텍스트의 구조(Структура художественного текста)’를 주된 텍스트로 두고, 유리 로트만의 미학 사상에 대한 개괄적 설명을 표방하고 있는 논문이다.
연구진실성검증센터는 먼저 진 교수의 학위논문이 표준적인 학위논문의 형식과 내용이 아니라는 점부터 지적했다. 연구진실성검증센터는 “진 교수의 학위 논문의 주된 형식과 내용은 ‘연구(research)’가 아닌 서평따위에서나 볼 수 있는 ‘해설(review)’이다”라면서, “이는 당사자는 대형 1종 운전면허를 땄다고 한대도, 실제로는 오토바이로 면허를 따는 장면이 그대로 동영상으로 찍혀버린 상황”이라고 밝혔다.
세계적 권위의 국제표준화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ISO)는 ‘학위논문(theses)’을 “학위에 응모하거나 직업적 자격요건을 위해 제출되며, 저자의 연구와 발견을 펼쳐나가는 문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어떤 논문이 학위논문으로서 인정받기 위해선 해설 중심의 리뷰논문이 아니라 반드시 연구와 발견 중심의 연구논문으로서의 형식과 내용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학위논문이 요구하는 ‘연구자의 독창적 연구성과’란 게 애초 있을 수 없는 단순 리뷰논문이 어떻게 서울대 대학원의 학위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는지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연구진실성검증센터의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진중권 교수도 자신의 논문이 연구논문이 아닌 리뷰논문이란 점은 일단 인정한 상황이다. 진 교수는 여기에 추가로 트위터를 통해 서울대학교 미학과와 철학과는 모두 연구논문이 아닌 리뷰논문을 쓰고 학위를 받는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이는 국내 최고 국립대학교가 학적 요건에도 맞지 않는 학위논문으로 학위자격을 조직적으로 부정 수여해왔었다는 자백으로, 서울대학교 차원의 해명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심각한 표절 혐의
연구진실성검증센터는 진 교수의 논문에서 표절 혐의도 역시 곳곳에서 발견된다고 밝혔다. 센터는 “진 교수의 논문을 리뷰논문조차 못되는 사실상의 불법 번역 문헌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이유는, 저작권 허락을 받았을리가 없음에도 논문 곳곳에 ‘예술 텍스트의 구조’의 문장을 그대로 번역한 흔적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가령 진 교수의 논문 64페이지, 66페이지, 68페이지의 경우 ‘예술 텍스트의 구조’를 그냥 그대로 번역·복사한 수준인데, 물론 인용부호나 출처표시는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본지 역시 진 교수 논문과 ‘예술 텍스트의 구조’ 단행본 목차가 사실상 일치함을 확인한 바 있다. 이에 연구진실성검증센터는 “‘예술 텍스트의 구조’의 논증 구조를 그대로 표절했음이 의심되는 대목이며, 애초 진 교수가 연구논문의 형식이 아니라 특정 단행본에 대한 발췌번역의 형식으로 학위논문을 작성한 이상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리 로트만의 ‘예술 텍스트의 구조’는 총 9개 주요챕터로 이뤄졌으며, 진 교수는 이중 1~5장에선 상당부분, 6장은 절반, 그리고 7~9장에선 일부를 재구성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진 교수는 자신이 주장하는 ‘재구성’이 편집성 번역인 ‘발췌번역’과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해명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연구진실성검증센터 공개게시판엔 진 교수의 논문을 잘못 인용했다가 크게 낭패 본 두 연구자들 사례도 공개돼있다. 어건주 수원대 교수는 2004년 ‘로뜨만의 구조 시학과 언어학적 분석 방법’(‘언어와 언어학’)이란 논문에서, 문호성 한려대 교수는 2005년 ‘이용악 시의 텍스트성’(‘한국문학이론과 비평’)이란 논문에서 각각 진 교수의 논문을 인용했었다.
하지만 연구진실성검증센터 검증 결과 두 연구자들이 실제 인용한 문장은 모두 진 교수 본인의 문장이 아닌 ‘예술 텍스트의 구조’의 원 저자인 유리 로트만의 문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진 교수가 표절로 유리 로트만의 문장을 자신의 문장으로 사실상 사칭을 하는 바람에 두 연구자 모두 해당 문장을 유리 로트만의 문장이 아닌 진 교수의 문장인 것으로 알고 잘못 인용을 해버린 것이다. 센터는 이에 대해 “논문표절이 빚어낸 전형적이고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라면서, “학위박탈 및 법적책임의 핵심 증거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계속 발견되고 있는 진중권 교수 석사논문의 문제점들
한편 진중권 교수 학위논문이 ‘예술 텍스트의 구조’를 표절했다는 의혹 외에 여러 책을 짜깁기 하는 식으로 표절한 것이 아니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연구진실성검증센터에 제보를 해온 한 러시아어/문학 전공자에 따르면, 진 교수의 논문은 ‘러시아 형식주의’를 설명하는 장에서 ‘미학사전(Эстетика: Словарь)’ 의 문장을 표절해온 혐의도 발견되고 있다. ‘미학사전’의 문장을 그대로 번역해 가져왔으면서도 인용부호와 출처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진 교수 학위논문에선 표절 혐의 외에 학위논문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단 정황증거로서의 오류도 많이 발견되고 있다. 연구진실성검증센터에 따르면, 기본적인 러시아어 알파벳 오기 사례는 물론, 특정 시(詩)를 예로 들고선 그 작가 이름을 전혀 틀리게 표기한 경우도 확인되었다.
“산소원소 2개와 수소원소 1개가 결합하여 물을 만들어낸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원소’와 ‘원자’를 구분치 못하는 것은 문과 전공자들이 종종 범하는 실수다. 실제로 물은 수소원자 2개와 산소원자 1개로 이뤄진다), 유리 로트만이 분명 타 학자 주장을 인용해 주장한 것을 유리 로트만의 주장으로 소개해버린 경우도 있었다. 현재 연구진실성검증센터 공개게시판에선 진 교수가 과연 ‘예술 텍스트의 구조’의 러시아어본 원본을 표절한 것인지, 아니면 한국어본이나 영어본을 표절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1980년의 표절 논문도 취소시킨 독일의 사례
진중권 교수는 1963년 서울출생으로 1986년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으로 유학을 떠났으나 박사학위과정을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1999년 국내로 돌아왔다. 이후 진 교수는 대중작가로 전향해 시사 분야와 미학 분야 대중서를 저술해왔으며, 민주노동당 후보 선거운동은 물론 안티조선운동에도 참여하는 등 각종 정치활동,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진 교수는 2012년 초 동양대 교수로 부임하기 전까진 정식교수가 아닌 겸임교수나 초빙교수로만 활동해왔다. 집필한 논문도 현재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20년 전 석사논문이 사실상 유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공개된 진중권 교수의 ‘재인용 표절 자백 동영상’도 진 교수가 학자로서의 본업인 연구활동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는 의혹을 갖게 한다. ( 본지 보도 : 진중권, '책 안 읽고 논문 쓴다' 학생들에 표절 부추겨 )
변희재 본지 대표는 “독일의 경우 교육부장관이 32년 전 박사논문에서 표절 혐의가 발견돼 사임한 사례도 있다”면서 “표절은 그 피해가 즉시 발생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번 진 교수 사례처럼, 해당논문을 참고로 하는 사람들에 연속적이며 누적적으로 피해를 입히게 되기에 공소시효 없이 폭로하고 처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연구진실성검증센터는 진중권 교수의 석사논문 표절 문제와 관련 동양대,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에 조사 요청을 하는 것과는 별도로, 피표절자측인 유리 로트만 유족측과 접촉하여 법적대응 및 명예회복 방식에 관하여 조언할 예정이다.
다음은 학위논문 지도 교과서 중 하나인 ‘학위논문 프로포절’(김경호 & 차은진, 나눔의 집, 2012)에서 그대로 가져온 내용이다. 단순히 선행연구를 고찰하는 내용의 논문은 학위논문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황의원 연구진실성검증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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