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대국의 문을 열기도 전에 부친의 관 두껑부터 닫아야하는 김정은의 처지가 무척 딱해 보이지만 권력은 쉽게 나눌 수 있는 물렁물렁한 파이가 아니다. 하지만 이미 고인이 된 김정일은 다른 것은 잘 몰라도 자신의 죽음만은 정확하게 예측한 영리함을 드러냈다. 2008년 8월 뇌 쇼크 이후 3대 세습을 서둘러 불과 2년만인 2010년 노동당 3차 당대표자회에서 3남 김정은을 자신의 후계자로 내세웠다. 그러나 자신처럼 '권력병풍'이 든든하던 시대와 오늘은 다르다. 미숙한 지도자 김정은이 과연 붕괴직전의 북한 사회주의를 지탱하면서 김 씨 왕조의 혈통을 이어갈 수 있을까. 우리의 견해는 부정적이다. 그는 무임승차한 권력의 열차에서 중도하차해야 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로 북한 노동당은 2010년 9월 28일 3차 당대표자회를 통해 정치국을 비롯한 당 권력을 제도화하였는데 정치국이 김정은의 중도하차 역할을 담당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제도화의 덫은 어떤 것일까. 다른 사회주의권에서의 사례를 찾아보자. 1956년 폴란드 공산당의 정치국은 예상을 뒤엎고 고물카를 후계자로 선출하였고, 1965년 루마니아의 챠우세스쿠가 파격적으로 게오르규
2012년 강성대국의 문을 열어제낀다는 북한의 허풍은 목전에 도달했다. 과연 북한은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이라는 전근대적인 정치결단을 안착시키고 고사 직전의 북한 사회주의체제를 재생산할 수 있을까. 리더십의 고갈, 재화의 고갈, 희망의 고갈이라는 '3대 고갈'에 직면한 북한의 속사정은 다급하기 그지없는 듯하다. 김정은 체제의 명분은 나름대로 체제전환을 통해 북한 사회주의를 복구하겠다는 것이다.케네스 퀴노네스(Kenneth Quinones)가 지적한 대로 북한은 주체사상의 유연성의 확대와 '현대화' '적응' '재활' '복구'등의 이름으로 개혁·개방과 구분되는 '변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즉 주체사상은 '선군사상'이란 실천이데올로기 등장 이후 가치불변의 원칙에서 유연성을 암묵적으로 허락하였으며,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과정에서 당 지도부가 재편되면서 당과 군부의 이념적 재해석권의 범위를 넓혀주고 있는 것이다. '체제전환'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어렵지만 권력은 이동하면서 순화된다는 진리를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주체사상은 수성으로서 자기의 낡은 가치를 보존하려 하기보다 소폭적인 개방을 통해 자기실험을 거치고 보다 발전된 통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