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기업 인수·합병(M&A)이 세계증시의 랠리를 이끌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지역의 올해 최고 이슈는 단연 기업간 합종연횡이다. 이미 전세계 1분기 M&A 규모는 1조 달러를 넘어섰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올해는 단연 M&A의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풍부한 유동성과 그에 따른 M&A에 힘입어 7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1만3300고지를 밟았다.
다우지수는 지난 3월 29일 이후 27거래일 동안 24일 상승했다. 이는 1927년 7월 1일부터 시작된 27거래일 중 24일 상승과 같은 대기록이다. 다우지수는 80년래 최장랠리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다우지수 뿐만 아니라 아시아 증시도 한국과 홍콩이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거침없는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증시 낙관론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증시 낙관론의 바탕에는 앞으로도 지속될 M&A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있다.
◇ M&A 호황, 다우 1만4000 돌파한다
대표적인 낙관론자인 골드만삭스의 에비 조셉 코언 수석 투자전략가는 올해 다우지수 전망치를 1만3500에서 1만4000으로, S&P500지수 전망치를 1550에서 1600으로 상향 조정했다. 푸르덴셜의 데드워크 켄 수석 투자전략가 역시 올해 S&P500지수 전망치를 종전 1630에서 1650으로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뉴욕 증시의 이 같은 랠리의 바탕에는 기업의 M&A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에서 성사된 M&A는 금액기준으로 총 9130억달러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59% 증가했다.
힌달 어소시에이츠의 투자책임자인 폴 놀테는 "미국 경제 상대적 부진에도 증시가 고공 비행을 거듭하고 있다"며 "막대한 규모의 M&A 소식이 경기 부진을 딛고 증시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웬&코의 애널리스트인 마이클 맬론은 "M&A는 주식시장의 핵심 동력"이라며 "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한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M&A 활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튜어트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애널리스트인 앤드로 사이버트는 "자본시장의 유동성이 워낙 풍부해 올해 내내 M&A가 지속될 것"이라며 "M&A는 올해 증시의 최고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굵직 굵직한 M&A 제안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발표된 알코아의 알칸 공개 인수 제안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야후 인수 제안, 뉴스코프의 다우존스 인수 제안 등 잇단 M&A 관련 소식은 증시를 뜨겁게 달구는 요인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역시 M&A 대열에 합류했다. 버핏은 지난 주말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헤서웨이 연례주총에서 최대 600억달러 규모의 M&A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 알코아, 알칸 인수 제안 등 M&A 봇물
7일에만 3개의 M&A 관련 소식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날 세계 최대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알코아는 현금 인수와 주식 교환 방식으로 경쟁사인 알칸을 330억달러에 인수겠다는 공개 인수 제안을 했다. 알칸 주식 1주당 현금 58.60달러 및 알코아 주식 0.4108주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또 유럽 최대 방위산업 업체인 영국의 BAE시스템스는 미국 방산업체인 아머 홀딩스를 41억달러에 인수키로 합의했다.
이와 별도로 전문가들은 리오틴토그룹이 BHP빌리튼을 인수할 여력이 충분하다며 광산업계의 대형 M&A 가능성을 언급했다.
앞서 지난 3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구글에 대항하기 위해 야후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합병 내지 파트너십이 성사될 경우 인터넷 검색 시장은 구글의 독주에서 벗어나 '구글 대 MS-야후'라는 새로운 구도가 형성되는 일대 지각 변동이 발생한다. MS의 야후의 M&A 규모는 5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날 글로벌 금융 정보 시장의 강자인 로이터와 톰슨이 합병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도 터져나왔다. 합병 규모는 160억달러에 달한다.
이 밖에도 언론 재벌인 루퍼트 머독의 뉴스 코퍼레이션이 월스트리트저널(WSJ), 다우존스 뉴스와이어 등을 소유한 다우존스를 5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유럽 최대 투자은행인 ABN암로에 대한 인수전도 가열되고 있다. ABN암로를 놓고 바클레이와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컨소시엄 간의 치열한 공방전도 화제다. ABN암로 인수전은 1000억달러를 상회하는 금융권 사상 최대 M&A다.
그리고 미국 자동차 '빅3'인 크라이슬러의 매각도 진행 중인 사안이다. 다수의 사모펀드와 관련 기업들이 크라이슬러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텍사스 퍼시픽 그룹이 미국 텍사스의 최대 전력회사인 TXU를 450억달러에 사들이기도 했다.
김경환기자 kenn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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