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오상연기자][[내년 주가 2000시대]연령↓ 장기투자 대세…부동산 자금도 증시로]
코스피 지수가 1700을 넘었다.
1700을 이끈 것은 외국인도 기관도 아닌 개인 투자자라는 지적이다.
5월 들어 나타난 가파른 지수 상승세는 개인들의 대규모 매수세에 힘입었다는 평가다. 이제는 똑똑해진 개인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투자자들에게도 변화가 있었다. 2000시대, 달라진 증시에서 개인에겐 어떤 시장관과 대응이 필요할까.
◇어려지고 똑똑해진 개미들
증시에 몰려드는 개인들의 평균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는 대학생들이 늘어나면서 동아리 차원에서 운영되는 투자동아리 수도 늘고 있다. 정규적으로 운영되는 대학생 주식증권 동아리는 전국적으로 40개 내외로 추산된다. 동양종금증권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양정원씨는 “주식만이 아니라 부동산, 펀드까지 전방위적인 재테크를 위해 운영되고 있는 동아리는 한 학교당 2~3개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증권 투자 동아리에서는 ‘동아리 펀드’ 차원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펀드를 하나씩 운영한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실전투자를 앞두고 투자를 경험하기 위한 방법이다. 숙명여자대학교 투자동아리 ICOS에서는 300만원 규모의 동아리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ICOS 회장 이하나 씨는 "공부하는 차원에서 운영되는 성격이 짙고 개인들은 각자의 포트폴리오를 따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젊은 개미들’의 투자 성향은 ‘숨어있는 저평가 가치주 발굴’로 요약된다. 동아리 차원에서는 한 주에 1회 이상 기업 분석에 나서 종목을 발굴한다. 연세대학교 투자동아리 YIG의 회장 이형섭씨는 “애널리스트들이 이미 보고서를 쓴 뒤면 저평가 가치주라 할 수 없다”며 "그들이 아직 찾아내지 못한 종목들을 선별해 투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종목 선별은 수업 시간 중 배운 가치평가 기준, 선후배들을 통한 성공과 실패 케이스 등의 사례를 보고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수익률도 만만치 않다. 고려대학교 가치투자연구회 회장 신철관씨는 “같은 동아리 내 2달 동안 ELW에서 700%수익을 낸 친구도 있다”고 밝혔다. 투자경력 1년 2개월차인 신씨의 수익률은 지난달 31일 종가기준 42% 정도다. 100만원으로 1학년 때부터 주식을 시작했던 이형섭씨의 현재 운용금액은 900만원 정도로 올 주식투자 수익률은 40% 정도다.
일반 투자자들의 부나방씩 투자도 사라지고 있다. 김선열 삼성증권 분당 지점장은 "아줌마들의 주식투자도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제대로 된 자산 관리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민 교보증권 교보타워지점장은 "최근 주식시장이 급등하면서 증권사를 찾는 사람들은 펀드로 안전판을 마련한 후 직접 투자를 한다"고 말했다. 옛날 개별 종목에 대한 직접 문의와는 달라졌다는 말이다.
◇매력도 부각되는 증시
증시에 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다른 자산 대비 주식 시장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저금리에 은행예금은 줄고 있고 채권형 펀드 자금은 지난 2005년 이후 계속 이탈하고 있다. '부동산 불패' 신화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지난 주말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은 12주 연속 하락세였고 지난 해 하반기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리츠 펀드에서도 최근 이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의 투자 수익률도 부동산보다는 주식이다. 동부증권에 따르면 86년 1월을 100으로 했을 때 지난해말 주가지수는 892인 반면 강남 아파트지수는 532에 불과하다. 50% 과세까지 고려하면 강남 아파트 지수는 316에 그쳤다. 세금을 고려하면 주식이 강남아파트보다 2배이상 수익이 가능한 셈이다.
이종승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부동산 가격은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완만하고 점진적인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서울지역 아파트의 주가수익배율(PER)은 24배로 11배인 코스피에 비해 두 배 이상 할증돼 있는 상태인"라며 "규제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의 매력은 앞으로도 주식에 비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매수 주체의 다변화로 증시 수급도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연금은 주식투자비중을 오는 2012년까지 현재의 11%에서 20% 수준까지 올리기로 결정했고 개인연금도 속속 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 보수적인 투자자로 꼽히는 학교 재단들도 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사학 재단 운용 자금은 4조6500억원(2006년 기준)으로 이 가운데 3000억원가량이 유가증권 시장에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사립 대학의 전체 자산 중 주식 비중은 45% 이르고 있다. 
◇매수 주체 다변화…"투자자,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2000시대를 앞둔 투자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장기적인 안목'이다.
신성호 동부증권 상무는 "주식투자의 유무와 규모, 투자 기간의 장기 여부가 재산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조금씩이라도 주식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다만 "종목 선정에 서툰 개인의 경우 펀드를 이용한 투자를 먼저 시작하라"고 추천했다.
윤세욱 메리츠 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장기적 안목의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제는 사서 보유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부하는 투자자'의 모습도 필요하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들이 파생상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갖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명석 동양종합금융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장기성장과정을 겪은 선진국 증시에 대한 연구가 전제되야 한다"고 말했다. 김석중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도 "재테크 방식의 변화에 따른 경제지식을 습득하게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상연기자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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