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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말하는 미시경제학 대가 "FTA 해볼 만한 도박"

  • 연합
  • 등록 2007.04.04 05:06:00

서울대 이준구 교수 "3불폐지론은 대학의 흉한 자화상"
홈피 교내외 인기.."지식인은 옳고 그름 당당히 말해야"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서울대의 한 교수가 한미FTA(자유무역협정)와 3불정책 등 우리 사회의 최대 현안에 대해 학자로서 신선하고 담담한 견해를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미시경제학의 `대가'로 꼽히는 이준구 교수(경제학ㆍ58)가 그 주인공.
이 교수가 집필한 `경제학 원론'은 1997년 초판이 발간된 이후 지금까지 연간 7천∼8천권이 팔릴 정도로 경제학도의 `바이블'로 통한다.
이 교수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억울하게 매맞는 3불정책'이란 글에서 "본고사ㆍ고교등급제 금지로 대학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말은 정말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3불정책 폐지에 한 목소리를 내는 대학들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대학의 신입생 선발은 본질적으로 `제로-섬 게임'이다. 따라서 특정 대학이 제공하는 교육의 질이 월등히 높지 않는 한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어강의 한답시고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기나 하는 우리 대학들이 교육의 질적 제고를 위해 과연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어 "훌륭하게 교육할 능력도 없으면서 좀 더 준비가 잘 된 학생을 뽑는 데만 혈안인 모습은 보기 흉할 따름"이라며 "중요한 과업은 뒷전에 미룬 채 3불정책 타령만 하는 한 우리 대학은 결코 후진성을 벗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2일 타결된 한미FTA를 두고선 `원론적 관점에서 걸어 볼 만한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경제학적으로 무역의 자유화로 얻는 이득은 손실보다 크기 마련이다.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미FTA에 끌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 경제의 체질상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FTA 타결로 미국 상품이 우리 시장을 휩쓸 것이라는 예상과 투명치 못한 협상 추진 과정에 대한 비판과 관련해선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생각'이라고 평했다.
그는 "가전제품 시장 개방 당시에도 반대측에서는 관련 산업의 궤멸을 예언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으며, 협상 과정에서 자기가 가진 카드를 공개하는 것 만큼 어리석은 행동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자유무역의 이득은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넓게 분산돼 실현되므로 정확한 손익을 따져 농업 등 피해가 확실시되는 분야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관련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FTA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이 교수의 홈페이지에는 `황제경영의 구태를 벗어 던져야 한다' 등 문제의 핵심을 찌르는 `시론'(時論)과 `시험 잘 보는 방법', `(내 책에 비판적인)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테니스에 빠진 사나이의 횡설수설' 등 진솔한 글이 많이 실려 있어 서울대 안팎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 교수는 인기 비결을 묻자 2천을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글 `주택가격 폭등의 진실 그리고 해법'을 예로 들었다.
그는 "나 역시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 지역에 살고 있지만 종부세 대폭 인상이 부동산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해 아파트 부녀회가 벌이는 `종부세 과표 인하' 서명 운동을 거부하고 있다"며 "지식인이라면 당당히 옳고 그름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솔직하게 담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zhe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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