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학렬기자][韓-美-日-中 증시 제각각..내부 조정요인 점검 필요]
미국은 신규주택판매가 14개월내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경기침체 발언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미국 경기의 경착륙의 주된 이유로 꼽혔던 주택경기 관련 지표가 긍정적임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급락했다. 금리인하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25일 일본 주식시장은 크게 하락했다. 전날 그린스펀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선전한 것과 완전히 달라졌다. 이유는. 뉴욕증시의 급락 외 떠오른 이유는 소비자물가지수다. 4월 근원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지난해보다 0.1% 하락했다. 2월 -0.1%, 3월 -0.3%에 이어 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그러나 전달보다 낙폭이 적어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정책에 힘을 실어줬다. 후쿠이 도시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주 물가가 떨어져도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증권은 일본 소비자들의 금리인상 혐오증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며 오랜 디플레이션에 익숙한 일본 소비자들의 금리인상 강박증은 시간만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증시는 마이너스로 시작했으나 플러스로 반등했다. 그린스펀의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심지어 외국인들이 투자하는 상해B지수도 6.55% 하락하다가 8.75% 오르면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은 철저히 내부적인 요인에 의해 움직이는 만큼 조정은 내부 요인에 의해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등락이 엇갈렸다. 코스피지수는 하락한 반면 코스닥지수는 상승마감했다. 중소형주가 빛을 본 날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종목(대형주)은 0.30% 하락한 반면 중형주와 소형주는 각각 0.89%, 0.81% 올랐다. 코스닥시장은 더욱 심하다. 코스닥스몰지수는 1.28% 올랐고 코스닥미드300지수는 1.08% 오른 반면 코스닥100지수는 0.38% 내렸다.
중국 증시가 국내 증시의 장중 흐름에 있어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만큼 중국이 상승반전한 것이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개인들이 코스피, 코스닥시장 뿐만 아니라 선물시장에서도 순매수를 기록한 것이 이를 방증하기도 한다.
그린스펀의 발언도 조정의 빌미로는 궁색했다. 한요섭 대우증권 시황팀장은 "지속된 상승 부담감 속에서 그린스펀의 발언의 조정의 빌미가 됐으나 이유가 궁색하기 때문에 기간과 폭은 길거나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잘 되면 내탓, 안되는 네 탓'이라는 심리는 주식시장에서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조정이 오니까 외부에서 이유를 찾고 있다. '그린스펀 때문이다', '뉴욕증시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국이 긴축정책을 시도할 것이다.' 각양각색의 이유가 있다. 외부 요인이 심리적으로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증시의 동조화를 무시할 수도 없다.
그러나 국가별로 특수한 상황이 있게 마련이고 조정은 고유한 내부요인에서 나온다. 이날 미국과 일본, 중국, 한국의 코스피와 코스닥은 다양한 내부요인에 의해 주가가 움직인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종목별로도 마찬가지다.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등락도 고유한 내부요인에 의해 엇갈린 것이다.
결국 잘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모두 '내탓'이다.
이학렬기자 toot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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